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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태아의 법적권리는 언제부터? 낙태 잘못하면 상속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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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2.05 09:12:3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직업상 의료 사건이나 자동차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서 진행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승소(勝訴)할 때까지의 과정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아픈 사람들이다 보니 예민하기도 하고, 변호사가 환자의 대리인이 되어 싸우다 보니 여러 가지로 감정이입이 되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잘 부딪힙니다.

예전에 태아의 상해와 관련된 사건 하나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뱃속의 태아가 손상을 입고 죽은 사건이었습니다.

부모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해자를 살인범으로 지칭하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자신의 분신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제가 모두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정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는 청소년들을 위한 법률 강의나 진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고등학생쯤 되면, 상당한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 중에 모의재판이나 법률 강좌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의 수준도 높아서 필자가 진땀을 흘릴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대상 강의에서 의외로 많이 받는 질문이 낙태죄와 태아에 대한 범죄 질문입니다.

법률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형법각론(刑法各論) 교과서를 보게 됩니다. 형법 교과서는 형법의 기본 이론을 다룬 형법총론(刑法總論)과 개별적인 범죄를 다룬 형법각론으로 나뉩니다.

형법각론 교과서 처음에 나오는 범죄가 살인죄입니다.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해야 이뤄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람이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접근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태아를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진통설부터 독립호흡설까지 다양한 학설 대립.
법률상 인정되는 태아의 권리도 달라


형법각론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진통설, 일부노출설, 전부노출설, 독립호흡설이라는 학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위의 학설들은 태아(胎兒)를 언제부터 살인죄의 객체인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를 학문적으로 다룬 것입니다.

임산부에게 출산 진통만 와도 태아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진통설부터 태아가 분만 시에 일부만 노출되어도 사람이라는 일부노출설, 태아가 전부 외부로 노출되어야 사람이라는 전부노출설, 태아가 출생하여 완전히 호흡을 해야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독립호흡설까지 다양한 학설 대립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가 사람의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06.29. 선고 2005도3832 판결).


형법과 민법상 인정되는 법적 지위 달라

사람이 되는 시기가 왜 중요한가 하면, 사람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태아는 ‘낙태죄’의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어떤 이유로 죽었다고 해서 살인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낙태죄와 살인죄는 그 죄질이나 형량에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주 고전적으로 다루어진 법학 논쟁입니다.

그런데 형사문제가 아닌 민법으로 오면 태아는 다른 법률상 지위를 가집니다. 민법에서도 출생 전의 태아는 원칙적으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형법과는 달리 많은 권리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태아인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지며, 상속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증(遺贈,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것)도 받을 수 있고, 인지(認知)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낙태를 한 경우 낙태를 한 엄마의 상속권이 박탈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 민법 제1004조는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부인이 자식을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이 사망하였고, 부인이 자식을 낙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민법상 태아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뱃속에 있는 태아와 부인은 남편의 재산에 대해 상속권이 인정됩니다.

즉, 부인과 태아는 같은 순위의 상속권자입니다. 결국 부인의 낙태행위는 동순위의 상속권자를 살해한 것으로 평가되었고, 결국 부인은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태아 보험이 등장했습니다. 이렇듯 태아는 상황에 따라 법률상 인정되는 지위가 다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민사적인 문제에서 앞으로 태아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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