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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현장 - 백자(白瓷)에 취하다]미술, 백자를 품다

조선백자의 아름다움 표현한 작품 56점 선보여, 부암동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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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왕진오 기자⁄ 2014.04.28 13:57:01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전 참여작가 노세환의 짜장면집 백자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도공의 손끝에서 빚어진 백자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은근한 색채, 질박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은 한국적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우리 미술가들의 작품에 재현되어 왔다.

1930년대 도상봉(1902∼1977)을 비롯해 해방 이후 손응성(1916~1979) 등 아카데미즘 작가들이 백자정물을 선보였다. 김환기(1913∼1974)에 이르러 전통적인 문인화 형식을 현대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소재로 주목받았다.

이후 박서보(83), 이동엽(68), 정상화(82), 정창섭(1927∼2011) 등 1970년대 단색조 회화 작가들 역시 백자미학을 추상의 어휘로 변주하며 백자의 전통을 이어갔다.

조선백자의 정신은 우리 근현대미술에 오롯이 스며들어 또 다른 형태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미당 서정주(1915∼2000)는 ‘기도일’에 “저는 시방 꼭 텅 븨인 항아리 같기고 하고 또 텅 븨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狂風)을 제 안에 두시던지, 날르는 몇 마리의 나븨를 두시던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븨여진 항아리와 같습니다.”라며 백자에 미학을 표현했다.

▲서울미술관 야외 공원 내 석파정에 설치된 영상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러한 백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화가 27명의 회화, 설치, 도예 작품 56점이 4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 제1전시실에서 관객들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단순한 형태와 순백의 색감으로 인해 백자는 전통미의 대표적 표상으로서 사랑받으며, 1930년대 중반 이후 많은 미술가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작품의 직접적 소재로 탐구됐다.

이번 전시는 백자를 소재로 우리의 전통 미감을 드러내는 작품과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백자를 재해석하고 의미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작품, 그리고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도예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1930년대 이후 지속된 백자 취향, 백자 미학을 통시적으로 훑어보는 전시는 영상조형물이 설치된 Intro와 야외 공원 내 석파정 사랑채의 Outro 사이로 ‘백자, 스미다’, ‘백자, 번지다’, ‘백자, 이어지다’로 구분되는 세 개의 섹션을 통해 전통의 미학과 동시대 미학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예술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세기 만에 돌아온 김환기 화백의 ‘섬 스케치’ 눈길

백자의 형태와 선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 작품부터, 백자가 상징하는 정신성을 조형화한 작품, 백자의 미학을 추상의 어휘로 표현해 낸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과 이를 재현한 우리 미술 거장들의 높은 예술성이 드러난다.

전시장에는 ‘달 항아리의 화가’라 불릴 만큼 달 항아리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긴 김환기 작가의 추상화가 선보인다. 자신의 아호를 도자기의 샘이라는 의미인 ‘도천(陶泉)’이라 지을 만큼 도자기를 사랑하며 그 아름다움을 사실적인 정물화로 표현했던 도상봉, 단정하고 차분한 필치로 도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손응성 등의 작품이 걸렸다.

김환기는 일전에 조선백자에 대해 “항아리의 매력은 역시 한마디로 말해서 아름다워서일 것입니다. 그러면 이 항아리의 아름다움, 항아리들의 미는 왜 아름다운 것인가. 어디가 어때서 아름다운 것인가, 또 이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건가…. 이 ‘평범’이라는 것이 조선자기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선항아리는 철두철미 평범합니다. 평범한 우리 생활기(生活器)입니다”고 표현했다.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전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미술관에 걸린 김환기의 작품을 관객이 감상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특히 반세기 동안 한국을 떠나 있다 2013년 서울미술관측이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서 구입한 1940년대 제작된 김환기 화백의 ‘섬 스케치’가 눈길을 모은다. 이 작품은 김환기의 고향인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단순화시킨 그림이다.

또한 동시대 미술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되고 의미의 확장을 이룬 컨템포러리 작품들이 전시된다.

백자 모티브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극사실적으로 재현한 고영훈(62), 백자의 고색찬연한 아름다움을 홀로그램적인 신비로운 화면으로 표현한 손석(59), 달 항아리에 민족 통일과 인류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54), 쇠파이프를 이용해 달 항아리의 신비로움을 일루전으로 표현한 박선기(48), 고대 백자 유물을 기록하고 그 아름다움을 새롭게 제시하는 구본창(61)의 작품이 함께한다.

한편, 미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조선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도예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백자의 아취와 장인들의 불세출의 예술혼을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됐다.

조선백자의 복원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고(故) 한익환, 물레 성형의 원 형태를 파괴하는 파격의 미를 추구하는 김익영, 광주 왕실도자기 초대 명장인 박부원, 조선시대 청화와 철화백자의 깊은 미감을 재현해내는 한상구, 9대째 도자 가업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사기장 1호 김정옥,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의 최고 컬렉션에 꼽힌 달 항아리의 작가 박영숙의 작품이 전시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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