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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나체 퍼포먼스서 탄생한 또 다른 자아를 만나다

학고재 갤러리 ‘마류밍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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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8호 김금영 기자⁄ 2014.10.02 08:37:30

▲자신의 회화 작품 사이에 서있는 마류밍 작가. 사진제공 = 권현정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 한결같은 사람에게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때 느껴지는 신선함은 특별하다. 계속해서 껍질을 벗겨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는 양파같이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지킬 앤 하이드’처럼 내면에 또 다른 내가 숨어있는 걸 느낄 때 짜릿한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 ‘또 다른 자신’과 마주치는 순간을 자유롭게 포착해온 작가 마류밍이 한국을 찾아 학고재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90년대 퍼포먼스 영상과 사진 작업부터 최근의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돌아보고자 기획된 것으로 48점의 영상과 회화, 사진과 입체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중국 현대미술 작가 마류밍은 1990년대 초에 장환과 주밍 등 당시 젊은 작가들과 함께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라는 아방가르드 실험미술 공동체를 설립해 활동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한 예술운동이다. 마류밍은 다양한 사상과 기호가 존중받지 못하던 중국 사회에 퍼포먼스 예술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소개했고, 이 과정에서 마류밍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펀·마류밍’이 탄생했다.

▲The Anonymous Mountain Raised by a Meter, C-print, 80x120, 1995


‘펀·마류밍’에서 ‘펀(芬)’은 분리됨을 뜻하는 말로,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여 또 다른 자아의 탄생을 표현했다. 퍼포먼스 속 또 다른 자아인 ‘펀·마류밍’은 작품 속에서 여성이 되기도 한다. 즉, 고정된 관념이나 틀에 갇히지 않고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 아기와 어른 등 각 대상이 지닌 대조적인 특성을 모순적으로 병치시키며 모호함을 가진 다양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기 작업은 이 나체 퍼포먼스 ‘펀·마류밍’이 주를 이뤘다.

전시장 본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도 ‘펀·마류밍’ 작업이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입구에 걸려있는 영상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벌거벗은 마류밍이 수면제를 복용한 반수면 상태로 앉아 있고 옆에 의자가 있다. 그 의자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머물다 간다. 어떤 사람은 옆에서 쭈뼛하게 앉아 있다가 가고, 똑같이 옷을 벗고 앉아 포즈를 취하거나 손에 커피를 쥐어주고 중요부위를 가려주는 등 다양한 반응이 영상 속에 담겼다.

▲Baby, Fiberglass, 51x80x52, 2005


‘신체 해방’ 외친 초기 나체 퍼포먼스부터
‘또 다른 자아’ 파생 작업 담은 근작까지


이 영상을 지나치면 마류밍의 2000년대 작업을 볼 수 있다. 마류밍은 이 시기 퍼포먼스를 마무리하고 그림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 회화 작업도 퍼포먼스에서 파생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기존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관객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성근 캔버스의 뒤편에서 물감을 망 사이로 밀어 넣는 독특한 누화법(漏畵法)을 사용했는데, 이 화법은 시간이 지나면 캔버스 위 물감 기름성분이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게 특징이다. 이 번짐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면서 작가의 작업 또한 시간과 같이 흘러갔음을 느낄 수 있다.

▲Fen-Ma Liuming, C-print, 120x80, 1993


신관 1층에서는 퍼포먼스 ‘펀·마류밍’ 영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퍼포먼스를 역동적인 영상으로 볼 때와 정적인 사진으로 작품을 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하나의 작품에서 두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어 흥미를 끈다. 지하로 내려가면 나체로 만리장성을 걸은 퍼포먼스 영상 등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영상 앞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2004년 아들이 태어난 뒤 몰두한 ‘아기’ 시리즈도 감상할 수 있다. 아들의 탄생은 마류밍에게 예술가로써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아버지가 된 상황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작업은 ‘펀·마류밍’에 이어 작가의 두 번째 자아이자 분신으로 이어지게 됐다. 마류밍의 유전자를 지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그의 또 다른 분신을 새하얀 조각 작품 ‘아기’ 시리즈에 담았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마류밍의 또 하나의 자아 발견 작업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Fen-Ma Liuming in Kwangju Biennale, Korea, C-print, 120x240, 2000


안샛별 학고재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는 “대표적인 퍼포먼스 예술가인 마류밍의 예술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에서 그가 예술의 또 다른 국면으로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예술가로서의 그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학고재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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