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4.02.24 11:28:46
미국드라마 ‘CSI’를 들어보셨나요? 미국드라마를 보지 않는 분들도 이 CSI라는 드라마는 한번 쯤 접해 보셨을 겁니다.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 격인 호레이쇼반장은 ‘호반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CSI는 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줄임말로, 과학수사 센터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경찰청 수사국 산하에 KCSI(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센터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과학수사’라는 모토로 과학과 분석에 근거한 수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과학수사 체험학교’를 실시해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CSI를 보다보면 DNA 수사를 통해 결정적 실마리를 찾고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 DNA를 통한 과학 수사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용되는 범죄 수사 방법입니다.
DNA라는 것은 생물의 생명현상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화학물질인 디옥시리보 핵산(Deoxyribonucleic acid)을 줄인 말입니다. DNA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쓰일 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식별하는데도 쓰입니다. 그리고 질병정보, 유전정보를 확인하는데도 활용이 됩니다. 요즘에는 사설 유전자 검사 정보 업체도 많이 생겼고, 병원에서도 건강검진시에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환자의 건강정보 제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DNA라고 하면 10여 년 전에 가수 ‘핑클’의 DNA를 담았다는 목걸이, 팬던트 등을 소속사에서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당시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라 주머니가 가벼웠는데, 얄팍한 상술임을 잘 알면서도 3개를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 여아를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과 경기도 일대에서 부녀자 8명을 납치·살해한 강호순 사건 이후, 이른바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습니다.
DNA법 제정…미리 보관된 DNA 정보와 비교
살인·강도·강간과 아동·청소년 상대 성폭력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DNA 정보를 수집해서 보관하는 것이 이 법의 골자입니다. 유사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DNA 정보를 미리 보관된 DNA 정보들과 비교해 범인을 잡는 것입니다.
이 법이 제정될 당시 소위 ‘인권단체’라는 곳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인권침해이다’, ‘유전정보를 어떻게 이용할지 모른다’는 점들을 들어 거센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은 이 DNA법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로 한 주장입니다.
DNA법 제2조 3호는 ‘DNA감식이란 개인 식별을 목적으로 DNA 중 유전정보가 포함돼 있지 아니한 특정 염기서열 부분을 검사·분석해 DNA신원확인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DNA법의 DNA는 DNA중 유전정보가 들어있지 않은 Junk DNA 부분이 채취됩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이며 지문처럼 개인을 식별하려고 할 때에 이용되는 고유 패턴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DNA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분과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DNA법은 후자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DNA 채취로 유전정보가 침해됐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그리고 구강점막에서 DNA를 채취하는 행위가 혈액 채취나 지문 채취에 비해 인권의 침해가 큰 지도 의문입니다.
더구나 DNA 채취는 강력 범죄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의 영장심사를 통해 판단하므로 영장주의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되는 범인을 빨리 검거하는 것이 국민의 인권보호에 이바지 하는 것입니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DNA법이 시행된 후 1년 동안 DNA를 채취하는 방법으로 500여건의 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했다고 합니다.
인권단체 주장과 달리 유전정보 침해 않아
DNA법 제정 이전의 범죄자의 DNA정보는 국가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범죄수사에 큰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저도 처음 DNA법에 대해서 여러 단체들이 내놓은 의견을 보고, 인권 침해가 심각한 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법을 살펴보니, 법을 만드신 분들이 인권이라는 측면을 많이 고려한 흔적이 보여서 안심했습니다.
다만, 현재 DNA 관리 기관이 검찰과 경찰로 나뉘어있고, 양자 간의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DNA 정보가 아무리 인권침해가 적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개인정보이니만큼 독립된 기관에서 엄격히 관리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DNA 채취의 오남용 부분에 대한 엄격한 통제도 따라 가야 합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