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호 김금영 기자⁄ 2015.03.19 09:02:2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과거와 비교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센 언니’ 트렌드가 한국에 휘몰아치고 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잘 살펴보면 주도권을 남자가 아닌 여자가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억만장자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SM 성관계’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인을 할지 안 할지의 결정권은 여자가 갖고 있고, 그레이는 아나스타샤가 혹시 사인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아나스타샤는 계약서를 철저히 검토하며 원치 않는 항목의 삭제를 그레이에게 요구한다. 그레이는 아쉬워하면서도 이에 따른다. 즉 성관계를 맺을지 말지, 성관계에서 만족을 할지 안 할지를 정하는 주체가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된다는 게 이 소설-영화의 줄거리다.
아나스타샤는 처음엔 성경험이 전혀 없는 숙맥으로 등장하지만 막상 관계가 시작되자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인다. 순진한 여자가 노련한 남자의 대시를 받지만 결국 ‘알고 보니 센 여자’인 그녀가 최종 결정권을 쥔다는 설정이 여자들의 폭발적 인기를 끈 요인이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여성들이 왜 21세기에 들어선 이처럼 적극적으로 바뀐 것일까? 그 원인을 밝혀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의 엘리 핀켈 교수는 ‘스피드 데이팅’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피드 데이팅은, 여자가 테이블에 한 명씩 앉아 있고 남자들이 테이블을 5분씩 돌아가며 대화를 나눈 뒤 최종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방식이다.
핀켈 교수는 원래 방식대로 ‘여자가 앉고 남자가 방문하는’ 방식은 물론, 순서를 바꿔 ‘남자가 앉고 여자가 방문하는’ 방식도 실험해봤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조신하게 얌전빼며 남자를 기다리던 여자들이, ‘기다리는 남자들’을 둘러보는 입장이 되자 “이 남자도, 저 남자도 다 괜찮다”는 적극적 태도로 돌변한 것이었다. 사냥을 당하느냐, 하느냐에 따라 심리변화가 일어날 뿐, 여자가 항상 소극적은 아니라는 결과다. 연구팀은 “변화에 민감하고 호기심에 충만한 여자들은 남녀관계에서 새 차원을 찾아 돌진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걸그룹도 ‘센 언니’ 트렌드가 대세
가요계에서도 ‘센 언니’ 트렌드가 거세다. 대놓고 ‘센 언니’ 콘셉트로 돌아왔다고 밝힌 걸그룹 포미닛과 가수 가인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더 많다. 포미닛은 “이번 앨범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을 위해 신경 썼다. 센 음악을 선보이면 ‘포미닛답다’는 반응을 받는다”고 밝혔다. 포미닛의 변신에 여성팬들은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신곡은 한국과 중국의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파워를 보였다.
▲그룹 포미닛은 신곡 ‘미쳐’에서 강한 콘셉트를 선보였다. 사진제공 = 큐브엔터테인먼트
▲‘센 언니’를 콘셉트로 한 신곡 ‘파라다이스 로스트’로 돌아온 가인. 사진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매번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이며 여성 팬덤을 구축한 그룹 2NE1. 사진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여성 래퍼들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들. 사진제공 = 엠넷
▲4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쿠거’는 젊은 남자들과의 연애와 사랑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성적 만족감을 찾아가는 중년 싱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제공 = 쇼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