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섭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인터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프랭클린 코비 박사는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바로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어난 일에 어떻게 반응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비율은 10:90이라고 한다. 즉 사람의 인생은 10%의 일어난 일과 90%의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이란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논리를 리더십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리더십 역시 그 리더에게 일어난 10%의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90%의 반응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리더가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유효했던 리더십이 계속해서 유효할 것인지, 아니면 무용지물이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적응리더십’을 쓴 로널드 하이페츠는 10%의 변화를 적응적 변화(adaptive change), 또는 적응적 도전(adaptive challenge)으로 표현하면서, 리더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조직의 생사를 가늠하는 90%의 결정 요소라고 강조했다.
유태섭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경영지도사)는 “리더의 변화 적응력으로 부하의 ‘심리적 자본’을 강화하면 직원몰입(Employee Engagement)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을 넘어서는 직원몰입이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직원몰입은 조직에 대한 만족(조직몰입)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구성원들이 이성적, 감성적으로 추가 노력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조직시민행동으로 나타나 성과 향상을 위한 조직문화의 형성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직원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최근 들어와서 직원몰입에 관한 기업들의 강의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직원몰입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타워스 왓슨이 직장인의 몰입도를 조사해 본 결과, 리더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하직원의 몰입도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리더의 역할도 직원몰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럼 리더의 어떤 행동이 부하들의 직원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유 교수는 “현재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 오는 변화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식의 폭발’과 ‘공유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지식의 민주화’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화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지식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균등한 기회이며 상생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리더십 위기의 변화 요인은?…지식의 민주화
현대 사회는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다. 오늘날 인류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크기는 1200 엑사바이트라고 한다. 1 엑사바이트는 10억 기가바이트로, 이 지식을 CD에 담아 쌓게 되면 달까지 5개의 기둥을 세울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 인류가 태초부터 지난 2005년까지 모은 정보의 양이 약 150 엑사바이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2005년 이후부터 지난 10년간 인류가 축적한 정보의 양은, 인류의 역사기간 동안에 쌓아 놓은 정보보다 무려 7배에 달하는 추가적인 정보와 지식이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식의 98%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책을 통해서나 누군가의 머리에만 담겨 있던 지식이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서,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핸드폰 안에 들어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는 지식과 정보가 누구에게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모르는 것에 대해 먼저 공부한 사람, 먼저 경험한 사람, 먼저 산 사람 즉 선생(先生)에게 물어봤다. 특히 농본사회에서는 선생이 알고 있는 지식은 후생(後生)에게는 훌륭하게 유효한 지식이었다. 왜냐하면 농사 기술의 변화가 수천 년간 크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융복합화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를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생이 알고 있는 지식이 진부화의 덫에 걸리면서 후생에게 전혀 유효한 정보가 되지 못하고 있는 세상이 됐다.
지식의 민주화…리더십에는 어떤 영향?
유 교수는 “과거에는 조직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사인 리더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리더는 정보를 독점하면서 이것을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자리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썼던 것이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리더에게 물어보기 보다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웬만한 궁금증은 다 해소할 수 있고, 오히려 리더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현대 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진화는 지식의 모바일화를 촉진시켰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지식을 얻는 시대를 열었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 시대에서 스마트 데이터 시대로, 즉 대량정보에서 질적으로 양호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요즘 강의를 하다 보면 현장에서 핸드폰을 통해 강의 내용을 검색하고 확인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질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지식의 생성속도와 전이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의 폭발과 공유 현상이 리더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리더십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렌치와 레이븐은 권력의 원천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합법성, 처벌성, 보상성, 준거성과 함께 전문성이 권력의 원천이라고 정의한 것. 그런데 전문성을 토대로 하는 권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과거에는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리더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리더가 설령 자신에게 어떤 고약한 짓을 하더라도 그저 사부님으로 모시고, 그에게서 암묵지(언어 등의 형식을 갖춰 표현될 수 없는, 오로지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따라야만 했다.
유 교수는 “하지만 지금은 고약한 리더가 아니더라도 내 손의 핸드폰 등을 통해서 바로 필요한 지식을 언제든지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라는 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며 “만약 리더가 알량한 지식을 가지고 고약한 행동을 한다면 부하는 그를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때가 바로 리더십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리더 자신이 스스로 부단히 학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에게 없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그 역량을 조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습을 하는 것에는 시간적, 공간적, 지적 제한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제 리더의 역할은 자신의 지식으로 부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부하들의 역량을 잘 활용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이 바로 ‘지식경영’이다. 그러나 지식경영이 제도적으로 잘 정착해서 조직문화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직원몰입도 높여 어떻게 부하 역량을 활용할까?
네브라스카대학의 프레드 루단스 교수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자본으로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 PsyCap:싸이캡)을 강조했다. 기존의 세 가지 자본 즉, 경제적 자본, 인적 자본, 관계 자본으로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게 하는 차별적인 핵심역량을 보유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우뇌적 창의성이 새로운 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자본이 바로 조직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자본이다. 심리적 자본이 형성돼 있지 않은 구성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식, 관계 자본을 리더를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결코 내놓지 않는다. 지식경영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심리적 자본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리적 자본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자기효능감, 희망, 긍정성, 회복탄력성이 그것이다. 즉 리더는 부하들이 자신들을 유능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조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며,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역경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 교수는 “이러한 심리적 자본이 있을 때 비로소 그 부하 직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적, 지식, 관계 자본을 모두 내놓고 공유하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높은 직원몰입의 수준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리더십의 정수는?…성과 창출이 부하 성장을 동반해야
세상의 많은 리더들이 자신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뭘까? 어쨌든 간에 부하직원들이 자신이 지시한대로 움직이고 성과를 창출해 내니까 자신에게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권력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권력과 리더십의 차이는 그 원천에 있다. 권력은 지위에서 나오고, 리더십은 리더의 성품과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은 지위가 없어지면 사라지지만 리더십은 지위와 상관없이 지속된다. 유 교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리더십인지 지위인가를 아는 방법은 그 지위를 떠난 후에 알 수 있다. 그 지위를 떠났음에도 부하직원들이 계속 나를 찾고 고민 등을 상담한다면 리더십이고,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권력인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리더십과 권력을 구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조직이 성과를 내는 것은 똑같은데 그 과정에서 부하직원이 성장했다면 이는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부하직원이 성장은 고사한 채 탈진하고 지치고 이용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부하직원의 심리적 자본은 위축되고, 직원몰입도는 낮아지며, 자신이 가진 자본들을 더 이상은 내놓지 않게 될 것이다. 유 교수는 “조직이 이러한 악순환에 걸리게 되면, 그 조직은 결국에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게 된다”며 “성과 창출은 부하의 성장을 동반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정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변화의 시대에 리더의 적응력은 곧 자신이 변하는 것이며, 지식 폭발 시대에 진부화된 지식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해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더가 성장해야 부하도 성장할 수 있으며, 부하직원의 몰입은 결국 자신의 성장이 보장될 때,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체험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의 체험은 곧 심리적 자본인 자기효능감, 희망, 긍정성, 회복탄력성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 부하직원은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10% 변화에 대한 리더의 90%의 적응이 곧 부하직원의 몰입을 높이고, 심리적 자본을 향상시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 활용하게 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유태섭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 학력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
미국 DePaul Univ. Graduate School of Business. MBA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경력
현) Franklyn Covey Korea Sr. Facilitator
현) 근로복지공단 사외면접위원
현) 삼성SDS 멀티캠퍼스 LEAP 리더십 교수
새금강비료공사 대표
(주)성도 GL 경영지원본부장/상무
- 방송 KBS1 라디오 ‘현대인의 성공전략’(2012.10~2013.10)
한국직업방송TV ‘직장인의 리더십’(2011)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