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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욕망의 취향’

예술세계도 우아함을 깨는 화끈한 이야기로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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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3호 신민 진화랑 실장⁄ 2014.08.28 08:51:4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식욕과 성욕은 비례한다? 반비례 한다? 흔한 농담 따먹기 소재로 등장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질리지가 않는다.

식욕, 성욕, 소비욕 등 욕구 해소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영역이라 그렇다. 타인의 취향을 알고 싶은 욕구, 공유의 즐거움은 끝이 없다. 무엇인가를 탐닉하는 행위는 정신적인 쾌락 지수를 높이려는 본능이다. 따라서 탐닉에 대한 공유는 쾌락이 확장되는 경험이므로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이 바로 그 예이다. 적당히 감추어 둔 은밀한 취향을 마구 뿜어내는 장에 너도나도 합세하면서 흥분의 열기가 증폭되고 있다.

대중은 마녀사냥을 통해 성에 대해 소극적인 나를 대신해서 발설해주는 대리만족, 적극적인 자신이 행여 변태취급 받을까봐 우려했던 것에 대한 안도감, 호기심 충족, 누구에게도 편히 물어볼 수 없었던 정보 습득의 기쁨을 제공받는다.

이제는 예술세계도 우아함을 깨는 화끈한 이야기를 소통해야 할 시대가 아닐까. 마녀사냥이 유행시킨 개념으로 치면 ‘낮저밤이’처럼 낮에는 우아하게 밤에는 화끈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만 해도 마녀사냥의 자극적 재미에 푹 빠져 웬만한 전위적인 미술 앞에서도 감흥이 덜한데 대중들은 오죽할까. 미술은 인간의 오만가지 욕구를 배설하는 무대인데 그 앞에서 화장실에 가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누가 쉽게 다가올까. 엄청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똥으로 그린그림이나 정사장면을 담은 작품 앞에서도 꼭 우아한 척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갤러리는 인간에게 수많은 기호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경험하는 곳이다. 장르, 소재를 불문하고 어떠한 작품을 전시해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무조건 있다. 그러한 양상을 관찰하는 동안 내게도 변태적인 취미가 하나 생겼다. 작품을 고르는 취향에서 그 사람의 식욕이나 성욕의 취향은 어떨지 혹은 그 반대로 연상해보는 것이다.

▲JTBC 마녀사냥 출연진. 사진 = JTBC


한 유명한 컬렉터가 전시장을 둘러보고 세 가지 말을 건넸다. “이 작품은 팔리기 힘들 것 같다. 내가 유명한 누구의 작품을 몇 가지 소장하고 있다. 내일 같이 식사를 하면 어떻겠느냐.”

큐레이터가 비호감을 느낄만한 삼종세트다. 식사를 해보니 거기서도 똑 같은 행태를 보였다. 레스토랑의 셰프를 불러내 자신이 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맛본 것을 이야기하고, 그곳의 와인리스트를 바꾸어야 한다고 혹평하는 모습. 코스요리를 고집하고, 그 많은 요리를 절대 남기는 법이 없었다. 욕심은 많은 데 타인과 세련되게 나눌 줄은 모른다는 것을 즉각 알 수 있었다.


큐레이터가 비호감을 느끼는 삼종세트

그 장소, 그 순간 공존하는 것들을 존중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비교 대상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식견이 최고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성향도 파악된다. 돈이 많다고 관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이 사람은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과 음식에 개인적 취향은 수준 높을 수 있지만 관계의 미학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음식이건 그림이건 함께 음미하는 것이 즐겁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적 호감도가 올라간다. 먹는 것을 대하는 자세,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에서 사랑을 하는 방식을 유추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 얘기가 즐겁게 술술 이어져 나가면 같이 식사하고 싶은 욕구가 상승하고, 식사 시간이 즐거우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싶은 욕구가 상승한다. 카사노바가 되고 싶은 자가 남용하지는 않기를.

식사를 한번 해보면 그 사람의 성향 중 많은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음식을 한 개만 골라서 자신 앞에 놓인 것만 단출하게 먹는 이가 있고, 반면 여러 가지 음식을 시키고 함께 나눠먹는 것을 선호하는 이가 있다. 주문 한 것은 아깝지 않게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는 이가 있고, 다 먹지 못해도 여러 개를 맛보는 것을 즐기는 이가 있다.

여러 개의 맛이 섞이면 맛의 본질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 있지만 나의 경우는 음식을 두 종류 이상 동시에 먹는 것이 훨씬 즐겁다. 어떠한 맛끼리 섞였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질까를 상상하는 시간이 창의적 두뇌를 발달시키는 느낌도 들고, 같이 나눠먹을 때 훈훈해지는 분위기가 포만감을 높이는 것 같아서이다.

▲2013 KIAF 전시장의 관람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여기서 연결되는 성향을 분석해 보면 필자의 작품 컬렉션이나 성적 취향도 도출해 볼 수 있다.

필자는 결벽증이 지나치게 없다. 누가 마시던 음료의 빨대를 서슴없이 사용하거나, 먹고 있는 라면에 침범해서 몇 젓가락 뺏어먹으면 더 맛있다. 심지어 칫솔이 하나밖에 없으면 같이 써도 아무렇지 않다. 누가 내 옷이나 공간을 더럽혀도 전혀 기분 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에 남으니 피식 웃음도 나고, 친하다는 느낌이 심리적 만족감으로 작용한다. 상대 역시 그런 모습으로 다가오면 급속도로 좋아진다.

작품 취향도 유사한 맥락이다.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한 작품, 공포스럽거나 위압감을 주는 작품, 지나치게 완벽해 보이는 극사실주의 보다는 여백과 위트 있는 구상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작품이나 서정적이고, 연상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여지를 주는 작품을 선호한다.

구매 방식에 있어서도 절대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한 가지 이상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필자는 한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시리즈 별로 사서 모으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을 가볍게 두루 만나는 것보다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면을 발견할 때 행복감을 크게 느끼는 성향과 맞닿는 부분이 아닐까. 

음식을 어떻게 먹을 때 행복한 지 깨달으면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그림도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 신민 진화랑 실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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