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맹녕 세계 골프&여행 작가협회 회장) 세계 여러 나라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많이 조우하게 된다. 필자는 최근 미국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이 지역은 아직도 완전 봄이 되지 않아 그런지 가랑비가 아침저녁으로 내리고 있어 골프 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래도 강행군을 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페어웨이는 가랑비로 인해 아직도 질척거려 6인치 윈터 룰을 적용하면서 라운드를 즐겼다. 캐나다 거주 친구는 필자에게 장화로 된 골프화를 주면서 신으라고 권했다. 이유를 물어본 즉 “기러기 배설물 때문”이라고 했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캐나다 밴쿠버, 미국의 시애틀을 비롯한 미주 서부 골프장은 캐나다에서 매년 날아오는 기러기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잔디에 부드러운 새싹이 올라오면 이것을 먹으려고 골프 코스에 수백 마리씩 떼 지어 출몰한다.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외지 골퍼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흥미롭고 신기해하며 연상 사진을 찍어댄다.
그러나 이곳 골프장을 자주 찾는 멤버나 골퍼들에게 기러기는 원망의 대상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러기는 낭만적이지만 골프장에 나타난 기러기는 골퍼들에게 그 배설물 때문에 원수가 돼버린다. 여기저기 녹색 잔디에 똥을 싸놓기 때문이다. 또한 기러기 배설물이 비에 녹아 잔디에 배어 있어 아이언이나 페어웨이 우드로 공을 치면 똥이 바지에 튀어 그 냄새가 지독하다.
배설물은 둘째 치고, 새끼 보호한다며 골퍼를 공격도 하니…
티샷을 하려고 앞을 보면 꼭 몇 십 마리가 떼 지어 있어 ‘혹시 맞아 죽으면 어쩌나’며 머뭇거리자 친구는 “개의치 말고 어서 쳐라”고 재촉한다. 그리고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하려고 하면 기러기들이 달려와 덤벼든다. 봄이 되면 새끼를 부화한 어미들이 혹시나 자기 새끼를 건드릴까봐 공격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운드를 하면서 보니 기러기들은 벙커나 그린에까지 배설물을 싸는 바람에 골퍼들은 계속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