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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진출 신동원 칼럼]베이징 명문대 출신들의 창업 열풍

창업경력만큼 좋은 취업스펙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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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9호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2015.05.06 09:16:2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대한민국이 취업 홍역을 앓고 있다. 스펙 좋고 학벌 좋은 청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더 솔직하게는 실력과 관계없이 시대를 잘못 만났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전쟁 세대였고, 부모님 세대는 국가 재건기라 인력이 늘 부족했다. 젊은 나이부터 큰 기업의 임원을 하시기도 했다. 삼촌 세대들도 IMF가 터지기 직전까지는 취업에 큰 문제가 없었다. 청년들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재력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고, 신체 조건도 훌륭하게 장성했고, 유학까지 다녀와 외국어 구사 능력도 훌륭한 인재들인데, 기업들은 줄곧 경력직만 찾고 있다. 병아리를 키워서 닭이 될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내 코가 석자인데 언제 키워 먹느냐는 하소연이다.

취업을 한들 절반은 임시직이나 계약직이다. 현대판 신분제다. 누구는 때를 잘 만나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승승장구했는데 누구는 정규직이 꿈이 돼야 하는 현실이 청년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이러다 세대 간 갈등이 점점 깊어질지 모른다. 국가의 공무원연금 재원이 바닥났는데, 기성세대의 연금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선거에서 대패하겠다는 결심이 서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젊은 세대가 피해를 보게 됐다. 과거의 공무원과 미래의 공무원의 연금 차이가 몇 배까지 날 조짐이다. 그 동안 공무원 시험에만 목숨을 걸고 고시원에서 미래를 걸던 청년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청년 대학생들의 꿈은 여전히 취업이다. 대기업 합격증을 나눠주는 자리에서 부모와 껴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광경도 있다 하니 씁쓸한 현실이다.

그 노력이면 창업할 텐데

아직도 한국의 대학생들은 창업을 망설인다. 이유인즉슨 부모님이 반대하신다고 한다. 애지중지 유학까지 보내는 등 수억 투자를 했는데, 또 다시 새로운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되고, 안정적 직장을 가져야 제대로 결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문대-대기업의 공식이 대한민국 대다수 부모와 청년들의 비전이라니, 대기업에 들어가 부품처럼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실은 대다수가 자신이 꿈 대신 현실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기업들은 크건 작건 창업의 결과였고, 그 리스크를 졌기 때문에 이 세상에 탄생했고, 그 과실이 어마어마하게 열리기도 한다.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막대한 부를 축적한 창업자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을 다른 부류의 사람들로 치부한다. 아버지가 재산이 있거나 머리가 특별하게 좋거나, 아무튼 보통 사람들이 가야할 길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나 또한 그렇게 배우고 자라왔다.

중국은 어떤가? 베이징을 중심으로 명문대 출신의 인재들이 취업보다는 창업을 기웃거린다. 제 2, 제 3의 마윈(알리바바 창업자), 마화텅(텐센트 창업자), 리옌홍(바이두 창업자)이 되고 싶어서일 거다. 자신의 선배들이 수천억 대의 부자가 되는 걸 목격했고, 그 선배들이 별반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도전할 만 하다고 보는 거다. 상하이는 아직도 창업보다는 안정적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지만, 점점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과거 소위 386세대들이 창업을 이끌었고 지금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의 창업자들은 86학번 언저리가 많다. 이들이 특별히 뛰어나서라기보다 시대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럼 지금은 창업의 기회가 없는 시대일까? 아니다. 바야흐로 모바일의 시대가 이제 막 태동했다.

창업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인고의 과정

기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업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선호한다. 경력자를 선호하는데, 창업 자체가 이미 경력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 저런 많은 경험을 했기에 다른 회사에 와서도 더 폭넓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창업은 한마디로 종합 예술이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숱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하기도 하고, 늘 현금 사정을 고민해야 하는 시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인고의 시간만큼이나 성공했을 때의 과실 또한 크다.

▲중국 명문대생의 IT 기업 창립의 산실이 되고 있는 베이징 중관촌의 상점가. 사진 = 위키피디아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창업에 성공하면 상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백억 원 정도의 기업 가치는 일구어 낼 수 있다. 상장을 할 경우엔 1000억대의 시가 총액이 된다. 어찌 보면 시련에 비해 결실이 너무 클 수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이 평생 아끼고 아껴서, 또 빚내서 장만한 집은 노년이 돼도 10억대에 이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뭐든지 0이 하나 더 붙는다. 한-중 의 같은 수준 벤처라도 기업 가치에 차이가 많이 난다. 벤처조차도 쉽게 1000억 대에 도달하고 상장할 경우는 기본이 조 단위다. 그래서 중국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비전이 더욱 큰 것 같다. 시장이 크다는 건 두고두고 부러운 일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부러운 일은 없을 듯싶다. 똑같은 능력을 가진 청년이 있다면 중국의 청년들이 한국의 청년들보다 훨씬 큰 기회를 얻고 그 과실 또한 10배나 크다.

 17년 직장 생활 후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창업을 하지 않았던 거다. 줄곧 중견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안정을 선택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인 친구는 갑부가 되어 연락도 잘 안 하는 저명인사가 됐고, 후배 중국인들이 줄줄이 갑부가 되는 것을 지켜봤다. 기업에 다니는 중국인 친구들도 큰 부를 누리면서 살게 되는 것을 목도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사실 돈 자체가 부럽다기보다는 그들의 도전과 결실이 부러웠다.

취업과 창업은 통하는 길

외국에서 지사를 운영한다는 건 벤처를 운영하는 것과 동일하다. 마음가짐이 그러해야 하고 늘 캐시플로우를 고민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목에 힘을 줄만한 회사의 지사도 여기서는 한낱 CP(콘텐츠 공급자)이거나 벤더일 수 있다. 큰 나라에서 큰 파트너들과 사업하기 위해서는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중요한 건, 취업을 하건 창업을 하건 일맥상통하는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건 세상에 한줌 작은 가치라도 더 보태는 과정이다. 창업만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게 아니라, 취업도 결국은 그 회사에 들어가 회사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길이고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거다. 냉정하게 보자면, 숟가락만 올려놓고 묻어가려는 직원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아무리 운이 좋고 정치적 수완이 좋더라도 끝은 좋기 어려운 게 냉혹한 현실이다.

청년들아, 취업을 하건 창업을 하건 눈치를 보거나 소극적으로 살지는 말자. 취업을 하려면 당당하게 그 회사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는 것 말고 구체적인 준비 말이다  -  창업을 결심했다면, 그 길이 인생의 비전이 되고 목표가 되는 것이 좋다. 멀고 긴 여정을 즐길 수 없고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굳이 험한 길을 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떤 가치를 보탤 수 있을지가 우리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고민사항이다. 비록 시대는 우울하지만 길은 여전히 있지 않은가? 다행히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어마어마한 창업 지원 자금을 풀었다. 창업을 돕겠다는 기관이 창업자보다 많아지고 있다. 그 만큼 국가의 도움으로, 심지어 남의 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과거처럼 사업을 부도내면 멱살을 잡히는 시대가 아니라, 이젠 실패 또한 미래의 자산임을 자각하고 그 실패의 비용을 사회가 부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뭐가 되었던 시작을 하면 좋겠다. 취업에만 몰두-집착하지 말고 창업에도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특히 중국으로 유학을 나온 학생들은 앞으로 고국의 많은 기업들이 원할 인재들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나와서 겪는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을 해결해줄 천군만마이기 때문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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