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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중국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⑧]삼성, LG, 이랜드, 한류스타…“중국인 마음을 열자”

대륙에 부는 세 가지 변화는 웰빙, 착한소비, 공익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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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9-390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8.04 14:43:4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아들: 마마, 워 찌우 야오 농푸샨취엔! (엄마, 저는 농푸샨취엔만 마신다니까요! 妈妈, 我要农夫山泉。)

엄마: 하오러, 얼즈. 꾸아이. 마마 쯔따오러. 쩨이 거 찌우 칸 이옌 아! (알았어, 아들. 착하지. 이건 그냥 잠깐 보기만 할께. 好了儿子, 乖。妈妈知道了。这个就看一眼啊)


아들:
뿌씽! 워 슈어러 찌우 야오 농푸샨취엔! 니 하이 칸 비에더 깐마야. 니 따오스 쿠아이디엔 팡시아 마! 농푸샨취엔! (안돼요. 저는 농푸샨취엔만 마실거예요. 다른 것은 볼 필요도 없어요. 그냥 빨리 내려놓으세요! 농푸샨취엔 산다구요! 不行! 我说了就要农夫山泉! 你还看别的干嘛呀? 你倒是快点放下嘛! 农夫山泉!)

엄마:
아야, 쩌 하이즈 따오디 젼머러야! 비에런 또우 칸 져 쟈면 아, 니 슈어 띠우 뿌 띠우 리엔아 하? (아니 애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다른 사람이 쳐다보잖아. 창피해서 정말! 啊呀, 这孩子到底怎么了呀! 别人都看着咱们啊! 你说丢不丢脸啊, 哈!)


장소는 중국의 유명 백화점 수입식품 코너. 중국은 지금 먹거리 파동이 심하다. 한 여성이 어린 아들의 음료로 알프스 만년설로 만든 고급 생수를 유심히 살핀다. 그런데 아들이 비싼 수입 생수를 애써 외면한다. 구입하려는 엄마에게 큰 소리를 질러가며 말린다. 아들은 싼 중국 생수만을 마시겠다고 생떼를 쓴다. 여성은 요란스럽게 소리치는 아들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 어린 아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베이징에 사는 시아오팅씨(43세)는 남부럽지 않은 수입의 전문직 여성이다. 남편도 글로벌 통신기업의 우한(武汉)지사장이다. 먹고 사는 것에는 전혀 지장 없는 가정이다. 중국인들은 시아오캉(小康)-중챤찌아팅(中产家庭)-푸위찌아팅(富裕家庭)으로 가정 경제의 이동상승을 꿈꾼다. 시아오캉은 연 수입 20만 위엔~40만 위엔의 가정이다. 의식주 걱정 없이 물질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중국이 2020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상이다. 중챤찌아팅은 연 수입 40만 위엔~80만 위엔의 가정으로 중산층이다. 푸위찌아팅은 연 수입 80만 위엔~ 200만 위엔의 부자다.

푸위찌아팅을 눈앞에 둔 이들에게는 8세 아들이 있다. 수입 생수는 국내 생수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넉넉한 이들에게는 가격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도 유독 저렴한 국내 생수를 고집하는 아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엄마가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 아들에게는 비싸도 좋은 제품을 주고 싶어. 그런데 아들은 왜 이 생수만 고집할까?

아들:
엄마, 이 생수는 한 병 마실 때마다 10전(1/100위엔)이 적립돼요. 어려운  아이를 도와 줄 수가 있대요. 그러니깐 저는 이 생수만 마실래요.

엄마:
그래?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어?

아들:
아이패드로 게임할 때 광고에서 봤어요. 엄마도 TV의 생수광고에서 보셨잖아요. 기억 안나요? 우리는 어려운 아이를 도와줘야 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 생수만 사세요. 알았죠.


▲농푸샨취엔 광고

불현듯 TV에서 본 생수광고가 떠오른다. “이 핑 슈웨이, 이펀 치엔. 빵쥬 수웨이위엔띠 더 핀쿤 하이즈”(물 한 병, 1/100원, 수원지의 빈곤학생들을 돕습니다.  一瓶水,一分钱,帮助水源地的贫困孩子。)라는 슬로건을 내건 생수광고다. 돈이 없어 공부를 할 수 없는 어려운 아이들을 소개한 후 화면을 가득 메운 한마디로 큰 감동을 준 광고다. 겨우 생수 한 병으로 힘든 아이를 도울 수 있다. 이 같은 광고를 보면 누구나 가슴이 뭉클할 것이다.

간단하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뭉클한 스토리에 마치 표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강한 한마디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익광고 스타일의 생수광고는 어린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엄마는 깊은 속내의 어린 아들이 대견했다. 그와 함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아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생수 10상자를 배달시켰다. 아들은 “엄마가 최고예요, 엄마 덕에 어려운 친구들이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신나 했다.

많은 중국 부자들이 투자이민을 떠난다, 중국인은 애국심이 없다고 난리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반듯한 어린이들이 자라고 있다.

중국 국내 생수시장의 1위는 단연 와하하(娃哈哈-아기가 웃는다)였다.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을 한다. 한족은 1가구 1아이만을 낳을 수 있다. 아이가 귀한 중국의 부모는 소황제인 자녀에게 좋은 것은 빚을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와하하는 ‘와하하를 마시면 아이가 건강해 하하하 웃는다’는 슬로건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내에 신선한 바람 세 가지가 불고 있다. 웰빙, 사회적 기업을 통한 착한소비, 공익사업을 통한 애국심 고취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세계 소비시장의 리더로 발돋움했다. 중국은 이제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꾼다. 바른 먹거리뿐만 아니라 착한 기업을 동시에 지향하며 스마트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이꾸웨이(海龟-해외유학파)들의 대거 진입으로 안목 또한 높아졌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애국정신과 국위선양 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써야할 돈이라면 좀 더 의미 있게, 가치 있게, 나라를 위해 쓰자는 물결이 거세다.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공익 개념에 초점을 맞춘 농푸샨취엔의 슬로건은 더 많은 중국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빠른 시간에 요지부동 업계 1위의 와하하를 제치고 선두로 치솟았다. 이 회사는 사천성 지진 때 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일선으로 달려갔다. 중국의 우주항공사업 발전을 위해 큰돈을 기부했다. 그 결과 우주 항공원 공식 생수로, 아테네 올림픽 중국 대표 선수단 공식 생수로 지정됐다.

나라를 위해 공익사업을 하는 착한 기업이라면 품질 역시도 믿을 수 있다는 게 중국인들의 생각이다. 적은 돈으로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인에게 크게 부각됐다.

사실 중국의 공익사업은 그 역사가 유구하다. 지금부터 약 25년 전인 1989년에 중국 청소년 발전 기금회(中国青少年发展基金会)가 중국 최초로 빈곤지역의 어린이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고,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시왕공쳥(희망프로젝트 - 希望工程,Project Hope)’은 오늘날의 공익사업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삼성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7년간 중국에 110개의 희망초등학교를 설립하고 거액의 장학금 기부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중국의 어린이 인재들을 육성함과 동시에 공익사업을 통한 선한 기업 이미지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물 한병. 1/100원. 수원지의 빈곤학생을 돕습니다’라는 생수광고가 나오는 등 현재 중국에서는 착한 기업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요즘 연일 탤런트 박혜진의 중국내 공익활동 행보가 이슈다. 올해 초 한국인 연예인 최초로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회 배우공민공익대상’을 수상한 박혜진은 중국의 최대 언론인 인민일보에서 대서특필됐다. 작년 수상자인 판빙빙과 같은 월드 톱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에선 조연급 배우인 그가, 공익대상 수상과 동시에 15억 중국 인민이 사랑하는 배우로 순식간에 부상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권위 있는 ‘모친수조 공익행사(母亲水窖公益活动)’ 에서도 역시 한국인 최초로 월드스타 성룡과 함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중국 어린이들을 뜨겁게 사랑합니다(热爱中国儿童)’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본 행사는 성룡을 비롯한 중국을 대표하는 300명의 스타들이 평소 언론에 노출을 꺼렸던 자신의 2세들과 함께 참여할 정도로 뜻 깊은 행사다. 중국 주요언론이 앞 다퉈 보도할 만큼 관심을 받았다. 모친수조는 중국 부녀발전기금회가 2011년에 설립했고, ‘대륙의 사랑, 모친수조大地之爱·母亲水窖)’라는 슬로건 아래 중국 서부지역의 물부족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이로써 영향력이 급부상한 박혜진은 모든 행적이 중국 언론의 이슈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는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한류 붐에도 일조했다.


중장기적 중국 마케팅 고민해야

한류 남성 그룹 엑소의 멤버들 역시 중국 톱가수 한홍(韩红)과 함께 ‘칭하이로 가겠습니다(워야오취칭하이-我要去青海)’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중국의 불우이웃을 찾아 떠난다는 의지를 밝혀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했다. 착한 연예인이라는 이미지 상승효과가 더해진 것이다.

한발 앞서 나간 한류와 공익 광고와의 만남도 흥미롭다. 작년 여름 유튜브에는 중국 소방당국이 한류 걸 그룹 크레용팝 ‘빠빠빠’를 패러디한 공익 캠페인 동영상이 올라왔다. 방화복과 헬밋을 착용한 중국 소방공무원 5명이 ‘빠빠빠’ 원곡에 맞춰 등장했다. 표정 없는 얼굴과 절도 있는 안무로 시작한 영상은 사무실·바닷가 등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약 20명의 소방관들이 소방차 위에서 ‘직렬 5기통 춤’을 춘다. 영상 중간에는  만리장성 여러 관문 중 가장 웅장한 ‘천하제일관(天下第一館)’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도 나온다. ‘소방차량 전용도로 주정차 금지’, ‘인화성 물질 옆 흡연 금지’ 올바른 소화기 사용법 등 다양한 소방안전 관련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가기관의 위신과 권위를 제일로 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임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충격적인 변화다.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인 공익과 한류의 완벽한 조합인 영상은 곧 최신 트렌드인 ‘융합’과도 일치한다.

이랜드 역시 중국공익 자선기업상을 수상했다. 중국내 입지를 굳히며 중국인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서 보다 중국에서의 브랜드 가치가 더 높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들이 앞 다퉈 이랜드 매장을 찾는다. 2004년 사스 발생당시에도 LG 임원진들은 귀국 대신 워 아이 쭝구어(我爱中国 - 사랑해요 중국)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봉사활동에 나서 기업이미지를 크게 높혔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참인 중국이지만 판매수익의 일부를 운남성 수질 개발에 기부하고 있는 SK2 판매가 꾸준한 건 어쩌면 당연지사다. 얼마 전 한국 탤런트 차승원이 참여한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중국의 어린이를 보호합니다(SAVE THE CHILDREN)’캠페인은 불가리 제품을 비싼 예술품, 소장품으로 멀게만 여기던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꼭 한번 구매해주고 싶은 브랜드로 재인식 하게 했다.

중국 소비특강을 할 때마다 많은 학습자들이 묻는다. 중국에서는 어떤 마케팅이 가장 효과가 있을까요? 어떤 프로모션을 하면 좋을까요? 중국에서는 어떤 한류 연예인이 가장 인기가 있나요? 별 그대의 도 교수를 섭외하면 될까요?

중국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중국에 불고 있는 새바람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즉각적인 결과를 원할지, 중장기적인 큰 그림으로 다가갈지 고민해야 한다. 인기절정인 한류스타에 의지하는 것은 단기대책이다. 장기적인 그림은 선행을 베풀어 오랜 기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착한 기업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정지우 =  ‘중국문화 동시통역사’로 중국 비즈니스 스킬 전문가다. SBS,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의 동시통역사로 인기가 높다. 대법원 등의 관공서에서 통역을 하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CJ 등 글로벌 기업에서 중국 비즈니스 실전스킬에 대해 열강하고 있다. 중국 북경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중국 교육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이(異)문화 코칭 전문강사다. 주중한국대사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당관, 인천시 중구청 국제교류담당관을 지냈다. www.chinacs.kr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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