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④ ‘자살구조 전담’ 마포서 용강지구대 오희철 경위]마포대교 난간에 생명줄을 던진다
작년 한해 125명 생명 구해 “감정 치우지지 말고 한 번 더 생각을”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한강을 가로지르는 31개 다리 중 마포대교는 투신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지난 2013년 마포대교에서 신고 접수된 자살기도 건수는 총 323건이라고 한다. 자살방지 캠페인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삶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CNB 이번호는 마포대교 난간에 매달려 생명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오희철(52) 경위를 만났다.』
28년여 동안 경찰 생활을 해온 오희철 경위가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발령받은 것은 작년 7월이다. 이때부터 그는 ‘자살구조 전담경찰관’으로 불렸다. 작년 한 해에만 마포대교에서 12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오 경위는 “자살구조 전담경찰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포대교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구출해서 그렇게 불려지는 것으로 안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비관해 목숨을 포기하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급박한 구조 현장에서 그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마포대교가 ‘자살다리’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다. 나는 여기서 강원도와 경북 사람을 빼고 다 만나본 것 같다.”
그러면서 최근 부산에서 자살하려고 서울에 올라온 한 남학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얼마 전 부산경찰청에서 우리한테 공조요청이 왔다. 부산에 사는 한 학생이 부모한테 문자를 보내 자살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그쪽에서 위치를 추적하니 지금 서울 마포대교 쪽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연락을 받고 오 경위는 급히 출동했고, 마포대교 남단 쪽에서 난간을 넘어 떨어지려는 남학생을 찾아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접근해서 우선, 난간을 붙들고 있는 그 학생의 허리춤을 재빨리 잡았다. 무엇보다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강수난구조대에 미리 연락을 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만, 일단 한강에 빠지면 물살에 보통 30~40m 떠내려가 수색이 어려워진다. 그는 무엇보다 요구조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신변을 확보한 후에야 오 경위는 본격적으로 말을 걸며 자살하지 않도록 설득했다. “그 남학생의 경우는 군입대가 문제였다. 자신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편한데도 현역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군대 가기가 너무 두려워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친구들을 생각하라며 남학생을 설득했고,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오 경위는 “다들 고달픈 인생사 때문이 아니겠냐”고 했다. 이들 중에는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고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때로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유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전주에서 올라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자신은 이과를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문과 선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아이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또 그는 연인이 헤어지자고 했다며 술에 잔뜩 취해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간호사의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들려줬다. 물론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취직을 못하고 힘들어하다 삶을 비관해 자살 시도를 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다.
누구나 자기 처지가 제일 힘든 법이고 그들에게 조금만 마음을 열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정사나 학교생활, 채권채무나 등 온갖 사연을 가지고 전국에서 올라온 수많은 사람을 만난 셈이다.
‘수사반장’ 최불암 매력에 빠져 경찰 입문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기 전엔 강동경찰서 수사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전세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해 대부업체로부터 100억여 원을 가로챈 중년의 주부 범죄단을 검거하기도 했다. 세간에는 ‘동대문파 주부사기단 사건’으로 유명한 사건이다.
“예전 수사과에서는 범죄자를 다루었다. 하지만, 여기 지구대에서는 삶을 비관한 일반 시민들을 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 않나. 그들이 반감을 가지고 상처 입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긴장한다.”
더구나 자살기도 신고가 매일 평균 주간에는 1~2건, 야간에는 2~3건 가량 들어오는 상황에서 오 경위는 항상 출동대기 상태다. 가능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10건의 신고 중 3건 정도는 허위신고지만,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고가 오면 바로 출동한다.”
어릴 적 TV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범인 잡는 최불암의 매력에 빠져 경찰관이 됐다는 오 경위는 “인생은 금방”이라며 이제 자신의 머리도 하얗게 셌다고 웃었다.
오 경위는 “살다보면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자기감정에 치우쳐 우발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다. 나는 그럴 때 한번만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 그 순간만 이겨내면 또 괜찮아질 것이다. 인생이 그렇지 않냐”고 말했다.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그때 정말 고마웠다. 지금은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느 때보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좋은 직장 들어가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열심히 공부하면서 밝게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내가 고마움을 느낀다.”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