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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통영 성매매 함정수사…적법인가, 위법인가?

범죄기회 제공하면 적법, 범의 유발하면 위법…통영사건은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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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9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12.18 09:11:2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에 통영의 한 모텔에서 여성이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속칭 티켓다방의 종업원이었습니다. 이 티켓다방은 손님이 전화를 하면, 성매매 여성이 커피를 배달한다는 명목으로 모텔로 출장을 나가 성매매를 하는 변종 성매매 업소입니다.

이 성매매 여성은 손님으로 가장해 전화를 한 경찰에게 성매매를 하러 갔다가, 이게 단속이라는 걸 알게 되자 창문에서 스스로 뛰어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무리한 수사였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찰이 성매매 현장을 급습한 것이 아니라, 경찰 중 한 명이 손님으로 가장을 해서 전화를 걸어서 성매매 여성을 모텔로 불렀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 경찰의 무리한 함정 수사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티켓 다방이나 전단지를 이용한 성매매의 경우에는 보통 1:1로 이루어지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게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런 단속기법을 이용하지 않고는 단속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범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경찰은 최근 절도죄로 만기 출소한 주인공을 다시 교도소에 넣어 감금하고 싶습니다. 경찰은 주인공의 친구를 통해서, 주인공에게 다시 물건을 훔치도록 설득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은 손을 씻었다면서 완강히 거부했으나, 친구가 집요하게 설득하자, 결국 빈집에서 물건을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는 순간, 경찰에 의해 체포됩니다.

앞의 성매매 사건이나 뒤의 범죄영화 사건 모두, 수사기관이 범죄에 대한 개입을 하고 범인을 검거합니다. 이러한 수사기법을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고 해서 함정수사(陷穽搜査)라고 합니다. 함정수사는 수사 기법의 하나로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제3자에게 범죄를 행하게 하고 그 실행을 기다려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합니다.

이러한 함정수사는 마약사건 등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약 밀매나 투여 등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행해지므로 일반적인 수사 방법으로는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범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면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은 경찰의 올가미에 걸린 사냥감이고, 수사기관이 자신을 올가미에 걸리도록 유도했다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범죄를 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의칙(信義則)이라는 관점에서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 가 문제됩니다. 그래서 함정수사라는 수사 기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올바른 수사기법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수사기법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함정수사는 어떠한 범위에서 허용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적으로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와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로 나눠서, 전자는 적법하지만, 후자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영 다방 성매매 종업원의 경우에는 성매매 종업원이 ‘성매매 의사’가 있는 경우였고, 수사기관이 성매매의 기회만 제공한 것이므로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굳이 성매매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다방 종업원은 성매매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통영 성매매 종업원 사건의 경우에는 경찰의 적법한 수사기법이고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죄에 개입하고 법인 검거

반대로 범죄영화 사례의 경우, 주인공은 자신은 손을 씻었다면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했는데, 경찰관과 모의를 한 친구가 집요하게 설득을 한 결과 범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함정수사는 범의유발형에 해당합니다.

만약 주인공이 다시 범행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경찰과 친구가 빈집을 털라고 기회를 제공했다면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과 친구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주인공은 이미 절도를 계획하고 있었으므로 누군가의 집에서 물건을 훔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법원도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등).

즉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하고, 이에 따른 공소제기는 위법하기 때문에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게 됩니다.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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