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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채은미]금빛 속 형태

금과 자개를 이용, 황금의 연금술을 빛으로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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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5-396호 유진상 계원예술대학 교수⁄ 2014.09.18 08:50:02

▲채은미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아주 미세하게 볼록한 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금빛의 입방체(cube). 채은미의 화면은 향수와 같은 고급 화장품의 마개처럼 보이는 이 입방체들이 단단한 패널을 일정하게 뒤덮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스 판의 표면처럼 엇갈린 격자의 사방연속문양으로 배열된 입체들은 두 개의 평행한 레이어를 만들어낸다. 하나는 입방체의 윗면이 만들어내는 밝은 금색의 반사면이고, 다른 하나는 입방체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자개로 덮인 패널의 표면이다.

밝은 금색의 윗면은 각 입방체 표면의 부드러운 굴곡으로 인해 화면 전체에 현란하고 밝은 빛의 리드미컬한 흐름을 부여하고 있다. 입체들의 그림자들 사이로 보이는 패널의 표면에서는 색채와 자개의 미묘한 반사 그리고 그림자가 뒤섞이면서 섬세하면서 복잡한 색점들이 떠오른다.(중략)

▲reflection, 각도의 변화 3(detail1)


채은미의 화면은 빈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허-모듈(emptiness-module) 혹은 셀(cell)이라고 부를 수 있을 이 빈 공간들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입방체들은 폭에 비해 다소 높게 제작됐다.

이 사소한 차이로 인해 화면 위에는 시각적으로 깊은 우물들이 형성된다. 각각의 우물은 볼록한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의 곡면은 아랫면의 이미지 뿐 아니라 측면과 측면에 반사된 대척면의 이미지들까지 고루 투영한다.

▲reflection, 각도의 변화 2-1, 2installation view


두 개의 오목거울을 사용하는 매직-미러(magic-mirror)가 그 사이에 있는 사물을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여주듯, 이 네 개의 볼록거울로 이루어진 우물은 밑면의 이미지와 색채가 빈 공간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란을 일으킨다.(중략) 단순히 형태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형태-여백’의 이항(二項)이 아닌, ‘부재(absence)와 그것의 여백’이 상호-지시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부재는 ‘없음’이나 ‘떠남’ 혹은 ‘소멸’이 아닌 의미와 주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사건이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무 것도 스스로 재현하지 않고 단지 현재의 시간을 반영할 뿐인 주변의 사물들이다.

▲reflection, 각도의 변화 1


‘떠난’ 장소, ‘소멸이 일어난’ 공간들은 무의미하지만 동시에 고립을 일으키는 사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빈 공간과 그것을 둘러싼 ‘반영하는’ 존재들은 둘 다 ‘부재’를 만들어내는데 참여한다.

채은미의 화면을 뒤덮고 있는 각각의 셀들은 그만큼의 거울로 이루어진 입방체들과 상호지시 관계에 놓여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입방체들은 종교적인 감정을 떠올릴 만큼 화려한 금빛의 사물들이다.

▲reflection, 각도의 변화 3-1, installation view


일종의 만다라와도 같은 현란함과 아름다움의 파동이 이 입방체들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채은미의 빈 공간, 공허-모듈 역시 승화(昇華) 혹은 초-물질화(trans-substantiation)의 과정에 있다. 그것들은 의식(儀式)을 위한 것이며, 이전까지 부재를 일으키던 모든 대상들을 대체하고 있다.(중략)

채은미의 화면은 반복과 확산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모듈로 이루어져 있어 언제든지 어느 공간으로든지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


반사와 깊이의 굴곡으로 이루어진 금빛세계

반사와 깊이의 굴곡들로 이루어진 금빛 찬란한 세계란, 철학적인 동시에 종교적인 절정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이 장면들 속에서 모든 개체들은 반영들로 가득 찬 텅 빈 내면과 단단하고 반사하는 외면을 갖는다.

▲reflection, change of the angle 2-2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커다란 이미지는 다시 일상이나 자연의 소소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세계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매번 다시 순환한다. 채은미의 화면이 만들어내는 법열의 순간이다. 심지어 화면 속에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더라도, 단지 단순한 푸른 색 혹은 붉은 색의 환영들 만으로라도 이 영속적인 순환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를 풍경의 일부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금빛의 입방체 혹은 그것으로 가득 찬 빈 공간이 되는 것이다.

금과 자개를 이용해 황금의 연금술을 빛으로 다루는 채은미 작가는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15회, 그룹전 70회를 통해 역량 있는 국내외 활동을 해 왔다. 또한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출품한 모든 작품이 솔드아웃 되어 화재를 모으기도 했다.

▲abyss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도전하는 채은미 작가는 앞으로 두바이뿐만 아니라 홍콩, 중국, 싱가포르, 일본, 뉴욕,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에너지 넘치는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오는 9월 25부터 29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리는 KIAF2014(2014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채은미 작가는 진화랑과 함께 빛의 영원성을 담은(reflection - 각도의 변화)라는 주제로 작품 15점을 출품하게 된다. 그 중 작품을 예술가구로 접목시킨 극도로 고된 노작의 작품도 출품하게 되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글·유진상 계원예술대학 교수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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