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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다 된 밥에 코 빠트리다…“끝이 좋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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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1호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2014.08.14 08:56:2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막판에 와르르~’ 인생을 살다보면 잘 나가다가 끝에 가서 형편없는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격이다. 거북이를 훨씬 앞지른 토끼가 ‘한숨을 자더라도 걸음 느린 거북이는 절반도 못 따라오겠지’하는 이 방심으로 화를 입었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순간의 작은 실수일지라도 결과는 참담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연애를 잘한들 마지막에 결혼은 못하고 그 애인을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면 말짱 꽝이 아닌가. 공부 잘한들 결정적인 시험에 떨어지고 만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회사에서 아주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이 중요한 계약서에 도장 하나 잘못 찍어 진급은커녕 해고가 된 경우도 있다.

골프에서도 정성 들여 잘 지은 밥에 코를 떨어트려 못 먹게 되는 속상하고 분한 일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도 큰 골프대회가 열린다. 모두가 우승은 물론 상위 입상만이라도 간절하게 바라는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왕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디 오픈(The Open)’. 그 대회에서도 잘 지은 밥에 코 빠트려 솥단지 채 내동댕이친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얼마나 권위가 크고 자존심이 강하면 골프라는 이름은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고 그냥 ‘오픈’이라고만 불리는 경기, 총상금이 영국 돈 540만 파운드니 어마어마한 액수다.

골프는 ‘상것’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치부되던 조선시대, 아직 골프의 ‘ㄱ’자도 모르던 시절인 1860년도에 창설돼 올해로 143번째를 맞은 대회가 있다. 긴 역사에 걸맞은 극적인 순간도 많았고, 우승을 눈앞에 두고 막판에 무너진 사연도 있다. 혹시 당사자가 이 글을 다시 읽으면 속이 또 뒤집히리라.

1977년, 톰 왓슨 대 잭 니클라우스. 두 선수는 3라운드까지 내내 공동선두에서 혈투를 벌였다. 왓슨이 최종일 17번 홀까지 가까스로 1타 앞선 상황, 니클라우스는 가시덤불 사이에서 친 샷으로 공을 그린 에지로 보내 10m 장거리 버디퍼트로 동타 만들기에 성공했다. 연장으로 갈 거라며 기고만장했던 잭, 하지만 톰은 두 번째 샷을 홀 1m 지점에 붙여 기어코 ‘우승 버디’를 잡아냈다. 사람들은 이걸 아직도 ‘백주의 결투(the Duel in the Sun)’로 부른다.

골프 역사상 최악의 역전패로 꼽히는 참사도 있다. 바로 프랑스 선수 장 방 드 벨드가 그 불운의 주인공. 1999년, 17번 홀까지 3타 차 선두,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컵인 그 ‘클라레 저그’를 품을 수 있었던 그였지만,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의 개울에 빠졌다. 그런데 벨드는 무모하게도 물에 들어가 샷을 한 끝에 3타를 고스란히 까먹었고, 집으로 돌아가던 폴 로리와 연장전 끝에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아, 아까비!

그런데 이보다 더한 불운의 연속이 또 있을까?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골프신동’이라는 애칭을 들으면서도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다. 1999년 불과 19살의 나이로 PGA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는 항상 ‘2%’가 부족했다. 2007년, 커누스티, 2m짜리 파 퍼트를 넣으면 ‘구성(球聖)’ 보비 존스 이후 처음 브리티시 아마추어와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을 동시에 제패하는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공은 아쉽게도 U턴을 했고, 아일랜드의 파드리그 해링턴과 연장전을 치렀는데,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다시 말하지만 끝이 좋아야 다 좋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해야 하거늘, 누구 실수이건 시작은 창대하나 끝이 미약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언론학박사)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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