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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시리즈 ⑧ 오마이컴퍼니] “사회적기업에 돈대주는 사회적기업”

소소한 돈 모아 창업 돕고 나중에 짭짤한 보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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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2호 안창현 기자⁄ 2015.03.19 09:00:40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 사람들. (사진=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안창현 기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플랫폼을 통해 일반 대중이 사업자금을 조달해주는 방식이다. 원하는 프로젝트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얻기 위해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금을 대는 것이다. 정부가 창조형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국정 과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제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 등이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미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업체 ‘퀵스타터’는 수많은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계적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인 셈. 정말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르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오마이컴퍼니를 만나봤다.

오마이컴퍼니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한 ‘농사펀드’는 농촌에서 모내기할 때부터 도시민이 초기 자금을 투자해 나중에 쌀을 돌려받는 프로젝트다. 소작농들이나 친환경재배 농민들이 초기 영농자금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다는 데 착안했다. 영세한 농민들은 빚을 져 농사를 지었다가 그 해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고스란히 그 빚을 떠안게 된다.

농사펀드는 도시의 소비자들이 이 부담을 펀딩의 형식으로 함께 졌다. 벼농사의 모든 과정에 도시민들이 펀딩을 통해 참여하면서 위험 부담을 서로 나누고 함께 수확한다는 취지다. 농부는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수확 후 판로가 정해져 좋고,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아 좋았다.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오마이컴퍼니의 홈페이지(www.ohmycompany.com).


오마이컴퍼니 성진경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면 리워드(보상품)를 받게 된다. 농사펀드에서는 농작물이었다. 농부들은 영농자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매실펀드’, ‘쌀펀드’ 등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아예 ‘농사펀드’를 진행할 별도의 법인을 만들었다. 이를 위한 플랫폼 개발도 따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사펀드에서 보듯 오마이컴퍼니는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일반적인 펀드업체와 다르다. 또 현재 국내에 설립된 20여 곳의 라우드 펀딩업체와도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펀딩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성격에서 차이가 난다.


성 대표는 “주로 사회적기업이나 창업팀,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 단체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는 오마이컴퍼니의 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일반적인 인터넷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금융의 창구 역할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수익률이 높다고 기대되는 곳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마이컴퍼니는 프로젝트의 수익률보다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를 먼저 고려한다.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 비록 수익률은 낮을지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프로젝트를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그걸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오마이컴퍼니가 출발했기 때문이다.

성공회대에서 사회적기업가 과정 밟아

오마이컴퍼니를 창업하기 전 성 대표는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10년 정도 근무했다. 그는 증권 투자전략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일에 점차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경제 양극화를 주식시장이 심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류 주식시장은 돈이 많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선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고, 돈 없는 사람은 그나마 있는 돈도 까먹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2008년 세계금융 위기를 겪으며 성 대표는 돈이 정작 필요한 곳보다는 돈을 더 불릴 수 있는 곳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더 의미있는 일을 찾게 되면서 회사를 접고 사회적 금융을 생각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사회적 금융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정말 돈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성 대표는 설명했다.

▲2014년 10월 오마이컴퍼니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기업들이 참여한 ‘로컬챌린지프로젝트(Local Chanllenge Project)’ 1기의 클라우드 펀딩 콘테스트 성과 공유회. (사진=오마이컴퍼니)


사회적기업들이나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들에서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인데, 라우드 펀딩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채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2011년부터 성공회대 사회적기업가 과정을 밝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1기 육성사업 창업팀에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오마이컴퍼니의 플랫폼 사이트가 오픈된 것은 이듬해 5월이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용감하다고 해서 칭찬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야 무모하다는 뜻이라는 것 깨달았다”며 웃었다.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지금까지 120여 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중 80% 이상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프로젝트였다. 처음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사회적 가치와 의미있는 미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기업들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재무상태가 어렵고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라우드 펀딩업체와는 달리 사회적경제 영역에 특화해 운영했다. 특히 창업팀과 잘 맞는 부분이 있었다. 기존 기업들은 기본적인 판로가 있는데 창업팀은 딱히 판로가 없기 때문에 런칭하기도 마땅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우드 펀딩이 이들에게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그걸 공급할 채널이 없는 기업들, 혹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그걸 시도할 기회를 마땅히 갖기 힘든 기업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 자금조달과 마케팅을 동시에 실험해볼 수 있는 실전 같은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오마이컴퍼니는 창업팀 대상으로 펀딩 교육과 대회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 사업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부도 투자도 아닌 중간형태의 재미

오마이컴퍼니의 플랫폼에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올리면, 그 프로젝트가 마음에 드는 참가자들은 돈을 내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참가자는 이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나 그 기업의 상품 등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그래서 오마이컴퍼니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100% 기부를 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하는 투자도 아닌, 기부와 투자의 중간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 정한나 씨는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희움’의 위안부 역사관 프로젝트를 통해 오마이컴퍼니를 알게 됐다. 정 씨는 “동생이 손목에 예쁜 팔찌를 하고 다니는 것을 봤고, 그것이 희움팔찌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희움을 찾다보니까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맨투맨티 프로젝트를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마이컴퍼니와 인연을 맺은 정 씨는 지금까지 총 6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2014년 두 번째로 진행됐던 농사펀드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 프로젝트여서 기억에 남는다. 보통 농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농사펀드의 주인공이었던 김성규 씨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아니라 정 씨보다도 어린 청년 농부였다. “농부님이 직접 SNS를 통해 농사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려주시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보여줘 농사펀드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를 직접 방문하는 오마이컴퍼니의 워크숍. 2014년 7월엔 강원도 철암도서관을 방문했다. (사진=오마이컴퍼니)


투자나 펀딩 같은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정 씨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도 소소한 금액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오마이컴퍼니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아직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진 못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정 씨는 말했다.

처음엔 500만원, 세 번째는 1억 7천만원
“첫술밥에 배부르지 않지요”


정 씨의 경우처럼 ‘희움’의 위안부 역사관 프로젝트는 오마이컴퍼니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성진경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2년차인 2013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을 마련하는 희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오마이컴퍼니도 조금씩 알려졌다”고 했다.

‘희움’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1억7천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성 대표는 “사실 희움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펀딩은 당시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였다. 첫 번째에는 500만 원 정도가 모였고 두 번째에는 1000만 원이 모였다. 세 번째라서 그만큼 모은 것이다. 라우드 펀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올 때마다 크기를 키워나갈 수 있는 것 같다. 한 번 참여했던 사람들이 또 다시 참여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펀딩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점점 동심원을 키워가는 것처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물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얻게 되는 혜택인 ‘리워드’도 해당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희움 프로젝트의 경우 위안부 할머니의 작품인 데코레이션 페이퍼북과 T셔츠를 제공했다.

이렇듯 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 위해선 프로젝트의 성격과 의미부터 참여자에게 주는 혜택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그래서 오마이컴퍼니는 펀딩을 신청하는 단체들과 프로젝트의 계획을 함께 신중히 조율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매력적이고 간결하면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론 라우드 펀딩이 기부와는 달라서 참여자들에게 리워드를 준다. 이 리워드를 설계하는 데에도 많은 논의를 한다.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열성 지지자분들에게 아낌없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기부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리워드의 매력을 높여서 홍보하는 식이다.

세월호 팔찌 나누기,  제주 한달 살기 등 프로젝트 진행

오마이컴퍼니가 진행한 펀딩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큰 공감대를 불러온 프로젝트는 세월호 나눔팔찌 프로젝트였다. 4천개 팔찌를 나누는 프로젝트였는데, 2천여 명이 참여해 7시간 만에 신청접수가 마감됐다.

성 대표는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였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팔찌 무료 나눔 캠페인이었는데, 처음에는 뜻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팔찌를 제작했다. 2차에서는 펀딩 페이지를 열어 자금을 모았다. 수익금으로 팔찌를 다시 제작해 참여자, 신청자들에게 돌려드렸다. 단원고의 생존 학생들이 이 팔찌를 차고 다니면서 알려지게 된 부분도 크다. 생존자 가족분들로부터 팔찌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팔찌를 판매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눔을 위한 후원금 모집 형태로 진행했다”며 2만 6000 명이 참여해 총 10만여 개의 팔찌가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오마이컴퍼니에게 라우드 펀딩은 이런 의미다. 필요한 곳에 관심이 가게 하고, 필요한 프로젝트에 돈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완전한 기부도 아니고 완전한 투자도 아닌 오마이컴퍼니의 라우드 펀딩은 그래서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용산에서 팽목까지’ 2015 청춘열차에서 기억팔찌를 착용한 참가자들. (사진=오마이컴퍼니)


성 대표는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라면, 사회적 가치와 맞물려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참여하는 대가를 받는 형태는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생각이다. 라우드 펀딩사업이 그걸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마이컴퍼니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는 ‘제주 한달 살기 프로젝트’도 있다. 청년들이 제주를 단순히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 가량 살면서 문화와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데, 워킹 홀리데이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주 농가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풀고, 이를 통해 청년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 셰어 하우스를 통해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함께 살아보는 연습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던가. 흩어지면 크게 의미 없는 것들이 서로 협력하면 사회에 의미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오마이컴퍼니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응원을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마이컴퍼니의 성 대표는 “현재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리워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분형 투자가 가능한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관련 금융법에 충돌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조만간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형 투자를 하기 위해선 일종의 준(準) 금융기관처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자본금도 더 필요할 것이다. “오마이컴퍼니의 주주로 일반 시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셔 와야 할 것이다. 오마이컴퍼니가 해왔던 활동들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활동들을 좀 더 널리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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