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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수익금 나눠 줬는데 퇴직금 줘야 한다(?)

근로자 인정 시 지급의무…적절한 계약서 작성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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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5.29 08:55:4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뷰티 업종의 자문을 하다보면, 자문의 내용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최근에 제게 가장 많이 자문을 구하는 부분이 퇴직금 문제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미용사의 퇴직금 분쟁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뤄 보겠습니다.

성동구에서 미용실 B 헤어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 원장님은 헤어 디자이너(미용사) 한명을 채용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서에는 ①소득정산 및 배분에 대한 내용 ②퇴직 후 B 헤어스튜디오의 4km내에서 미용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③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고객 기록은 B 헤어스튜디오 고유의 재산임으로 고객의 정보를 유출할 경우 2000만원을 배상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원장님과 헤어 디자이너는 쉬는 날 지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다가 헤어 디자이너가 미용실을 관두게 됩니다. 그런데 이 헤어 디자이너는 미용실을 관두면서 고객의 시술종류와 금액이 기록된 고객카드를 훼손했고(고객의 전화번호 및 주소는 훼손 안 됨), 퇴직 후 500m거리의 길 건너 A 미용실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김 원장님은 매우 화가 났고, 헤어 디자이너를 상대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A 미용실에 근무하지 말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헤어 디자이너는 오히려 김 원장에게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반소)을 제기하게 됩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김 원장님은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헤어 디자이너가 제기한 ‘퇴직금’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무효’

자신의 회사 또는 업소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을 ‘경업금지(競業禁止) 약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다른 미용실로 옮기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 조항을 무효로 봤습니다. 법원은 그 이유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 무효인 계약조항”이라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헤어 디자이너가 근무하는 동안 교육 훈련 등을 통해 특별한 미용기술을 전수받는 등의 영업 비밀을 얻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고객은 미용실의 브랜드 가치를 보고 미용실을 선택한다는 점, 미용사가 업무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들어 김 원장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고객카드 훼손에 대한 책임

법원은 헤어디자이너가 B 미용실의 고객카드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서도 패소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김 원장님과 헤어디자이너 간의 계약서에서는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고객 기록’에 대해서만 훼손하지 않기로 했는데, 헤어디자이너가 퇴직하면서 폐기한 고객카드에는 고객의 시술종류와 금액이 기록돼 있지,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기재된 손해배상과 관련해서 김 원장님은 패소했습니다. 만약 고객카드 훼손에 대해서 형사문제를 삼아 고소를 제기했다면 형사처벌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에서는 이런 정황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헤어디자이너를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라고 인정해 퇴직금 지급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사실 김 원장님의 입장에서는 미용사가 자신의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마다, 인센티브를 줬고 모든 세금을 자신이 처리했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경우 손해를 보는 실정입니다.


퇴직금 지급의무 핵심은 ‘종속관계’ 여부

법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감독 여부(업무내용, 취업규칙, 복무규칙), 근무시간 등이 사업주의 지시에 의해 정해지는지, 업무를 제3자에게 대체시킬 수 있는지, 업무에 사용하는 장비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사업 소득세를 내고 있는지, 매출에 대한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위의 기준에 따라 미용사를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봤고, 결국 김 원장은 헤어 디자이너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위에서는 미용실의 예를 들었습니다만, 비슷한 형태의 근로관계를 맺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특히 에스테틱, 마사지, 두피 관리, 피부 관리 샵 등에서는 거의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확립된 기준 없어…적절한 계약서 작성을

김 원장님의 입장에서는 사업 소득을 나눠 준 사업 파트너와 마찬가지인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개별 미용사에게 각각 사업자등록을 내라고 하니, 일할 사람을 구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난감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아직까지 법원의 확립된 기준은 없습니다. 기존에 판례에 제시된 기준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퇴직금 분쟁은 유사한 형태의 사업 운영을 하는 모든 업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각 업소의 구체적인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최대한 치밀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만이 현재 가능한 수단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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