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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상실과 아픔 달래는 공감과 치유의 예술

유중아트센터, 5월 7일까지 ‘내면여행: 현대인의 상흔과 치유의 심리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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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5호 안창현 기자⁄ 2014.04.21 13:19:42

▲이지선, 명상하는 마음(Meditative Mind), screen, processing, arduino with sensors, 2007. 제공 = 유중갤러리


공황장애, 멘탈붕괴 혹은 힐링이나 행복같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는 오늘날, 끊임없는 경쟁사회에 현대인의 내면과 심리 상태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유중아트센터의 2014년 첫 번째 기획전 ‘내면여행: 현대인의 상흔과 치유의 심리학’이 5월 7일까지 열린다.

박지훈, 이지선, 윤예제, 이효정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상처 많은 현대인의 자회상을 드러내고 창작활동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감과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는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각박한 현대사회와 상처 많은 현대인의 자화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이에 개입하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살필 수 있다. 관객들은 어떻게 예술이 공감과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정교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의 조직망 속에서 끊임없는 경쟁만을 강요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안겨줬지만, 동시에 감정적 불안과 공허, 고독감, 소외감 등을 부추기며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마음의 병인 ‘우울증’이나 ‘자아상실’과 같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그러한 심리 상태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효정, ‘Thinking of You’, korean ink on chiffon, variable size, 2010. 제공 = 유중갤러리


현대사회의 이런 현상들과 상처 많은 우리 자신의 자화상은 예술가들의 작업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다양한 심리적 기제를 이용해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작업들이다.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박지훈은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인간이 여러 가지 제의적 행위를 시도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명상이나 요가, 참선 등의 수행 과정에는 언제나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박 작가의 ‘완전평형상태(Absolute Equation)’는 우리가 수평이 아닌 상태에 대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거나 결벽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그의 ‘화려한 결핍’에서는 인간이 영원히 해소하지 못하는 끊임없는 욕망이 조형적으로 독특하게 표현된다.

작품의 유리상자 안에 ‘감금’된 동물의 입안으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그 물은 떨어지자마자 뜨겁게 달구어진 열판 위에서 곧바로 증기가 되어 증발한다. 이는 감금된 동물의 갈증이 영원히 해소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윤예제 작가는 인간으로 태어나 누구나 겪는 사회화 과정들, 그러니까 사랑과 이별, 입학과 졸업, 특정한 인간관계나 경제활동 안에서 ‘작가’의 모습을 ‘늪’과 ‘웅덩이’라는 장소적 특성으로 강조하면서 마음의 휴식과 위안, 그리고 동시에 도피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Stay’는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어떤 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은 보이지 않는 작가의 마음속에 내재된 불안과 상처, 어둠을 감싸는 공간이며 하나의 도피처이자 방과 같은 존재가 된다.

반면에 이지선 작가의 ‘명상하는 마음(Meditative Mind)’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이를 정화하고 다스리는 정신 수련과 같은 작품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동양의 정신수양의 상징인 사군자와 자연의 이미지를 디지털 화면 위에 실연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에게 디지털을 활용해서 과거의 명상을 재해석한다.

▲박지훈, ‘완전평형상태(Absolute Equation)’, mixed media, 120x80x54cm, 2013. 제공 = 유중갤러리


스크린 앞에 설치된 다기 세트와 책은 사계절의 자연 이미지 및 평온한 음악과 함께 명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관객은 스트레스를 해소함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스리는 정신의 수련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특히 작품 속 음악은 뉴욕대학과 스타인하드 음악대학의 작곡과 하영미 교수의 음악이 사용됐다. 작품 발표 퍼포먼스에서는 하영미 교수의 음악이 오정희 가야금 연주자에 의해서 직접 연주됐다.

마지막으로 이효정 작가의 ‘Thinking of You’는 이지선 작가의 ‘명상하는 마음’과 같이 음악이 주요한 요소로 사용된 설치작품이다. 사운드를 이미지로 전환하면서 서로 다른 예술형식의 상호침투를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 ‘내면여행: 현대인의 상흔과 치유의 심리학’은 고도의 경쟁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들을 상실한 우리 누구나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품 자체가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차분히 작품을 대하면서 아픈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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