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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창조경제가 되는 융합예술 ①

융합의 형태는 무한대, 창조경제 경쟁력은 의외분야서 타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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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5호 신민 진화랑 실장⁄ 2014.02.10 14:16:14

창의력을 돈으로 만들 줄 아는 자가 이 시대의 우상이다. 청년 멘토로 활약 중인 몇몇 인물들은 유명세가 대단하다. 그들의 책과 강의는 잘 팔리는 산업이 된다. 창의력 전파는 그 자체로 산업이 될 만큼 시대를 뒤흔드는 개념인 것이다.

멘토들이 강조하는 창의력 기반 즉 성공의 기반은 순수문학 혹은 예술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고전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고, 음ㅅ악과 미술에서 상상력과 감성적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런데 막상 순수한 창조를 주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은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녹록치 않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예술간 혹은 기업과 예술가의 협업 프로젝트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시대의 경향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일지 모른다. 컨버젼스,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란 개념이 경쟁력의 일환으로 떠오르던 초창기에는 타 장르의 예술간 혹은 예술과 타분야간 공동 작업이 각 분야의 순수성, 전문성을 훼손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오히려 협업에 참여하면 능력을 인정받는 존재로 여겨진다.

언제 팔릴지 모르는 작품만으로 경제생활이 어려운 예술가에게는 기업의 손길이 동아줄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모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이 필요하니 상부상조다. 그러나 아직은 극소수의 기업과 예술가에게만 적용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갑과 을의 계약관계 아래 이뤄지거나 수익배분의 비합리성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꿈꾸는 유토피아는 아직 멀기만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년 6월 발표하였던 창조경제 실현계획이 과연 예술계를 구원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나 사양길로 접어든 서커스에 다양한 스토리와 음악, 무대장치 등을 융합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태양의 서커스가 창조경제의 좋은 예라고 제시한 바 있다.

융합의 형태는 무한대이다. 이미 방법론은 충분히 퍼져있다. 인터렉티브 기술로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창작한 최우람 작가나 나노현미경으로 촬영한 미시세계를 선보이는 지호준 작가와 같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작업하는 사례도 있다. 얼마 전 김용호 사진작가가 현대자동차를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전시하였듯 기업의 후원 아래 예술 작업이 이뤄질 수 있고, 타장르의 예술분야가 만나 새로운 감성을 전할 수 있다.

예술작품을 디자인이나 건축의 소재로 사용할 수도 있고, 영상디자인과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건물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 홍보가 가능하기도 하다. SNS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싸이의 예를 통해 이미 그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이제 구현의 기술을 다듬어 갈 때이다. 융합예술을 필두로 한 기획은 꽤나 여러 곳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아직 취약한 부분이 많다.

홍보물이 그럴듯해서 기대하고 갔던 공연 겸 전시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뮤지션과 회화작가 그리고 영상감독이 합을 이룬다는 주제가 쉽게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실제 공연 현장은 영상이 공간에 어우러지게 맵핑이 되지도 않았다. 프로젝터 안시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뮤지션을 비추는 조명과 충돌하면서 영상의 내용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았다. 회화작품은 공연과는 별도의 공간에 전시되었는데 동선이나 분위기가 전혀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저 세 종류의 예술이 어우러지지 못한 채 하나의 공간에 공존할 뿐이었다.

▲2012년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이후 필자는 외부기획을 협업 프로젝트로 진행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왜 발생하는가를 인식했다. 

뮤지션과 사진작가, 일러스트작가, 영상작가를 한 자리에 모았다. 패션브랜드에서 협찬 받은 의상을 뮤지션이 입고 사진작가가 화보촬영을 했다. 그 사진작업에 일러스트 작가가 드로잉을 하는 방식으로 공동 작업물을 만들었다. 영상작가는 참여 뮤지션의 곡들을 영상디자인 한 후 공연 시 동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어느 정도 풍부한 내용으로 짜였다고 생각했지만 행사현장은 상상했던 그림의 반도 그려지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협업이 필요한 기획은 결코 단시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순수 예술가는 왜 생계 잇기가 녹록찮나

수차례의 현장답사를 통해 작품이 걸리거나 영상 쇼가 진행될 공간의 벽면 재질부터 꼼꼼히 파악하고, 벽의 종류마다 필요한 공구가 무엇인지, 건물 구조의 특성상 실내 빛 반사는 어느 정도인지, 액자는 어떠한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 적합할지에 대한 부분 까지 조사를 해두어야 한다.

관객이 움직이게 될 최선의 동선을 찾아내야 함은 물론, 장비의 결함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안을 마련해두는 것도 필수다. 작가들과도 충분한 사전논의와 진행 과정 틈틈이 소통을 열심히 해야 동상이몽을 피할 수 있다. 

여러 명의 작가를 섭외하다 보면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분배가 많아지면 개별 작가의 작업비가 적어지므로 작가 자신이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작품에 투자하기 힘들다. 예산 대비 만족도가 높을 수 있도록 지출 대상의 범위를 알맞게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일련의 체험 후 융합예술이 어설픈 시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자본의 힘만이 해답인가 싶기도 했다. 시간도 결국 돈이고, 투자 규모가 클수록 좋은 재료들로 완성도를 올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얼마 전 하나의 예술이 이 생각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창조경제의 경쟁력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 신민 진화랑 실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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