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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빅토리아 시대 낭만과 기이한 상상력의 세계

‘스팀펑크아트’, 현대 예술가들이 상상한 낯선 환상의 무대가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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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 기자⁄ 2014.03.17 13:54:49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스팀펑크아트’ 전시 전경 사진제공 = 아트센터이다


1980년대 공상과학소설의 하위 장르 중 하나였던 ‘사이버펑크’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를 주로 다뤘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공상과학소설가 K.W. 지터는 당시의 이런 새로운 경향을 ‘스팀펑크’라고 불렀다.

‘스팀펑크’는 산업혁명 시기를 대표하는 증기기관에서 따온 ‘스팀’과 현대사회의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를 지칭하기 위한 ‘펑크’를 결합한 단어였다. 이렇게 스팀펑크 문학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탄생은 새로운 장르의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스팀펑크’가 공상과학소설 속 한 장르에 불과했지만, 불과 십여 년 사이에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다양한 예술 분야에 수용됐다. 공예, 미술, 디자인,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한 각종 명품 브랜드에 차용되기에 이른다.

▲Kazuhiko Nakamura, ‘Automaton-Finish’ 사진제공 = 아트센터이다


빅토리아 미래주의? 21세기 복고주의?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팀펑크아트(Art of Victorian Futurism)’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자리에 공존하는 것 같은 스팀펑크아트의 매력을 확인할 기회이다. 국내에는 그 용어가 다소 낯선 ‘스팀펑크아트’ 작품들이 처음 소개되는 자리인 만큼 세계적인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회화나 오브제뿐만 아니라 영화, 디자인, 패션, 장난감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스팀펑크 작품 256점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팀펑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아트 도노반, 펄사 프로젝트, 야스히토 우다가와, 샘 반 올픈 등의 작품이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기도 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아날로그적 향수와 기계 미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은 역동적인 기계의 움직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뿌연 연기, 세피아 톤의 빈티지 감수성이 어우러지면서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마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기술자, 작가, 예술가들이 현재로 와서 작품을 창작한다면 어떤 형태일까를 상상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스팀펑크아트’ 작품을 성격과 장르에 맞게 4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미술, 공예, 디자인, 영화 등 영역을 넘나드는 스팀펑크아트

우선 ‘스팀펑크’란 용어가 생소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팀펑크의 역사를 일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스팀펑크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런던박물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국립철도박물관의 사진, 스팀펑크의 탄생에 영향을 준 케빈 웨인 지터(K.W. Jeter)의 대표작과 존 컬트하트(John Coulthart)의 일러스트 등이 소개된다.

이후에는 순수미술, 디자인과 공예,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 영역을 넘나들며 스팀펑크아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작품들로 살필 수 있다. 순수미술 분야에는 19세기의 기계적인 요소와 예술 작업을 접목한 일러스트, 조형물이나 조각 등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디자인과 공예 분야에서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스팀펑크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동시대 디자인 작품, 정교하게 재현된 구체관절 인형이나 스팀펑크 스타일의 의상과 소품 등이 소개된다. 스팀펑크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순수미술 분야에는 주로 19세기 테크놀로지와 기능적인 요소들을 작가가 재창조한 작업들이 흥미롭다. 화석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하여 존재 이유를 상실한 사물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팀펑크 작가 주드 터너(Jud Turner), 각종 혼합 재료와 독특한 에어브러시 작업으로 작품을 마치 오래된 유물이나 고풍스러운 기계처럼 보이게 하는 제이슨 브래머(Jason Brammer),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큰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었던 사업가들을 모티브로 금을 추출하는 기계를 선보인 조각가 박종덕 등 독특한 상상력의 작가들이 선보인 스팀펑크아트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Sam Van Olffen, ‘Licorne’ 사진제공 = 아트센터이다


디자인과 공예 분야에서도 각종 재료로 마치 SF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다양한 형태를 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시장, 폐품 처리장, 앤티크 상점, 경매소 등지에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사용된 부품을 수집해 로봇 조형물을 제작한 마틴 호스풀(Martin Horspool), 기계 장치를 이용해 해부학적으로 정밀하게 작업하는 킴벌리 하트(Kimberly Hart), 석분이나 레진 등의 재료로 구체관절 인형을 만들어 일본 의상과 소품을 입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인 임동아 등 작업의 관심사나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자유로운 감각과 유쾌한 상상력으로 스팀펑크 장르를 표현한다.

국내에서 많은 팬을 거느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도 스팀펑크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86회 아카데미상 단편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 후보에 오른 ‘Mr. Hublot’과 테오 얀센의 키네틱 아트를 기반으로 레고 조각을 이용해 만든 제이슨 올맨(Jason Allemann)의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인 스팀펑크아트 작품들을 한자리에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이외에도 스팀펑크 전문 작가들과 소통할 시간과 다양한 워크숍 등의 부대행사들이 전시가 끝나는 5월 19일까지 계속된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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