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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한국과 아랍의 공통분모 ‘상실과 사랑의 노래’

광주시립미술관 중동현대미술특별전, 두 여가수 가상 만남 통해 드러난 민족의 아픔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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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안창현 기자⁄ 2014.05.29 08:51:03

▲Fouad El Khoury, ‘Suite Egyptienne’, 실버 젤라틴 프린트, 8 photos selected, 1985-199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중동현대미술특별전 ‘상실과 사랑의 노래(Songs of Loss and Songs of Love)’는 광주시립미술관과 5·18기념재단이 공동으로 7월 13일까지 개최하는 아랍권의 대규모 현대미술 전시이다.

2012년 카타르 도하의 아랍현대미술관 개관전 감독을 역임한 샘 바더윌과 틸 팰라스가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아 아랍 출신 작가 18명의 현대미술작품을 통해 중동의 정치, 사회, 인권, 평화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겸 영화감독 쉬린 네샤트,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아랍에미레이트 대표작가인 모하메드 카젬,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포어드 알 쿼리 등 아랍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현대미술가들이 이번 전시에 대거 참여했다.

특히 이번 중동현대미술전은 식민과 전쟁을 공통적으로 경험한 한국의 이난영과 이집트의 옴무 쿨숨이라는 두 여가수의 가상 만남을 통해 ‘상실’과 ‘사랑’이라는 한국과 아랍의 공통된 정서를 표현하는 점이 흥미롭다.

두 여가수는 모두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에 민족의 애환과 희망을 노래로 표현했다.

▲Mohssin Haraki, ‘Inconnus’, 종이에 드로잉, 2013.


이난영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한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한 명이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악시 아롱진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그녀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1930년대 일제 식민 통치 시기에 한국인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옴무 쿨숨 역시 이집트뿐 아니라 전 아랍권의 가요사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로, 자기 조국의 식민 피지배와 왕정 패권에 대해 저항의 편에 섰다.


이난영과 옴무 쿨숨이 실제 만났다면?

그녀의 ‘알-아트랄’(흔적)은 상실의 순간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활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나의 가슴은 사랑이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아요/ 사랑은 지금은 무너져버린 내 상상의 요새였지요/ 나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세요, 같이 사랑의 흔적을 마셔요...”

‘목포의 눈물’과 ‘알-아트랄’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이난영과 옴무 쿨숨이 그들의 노래와 삶 속에서 자유와 생존을 위한 보편적인 호소를 하기 때문이다.

▲Zineb Sedira, ‘Shipwrecks: the death of journey 5’, 멀티채널 비디오, 120×100cm, 2008.


이번 전시 ‘상실과 사랑의 노래’는 두 가수가 서로 만난다는 가상의 상황을 전제한다. 물론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이들 모두 서로의 삶과 노래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만났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면서 전시는 흥미를 자아낸다.

가상의 만남을 통해 두 여가수는 음악과 정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교환한다. 그들은 어떻게 가수가 되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했고 명성을 쌓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난영은 옴무 쿨숨을 위해 ‘목포의 눈물’ 몇 소절을 부르고 옴무 쿨숨은 이난영에게 ‘알-아트랄’ 몇 소절을 불러주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간다. 그리고 그녀들은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고 콘서트도 같이 하기로 약속할지 모른다.

전시는 이런 흥미로운 가상의 상황들에서 출발해 이난영을 방문하는 옴무 쿨숨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이번 전시에서 한국을 찾은 아랍의 미술작품들처럼 말이다.

각각의 출품 작품은 특정한 주제를 반영하고 저마다 표현의 다양성을 갖지만, 옴무 쿨숨의 삶과 음악 또는 그 음악의 주제로부터 차용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Adel Abidin, ‘Three Love Songs’, 동기화된 3채널 비디오설치, 2010.


그녀의 음악회나 노래에서 발췌한 것, 옛날 사진들의 재작업, 논란이 많았던 정치계와의 관계 등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때때로 이런 연결고리가 직접적이어서 쉽게 인식 가능하지만, 미묘하게 감춰져 있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작품에서 옴무 쿨숨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은 아이콘으로서 중동 지역에서 가지는 위대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중동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담고 있다. 작가들이 살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삶의 다양한 국면들과 함께 이를 담은 풍요로운 예술의 모습까지 관객들은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과정을 지나온 중동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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