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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현행 공탁제도, 너무 많은 개인정보 요구

‘형사조정제도’는 번거로운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 한 번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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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8.28 08:57:3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형사사건에서 무엇이 중요하냐고 저에게 물어보면, 먼저 초동 수사 단계(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를 잘 받는 것’과 그 이후에 피해의 회복을 얼마만큼 했는가라고 답합니다. 수사단계 조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피해의 회복은 판결단계까지, 즉 형량을 결정하는 큰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유죄가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사후에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입니다.

피해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합의와 고소취하 또는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는 의사표시입니다. 피해 보상을 위한 합의금 또는 배상금으로 일정량의 금전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금전은 직접 건네지기도 하고, 공탁이라는 국가의 제도를 통해 지급되기도 합니다.


유명무실한 형사공탁

민사사건의 경우 공탁에 필요한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특정을 위해 부득이하게 개인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형사사건은 좀 다릅니다. 형사사건의 경우에 민사와는 달리 주된 재판의 주체는 피고인이지 피해자 또는 고소인이 아닙니다. 피고인은 국가를 대리하는 검사와 대립하는 당사자로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지, 피해자와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피해자는 법정에서 진술할 권리도 있고, 고소인으로서 통지를 받을 권리도 있기는 합니다만, 형사사건의 주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습니다.

형사사건도 아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라면, 공탁이나 피해회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는 사이라면, 형사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접촉할 방법이 없고 사실상 공탁할 방법도 없습니다.

피해자 보호의 원칙상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피해자의 공탁을 받을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요청을 하던지, 무죄를 다투는 사건의 경우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배정된 경우, 국선변호사를 통해서 합의나 공탁 여부의 의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공탁받기를 거부했다면 어쩔 수 없으나, 피해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경우 가해자 측에서는 피해를 회복해 주고 싶어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행 공탁제도는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기 꺼려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받고 싶어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기가 부담스러워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 사건번호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해서 공탁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민사와 형사책임은 별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별개의 것으로 그 절차와 목적이 다릅니다. 따라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민사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형사책임을 이행했다고 해서 민사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민사책임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형사책임은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통해 그가 위반한 규범의 준수를 유도하고 그 효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형사처벌을 받고 나서도 피해자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해가 큰 사건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교통사고 사건의 경우에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민사상 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요즘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상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입은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등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이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형사상 합의를 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민사상의 청구를 포기한다.’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됩니다. 당연히 민사 소송을 해서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을 포함하는 액수의 합의금이 오고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형사합의를 통해 번거로운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형사조정이라는 제도입니다. 저도 검찰청에서 형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형사조정이란 경미한 범죄나 합의 가능성이 높은 범죄의 경우 (법원의 재판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 가능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피해자로서는 민사소송을 별개로 제기하는데 드는 비용을 경감하고, 가해자에게는 피해자에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형사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되면, 피해자는 조금 더 원활하게 피해회복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kohyg75@hanmail.net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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