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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중국 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⑤]중국식 성과와 한국식 상식

중국인과 상담에서 답답할 때 하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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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1-382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6.05 08:53:4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왕주임: 찐따이리, 짜이빵워원이시아베이. (김대리, 네가 한 번만 더 물어보면 되지! 金代理,再帮我问一下呗.)

김대리: 티엔나, 니하이랑워원취아? (세상에! 나보고 또 가서 물어보라고? 天那,你还让我问去啊?)

왕주임: 치스워예뿌시앙마판니더, 부꾸어워샹쓰종쥐에더하이스니쭈에이카오푸러, 판스또우랑워원니, 워예스지아쨔이쫑지엔커우나이러. (사실, 나도 너를 귀찮게 하기는 싫어. 그런데 상사 말씀이 ‘그래도 네가 제일 믿을 만하다’며 너에게 질문하라는데 어떡하겠니. 나도 중간에서 정말 힘들어. 其实,我也不想麻烦你的,不过 我上司总觉得还是你最靠谱了,凡事都让我问 你,我也是夹在中间可无奈了.)

김대리: 부후웨이바? 워하이야오치우니뚜어샤오후웨이야? 니샹스찌란쩌머신라이워 더후아젼머하이뿌파꽁한꾸어라이너? 쟌요우부스나쥬웨이빤스얼, 종스쪄양원라이원취더, 찌아오젼머짜이빵니먼너? (설마 했는데 정말! 내가 너에게 얼마나 더 부탁해야 되니? 너의 윗분이 날 믿는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공문을 안 보낼 수 있어? 우리가 입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잖아. 계속 묻기만 하면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주라는 거야? 不会吧?我还要求你多少回呀! 你上司既然这么信赖我的话怎么还不发个 公函过来呢? 咱又不是拿嘴办事,总是这样问来问去的,叫我怎么再帮你们 呢?)

왕주임: 난따오니칸부츄워샹쓰스쳥신쳥이더마? 니쓰네이뿌더, 빵워먼원거스칭요우젼머러야? 워먼스파완이, 완이워먼시엔파러꽁한, 쪄스뿌투어러세이라이푸져야? 니빵워먼원칭추러,워먼쥐에더쩌스취에스카오푸더후아컨딩후웨이마샹바꽁한파꾸어취더, 쟌부챠쩌이후웨이바? (내 상사의 진심이 안보이니? 너는 내부에 있는 사람이잖아. 우리를 위해 한번 확인해 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는거야. 우리는 그저 만약이 두려워 그러는 거야. 공문 먼저 보냈다가 일 성사되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건데? 네가 확실하게 물어봐줘. 우리는 이 일을 정말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면 공문을 바로 보낼거야. 한 번 더 묻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잖아? 难道你看不出我上司是诚心诚意的吗? 你是内部的,帮我们问个事情又怎么了呀?我们是怕万一,万一我们先发了公函,这事不妥了谁来负责呀? 你帮我们问清楚了我们觉得这事确实靠谱的话肯定会马上把公函发过去的,咱不差这一回吧?)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김대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당장이라도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꼬우러! 꼬우러!(됐어! 이제 그만해 ! 够了!够了)”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래도 꾹꾹 눌러 참았다. 

오늘도 판공실 왕주임과의 네버 엔딩 설전이 시작됐다. 한국은 비즈니스에서 공문이 우선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적어도 일백 번은 말한 것 같다. 한국의 관습을 설명할 때 마다 왕주임은 고개를 흔들며 “구어칭뿌이양(나라마다 관습이 달라. 国情不一样)”이라고 한다.

▲판이의 뇌 구조, 인간의 뇌는 이성적인 인간의 뇌와 본능적인 포유류의 뇌 그리고 원시적인 파충류의 뇌 3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중국은 충분한 협의 후 결론이 서야 공문을 보내는 문화라고 맞받아친다. 쇠귀에 경 읽기다. 김 대리는 후회가 밀려온다. 중국 출장 중에 받은 환대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중국 출장 갔을 때 빼갈도 따로 챙겨주는 등 살갑게 군 게 목적이 있는 듯했다. 어이가 없다. 게다가 청산유수여서 더 얄밉다. 불쾌함을 넘어 이용당한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 마음의 빚이 있으면 어떻게든 갚으려고 한다. 김대리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은 흔쾌히 요청에 응했다. 중국 출장에서 도움을 받은 이유만은 아니다. 업무관계로 계속 만날 사이기에 ‘좋은 게 좋다’는 마음도 많았다.

그런데 웬걸. 한두 번도 아니고 매사 질문 공세다. 하도 많이 묻기에 답할 내용도 없을 정도다. 윗분들도 ‘업무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질타를 시작한다.

김대리는 중국어 특기자로 입사했다. 주위의 기대를 한껏 받았지만 매번 중국인과의 만남에서 협상스킬 부족을 절감한다. 중국에서 몇 년을 유학했는데, 중국어 공부를 몇 년을 했는데, 여전히 중국인과의 소통은 어렵다.

그 이유는 하나다. 중국의 이(異)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언어만 익혔기 때문이다. 말은 생각대로 나온다. 한국식 사고로 중국어 단어를 나열하는 것은 진정한 중국어와는 거리가 있다. 감정교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다. 게다가 ‘중국식’ 사회주의 국가다. 우리와 정치 이념이 다르다. 같은 사물을 봐도 사고의 흐름이 다르다. 생각이 다르기에 언어습관, 행동양식도 매우 다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언어통제 정책을 펼쳤다. 우리의 사고를 장악하고, 행동양식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얹어가기,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것이 중국의 사고구조다.


비즈니스에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담당자들에 비해 유독 중국 업무자들이 힘들어 한다. 이는 중국의 문화배경과 연관이 깊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지만 성공 못지않게 실패 사례도 많다.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벗겨도 속을 알 수 없는 양파와 같은 현실에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들은 간단한 영어도 다 중국어로 바꿔 사용한다. 우리와는 다른 상식 세계인이다. ‘중국식’ 만 붙으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등소평의 ‘백묘흑묘론(白猫黑猫论)’마저 더해졌다. 누가 중국인을 만만디(느리다, 慢慢地)라고 했는가.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최고라는 생각이 중국인의 사고구조다. 상대의 입장이 곤란하든, 말든 궁금증만 해결하면 된다.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는 일에만 한없는 만만디다. 다른 사람이 줄을 서거나, 말거나 새치기를 해서라도 먼저 계산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같은 사고인에게 우리의 상식이 통하기를 바라는 게 어쩌면 ‘더 이기적’ 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문화의 접점에서 혼돈 순간마다 읋조리는 주문이 있다. “1번 뇌야 어딨니?”

미국의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폴 맬린 박사는 ‘뇌의 삼위일체설’을 말했다. 인간의 뇌는 이성적인 인간의 뇌, 본능적인 포유류의 뇌, 원시적인 파충류의 뇌 3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편의상 각각 1번 뇌, 2번 뇌, 3번 뇌라고 명명한다면, 이성적인 1번 인간의 뇌는 평소 다른 두 뇌를 잘 감싸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스트레스를 받은 2번 동물의 뇌가 본성을 드러내고 폭발한다. 이문화가 충돌하는 순간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 2번 동물의 뇌는 싸우고자 하는 본능을 맘껏 드러내려고 한다. 우리는 이 순간을 재빨리 깨달아야한다. 깨닫는 순간 1번 뇌는 2번 뇌를 다독이며 말한다. “우리와는 문화가 달라, 이건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충분히 저럴 수 있어.”

중국인과의 소통에서 답답함을 느끼는가. 상식이 안통하고, 말도 통하지 않아 화가 나는가. 그러면 외쳐보라. “1번 뇌야 어딨니!”

정지우 = ‘중국문화 동시통역사’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다. SBS,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의 동시통역사로 인기가 높다. 대법원 등의 관공서에서 통역을 하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CJ 등 글로벌 기업에서 중국 비즈니스 매너에 대해 열강하고 있다. 중국 북경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중국 교육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이(異)문화 코칭 전문강사다. 주중한국대사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당관, 인천시 중구청 국제교류담당관을 지냈다. www.chinacs.kr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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