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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방치해둔 내 땅의 권리 지키기

취득시효 적용으로 토지 소유권 빼앗길 수 있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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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5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2.10 14:05:20

며칠 전에 케이블 TV의 법률상담 코너에 급하게 출연하게 됐습니다. 출연하시기로 했던 변호사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대타로 나가게 됐는데, 방송에 익숙하지 않아서 진땀을 빼고 왔습니다.

전화로 상담을 하고 그 과정이 모두 촬영되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날아왔습니다. 그날의 주제가 부동산이었는데, ‘상담자가 소유하고 있는 땅에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거나 나무를 심어 놓은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상담자는 30여 년 전에 충남 서산에 위치한 땅을 700평 정도 샀습니다. 그 후에 동네 주민이 인삼을 키운다고 해서 그 땅을 빌려줬습니다. 그 인삼을 캐낸 후에 임대료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서, 더 이상 땅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자신의 땅에 뽕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주위에 물어보니 벌써 10년 넘게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마을 통장님을 찾아갔는데, 통장님은 “어차피 조만간 내려와서 살 것이니 동네 시끄럽게 하니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담자는 화가 나서 이 뽕나무를 파버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상담자는 뽕나무를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뽕나무는 상담자의 소유입니다. 토지소유자의 허락 없이 나무를 심은 경우에 그 나무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가 됩니다. 이것을 법률용어로 ‘부합(附合)’이라고 합니다. 즉, 붙어서(附) 하나가 됐다(合)는 것입니다.

토지 소유자는 이 뽕나무를 팔아버려도 됩니다. 물론 뽕나무를 심은 사람은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따라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이것은 차후의 부수적인 문제입니다. 만약 이 뽕나무가 심어져 있는 땅이 경매가 된다면, 경매절차에서 뽕나무가 경매목적물로 평가되지 않더라도 경락을 받은 사람은 뽕나무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성숙한 농작물은 농사를 지은 경작자 소유

다만, 이 사건과 달리 나무가 아닌 농작물의 경우에는 좀 주의해야 합니다. 판례는 농작물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몇 달 밖에 안 걸려서 소유자의 피해가 적다는 이유로 농작물의 경우에는 경작한 사람의 소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경작자가 무단으로 남의 땅에 농사를 짓더라도 농작물은 경작자의 소유가 됩니다. 따라서 누가 내 땅에 몰래 상추, 고추, 배추 등을 심은 경우에도 함부로 파내어서는 안 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절도죄 또는 손괴죄로 처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농작물이 아직 씨앗만을 뿌린 단계이거나, 싹이 나온 정도라면 파내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농작물이 성숙한 경우(독립성이 있는 경우) 이때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성숙한 농작물은 농사를 지은 경작자 소유입니다. 결국 상담자는 몇 년 안에 귀농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분쟁을 일으키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뽕나무를 심은 사람과 연락해서 협의를 해보겠다고 하셨고 상담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하나 주의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취득시효’의 문제입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에서는 ‘20년 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례 중에 땅을 사놓고 20년 이상 방치해 놓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칫 잘못하면 취득시효가 적용돼 토지의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취득시효의 주장 차단해야

땅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취득 시효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소유의 의사’가 없음을 증명해서 취득시효의 주장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정에서도 이 부분이 원·피고 간에 팽팽하게 다퉈지게 됩니다. 이 ‘소유의 의사’를 법률용어로 자주 점유라고 하는데, 용어는 단순해도 상당히 복잡한 쟁점입니다.

일단 20년의 기간이 경과하고 상대방이 이 취득시효를 주장한 이후에는 ‘자주점유’라는 쟁점을 깨뜨리기는 꽤 복잡합니다. 그런데 20년의 취득시효 기간이 지나기 전이라면,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도 이 ‘자주점유’를 부정할 수 있고 그 결과 취득시효도 부정됩니다. 20년의 기간이 곧 지날 예정이라면, 먼저 소송을 제기해 취득시효 기간이 지나기 전에 원만히 합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남의 땅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경작해 문제가 되는 사례에 대한 상담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땅을 구입해 놓고 수년간 방치해 놓았다가, 우연히 자신의 땅을 남이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사는 사회이니 만큼, 큰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취득시효로 인해 토지의 소유권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취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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