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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낡고 오래된 집에 예술을 입히다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 9’

성북동 낡은 가옥이 작업 공간 변모…공간 재생의 의미 살리는 작업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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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9-390호 안창현 기자⁄ 2014.08.04 14:35:38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 9’의 1부 전시 중 ‘오종원 기획-김덕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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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주택가와 재개발 지역이 공존하며 한국사회의 과도기적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성북동, 그 가운데 낡은 기와가 얹혀있는 오래된 단층 가옥 2채가 있다. 빗물이 새는 구멍 난 천장, 짙은 곰팡내, 켜켜이 쌓여있는 빛바랜 벽지 등 그야말로 ‘오래된 집’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62-10번지와 62-11번지. 급격한 세월의 변화에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집’은 성북동의 지역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캔 파운데이션이 진행하는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는 낡고 오래된 이 공간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성을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드러내기 위해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유목연 작가의 ‘MY Cooking Class_The Old House’ 전시전경. 사진 = 안창현 기자


그동안 예술가들은 ‘오래된 집’에 잠시 머무는 이방인이면서 거주자로 공간을 해석하고 관찰한 흔적들을 담아냈고, 그로 인해 누군가 오랫동안 살았을 이 공간은 예술가들의 숨결과 작업의 흔적들로 지난 시간의 지층들을 조금씩 드러냈다. 또한 새로운 기억을 가진 장소로 재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6년간 캔 파운데이션이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성북동의 낡은 가옥을 작가의 레지던시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오래된 집과 함께 호흡하며 이 장소에 스며있는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풀어 나갈 작가들을 선정했다.

올해에도 지난 6월에 진행한 공모에서 김현주, 오종원, 유목연, 최성록 작가가 선정되어 각각 1부와 2부로 나뉜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7월, 8월의 장마 기간에 흥미로운 퍼포먼스와 전시를 함께 진행해 눈길을 끈다.

7월 27일까지 진행한 1부의 전시 ‘장마 프로젝트’에는 오종원, 유목연 작가가 참여해 오래된 집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작업을 선보였다. 두 작가는 오래된 집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소박한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62-10번지의 ‘오래된 집’. 사진 = 안창현 기자


먼저 오종원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 자신의 전시가 아니라 김덕수 씨의 개인전을 기획해 선보였다. 작가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내러티브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우연히 김덕수 씨를 알게 된 작가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삶, 그리고 산업 역군으로 불려왔던 전후 세대의 삶이 무척 극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1957년생인 김덕수 씨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철이 들기도 전에 당장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낡고 오래된 삶의 공간을 재생하는 예술적 실천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김 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미술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삶의 여유를 갖게 되면서 다시 잡게 된 붓은 그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오 작가는 “오래된 집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공간의 특수성이 강한 곳이다. 이곳에서 태어나는 작품들은 단순히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기보다 그 작가와 공간이 짝짓기를 하는 것처럼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김덕수 씨의 삶과 그의 그림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김덕수 씨의 뒤늦은 그림이 오래된 자신의 꿈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집이 갖는 장소성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오래된 집과 김덕수 씨의 삶이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것이다.

반면 유목연 작가는 ‘MY Cooking Class_The Old House’를 진행했다. 작가는 오래된 집에서 요리 강좌를 열고, 전국 각지를 떠돌며 경험한 작가의 음식에 대한 견해를 강좌를 통해 풀어내려는 것이다.

▲‘오종원 기획-김덕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 = 안창현 기자


유 작가는 “크고 작은 고민과 무수한 선택의 연속, 그리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견해의 차이들이 천차만별의 요리를 만들게 한다. 요리강좌를 통해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차이에서 오는 맛의 변화는 오감을 통해 감지된다. 작가는 결국 “요리교실에 참여한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오감을 열고, 이 작고 오래된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 9’에서 1부 ‘장마 프로젝트’를 선보인 두 작가의 작업은 모두 낡음과 재생의 의미를 예술적 실천을 통해 접근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낡고 오래된 삶의 공간을 재개발이라는 개발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닌 대안적 관점을 모색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프로젝트의 이어지는 2부 전시는 김현주, 최성록 작가가 참여하며 8월 12일부터 9월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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