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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아티스트, 비극적 현실에서 탈출시켜 줄 ‘유쾌한 영웅’

창작의 숨결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고, 주목받는 미술시장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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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7호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2014.02.24 11:23:13

미술을 공부하고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해가 거듭 될수록 많아지면서 어느덧 미술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상이 더해지면서, 작가들은 서로의 역량과 대중의 시각적 머무름을 의식하여 자신의 그림을 인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술가라는 여과지를 통해 세상의 담론을 만들어 나가는 그들에게 각자만의 색깔과 개성을 담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부담을 느끼는 작가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가며 재료와 물성의 특이함, 표현방식의 특이함 또는 장르의 특이함 등등 이 ‘특이함’을 앞세우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특이함’과 ‘새로움’의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분석해내지 못한 채 시각 매체 홍수 속,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한 방법으로 특이함만을 앞세워 승부를 거는 것이다.

이처럼 오감을 통해 온몸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긴장시키는 수많은 작품들 속에 어느덧 작가의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과감함, 여유, 비움 등과 기본에 입각한 예술가의 감각, 소위 ‘회화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새로운 작가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요즘, 화면 한 가득 형형색색의 작품들로 피로에 지친 나의 시각과 오감의 비움과 여유로움의 갈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현장에서 바라본 오늘의 미술계를 이야기 해본다.

▲국제갤러리 줄리안 오피 전. 사진 = 왕진오 기자


더불어 동시에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미술계의 모습 뿐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는 우리 젊은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여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권위주의적인 억압 속에서 자라왔지만 꾸준한 사회 발전 덕분에 미래에 대해서 희망적으로 생각하기 용이한 낙관주의인 어른들의 세대와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더 이상의 발전 없이 오래된 정체 상태를 통하여 전반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불안이 정신을 지배하는 특성 짙은 지금의 우리 젊은 세대들은 낙관주의를 갖기 어렵다.

비슷비슷한 이력서의 스펙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접관의 눈에 각인되도록 안간힘을 쓰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모습을 사회의 불안정한 문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만들어가야 할 예술가들 역시 미술 시장에서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물 나는 현실 속에서 적어도 예술에서 만큼은 이 모든 것을 환기시켜주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림미술관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몸 속 구석구석 신경세포 모두를 깨워 긴장시키고 숨통을 조여 오는 그런 작품들보다 때로는 예술가의 감각과 세상의 흐름 또는 트렌드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하다. 배짱 두둑한 판타지, 감동과 위로, 공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대중들에게는 더 절실하다고 기획자 입장에서, 동시에 불안한 현대인의 한 일원으로서 생각해 본다.

비극적 현실에 지쳐있는 젊은 현대인들의 영웅이 되어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또한 창작의 숨결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고, 조금 더 자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그러한 소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들 역시 주목받을 수 있는 미술 시장이 열리길 고대한다.

-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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