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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경쟁력이다 (59) 서훈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오케스트라 지휘는 통섭적 리더십”

“리더는 구성원 파악하고, 팔로워는 상호소통 해야 멋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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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1호 이진우 기자⁄ 2015.03.12 09:14:3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관현악)를 관람하다 보면, 단 한 명의 지휘자가 각양각색의 악기를 다루는, 많게는 백여 명이 넘는 연주자들을 지휘하며 화음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을 신기하다고 느낄 수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어떻게 그 많은 악기들의 연주 속에 파묻혀서도 조화로운 화음을 내며 전체적으로 잘 지휘할 수 있을까?

통섭(統攝)이란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의미한다. 이처럼 제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보유한 조직 구성원들을 잘 융합시켜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리더를 우리는 ‘통섭적 리더’라 부른다.

서훈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지휘자(=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독특한 개성과 주관 및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잘 조화시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이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와 소리를 통한 인간관계의 호흡을 이끌어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 지휘자는 지난 1987년 부천시립교향악단에서 초대 상임지휘자를 역임하면서 공식적으로 본격적인 지휘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에 이르기까지 무려 29년간 교향악단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도전으로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자 조직의 리더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은 각기 해당 분야에서는 적어도 20년 이상 공부해 온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또 뚜렷한 개성과 주관이 있으며, 자기 음악의 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이들을 모아 놓으면 소리가 제각기 다르며 나름의 특색이 있다. 이걸 조화시켜 하나의 소리로 만들어 내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가수가 그날 컨디션이 매우 좋으면 노래가 잘된다. 반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노래 역시 잘 안 되기 마련이다. 전문 가수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를 때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노래 실력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좋은 화음을 내기 위해서는 연주자 각 개인들에 대한 배려와 소리를 통한 인간관계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


제각기 다른 소리를 하나로 조화시키려면

오케스트라에서 다루는 악기는 크게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교향악단은 적게는 20~30여 명으로 구성되거나, 많으면 150명이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악기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지가 궁금해진다.

이들 악기들은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악기(현 파트로 부름)는 주로 멜로디를 담당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퍼스트 바이올린은 중요한 멜로디를 담당한다. 세컨드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중간에 화성을 담당하거나 화음을 넣는다. 또 첼로와 베이스 등은 바닥에 베이스음을 깔면서 든든하게 전체적인 화음의 틀을 만들어준다.

관악기(관 파트) 가운데 목관악기인 플룻이나 오보에, 클라리넷 등은 멜로디에 관여하며,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는 주로 리듬을 담당한다. 아울러 타악기는 리듬과 효과음을 넣어 곡이 크게 변화되는 과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좀 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각기 개성이 다르고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 전혀 소리가 다른 악기들이 서로를 배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또 연주자들이 편하게 제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지휘자의 역할이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의 조화에 따라 아름다운 화음으로 승화되는 예술이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자기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기 다른 파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그것을 발견할 수 있고 또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조직의 책임자인 리더가 그 부서의 업무를 다 알아야만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고, 또한 직원들의 성격이나 품성까지 다 알고 있어야 그들 각자의 개성을 잘 고려해 최대한 조직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과 같다.”


시작과 마무리가 깔끔하게 이뤄져야

대개의 조직은 연초 신년회를 하거나 월간, 주간회의 등을 하면서 계획을 제시하고 이전 계획에 대한 마무리를 한다. 이는 연주에서 처음 비트가 시작할 때 조화된 화음으로 잘 출발해야 마무리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것과 같다. 연주 마무리에서 동시에 딱 끝나야 하는데 누군가 한 연주자가 늘어지면, 이는 전체 연주를 망쳐버리는 결과가 된다.

“조직 내에서 각기 구성원들이 개성이 넘치지만 악기의 경우엔 더 심하다. 현악기는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을 전체적으로 만들어가고, 관악기는 색깔이 좀 더 두꺼우면서도 힘 있게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이들을 조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단지 지휘만 해서는 안 된다. 소리 하나하나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연주자들이 편하게 소리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해서는 여러 악기가 조화롭게 필요한데 지휘자는 도대체 어떻게 틀린 것을 제대로 짚어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 지휘자는 “음악에 몰입해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조직의 목표에 대한 방향을 명확히 잡아야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리더의 방향이 제대로 정돈되지 않으면 리더는 물론 구성원 간에 불협화음이 나오게 마련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과 과유불급의 기본원칙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주할 때도 간혹 의욕이 넘쳐 오버하거나, 소심한 탓에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부분에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 지휘자는 반복적 연습이라는 소통 과정을 통해 균형을 맞춰 나간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 사회도 과유불급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런 역할을 리더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일류 되려면 리더-구성원 모두 준비돼 있어야

오케스트라의 목표는 교향악단 전체가 잘 준비돼 완벽한 음악을 재현해 내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휘자는 물론 각 파트의 수석들이 자기 분야에서 조화를 꾀하고, 문제 발생 시 서로 소통해 해결해 나가며,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을 완성해  가니 일반 조직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들이 연주하는 베토벤 심포니 5번 ‘운명’의 악보가 다른 교향악단의 그것과 다를 리 없다.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데도 그들은 최고 소리를 듣고, 누구는 삼류소리를 듣는다. 왜 그럴까?

“그 차이는 철저한 준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준비는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 연주자들도 공부를 많이 했고 연습도 충분해, 개개인만 놓고 보면 세계적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마음자세와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전체적 관점에서 서로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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