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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힐링에서 체험으로

우리시대 문화의 키워드는 ‘체험’ 직접 체험해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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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1호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2014.08.14 08:54:0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2∼3년 전만 해도 우리 시대의 키워드는 ‘힐링’이었다. 그야말로 어디서 혜성처럼 나타났는지도 모를 힐링 열풍은 가히 대단했다.

각종 매체에서는 너도나도 힐링을 주제로 하는 칼럼 및 TV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었다. 문화예술 산업에서도 예의 없이 힐링을 추종하는 책과 전시, 음악 공연이 성황을 이루었다.

현대인이 겪는 각종 아픔들과 어려움이 난무했다. 성장궤도에 빨리 진입한 우리사회는 더 이상 발전을 멈췄다. 20대의 취업난과, 30대의 결혼률·출산율 저하, 40대의 생계의 어려움과 부모의 부양, 50대의 조기 퇴직이 화두였다. 늘어난 수명 등 사회적 고민은 곪을 대로 곪은 염증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최고의 자살률과 각종 사건이 난무하는 다이내믹 코리아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것이 힐링이었다. 힘든 날을 견디기 위해 산방의 ‘스님책’을 읽었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귀, 앞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멘토라는 사람이 방송에 나와 힘을 불어 넣어주고, 위로와 희망을 꿈꾸게 했다.

휴가도 여행도 힐링을 테마로 육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휴가지를 찾아 떠난다. 2∼3년 동안 실컷 힐링이 유행하더니 이제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체험’이다. 

체험은 힐링의 마인드로 참여하고 각종 취미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리얼 군인 체험’이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육아의 고충과 두려움이 빚어낸 저 출산 시대에 연예인들의 소소한 행복이 간접체험을 제공했다.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싱글족들의 라이프를 보여주며 간접체험 등 다양한 테마로 윤택한 삶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들이 인기다.

이런 가운데 개개인의 여가 테마들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가  귀농을 외치던 ‘힐링’시대와는 달랐다. 귀농을 실행에 옮기기 전 농촌체험도 열기가 뜨겁다. 요리하는 체험을 비롯해 술을 직접 빚거나 도자기를 굽는 체험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덩달아 바빠진 곳이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멀리 떠나기 힘든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그 동안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체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 이상 눈으로만 감상하는 미술관, 박물관은 흥미가 없다. 눈으로 보았다면, 직접 체험 해봐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서울 마포구 홍익로 트릭아이미술관을 찾은 관광객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큐레이터에서 에듀케이터로

체험 시대에 맞추어 관람객들도 더 이상 작품만 덩그러니 걸려있는 공간은 찾지 않는다. 포토존(Photozone)이라도 하나 있어야 일상의 소소한 추억과 감동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전시 기획에 맞추어 전시 공간 한 켠에 마련 된 아트숍에서 기념품 마냥 엽서 한 장 사서 오늘의 추억을 기념하는 것은 수많은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흐름에 그저 종이 한 장에 지나치지 않는다.

전시 작품을 응용해 잘 짜인 체험 프로그램은 학습과 추억 감동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큐레이터라는 직업 또한 세분화되어야 하는 추세이다. 더 이상 전시 기획의 중요도 뿐 아니라, 전시 기간 내에 좋은 구성과 진행을 맡아 이끌어 나가는 에듀케이터(educator) 또한 급부상하는 직업이다.

시대의 흐름과 키워드에 따란 미술관과 박물관의 구조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시들도 풍성하게 선보여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감동과 교육, 추억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현대인들에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휴가시즌을 마무리하며, 아쉬운 마음을 이곳 문화공간에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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