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이야기]10센트로 펭귄제국 이룩한 마화텅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한류 전파에 앞장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빨리 베껴 중국화하면 그게 창조다.” 텐센트 CEO 마화텅(馬化騰, 영문명 Pony Ma)의 유명한 어록이다. 그는 “모방이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새로운 방식의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식한다. 마화텅 회장은 이 창의적 모방을 통해 오늘날 181억 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가 되었다.
마화텅은 1971년 10월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시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선전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종합통신서비스 제공업체인 선전룬쉰(潤迅)통신발전유한공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그의 월급은 179달러였다. 10여 년간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마침내 1998년 선전대학 컴퓨터학과 동문인 장즈둥(張志東)과 함께 텐센트를 창립한다.
창업 당시 해외에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개발한 ICQ라는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가 1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마화텅과 동료들은 이를 벤치마킹해 ICQ의 중국 버전을 개발했다. 출시 2달 만에 2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하지만 성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화텅은 과감하게 OICQ를 무료 다운로드로 전환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젊은 이용자들이 OICQ를 내려 받았다. 사용자 수는 하루가 마다하고 늘어났다. 서비스 개시 9개월 만에 100만 사용자를 넘어섰다. 2001년에는 무려 5천만 명이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신저로 성장했다.
텐페이-위뱅크로 중국 핀테크 선두주자
‘펭귄 제국’ 텅쉰은 현재 세계 1위의 게임회사이다. 마화텅은 텅쉰(騰訊, 텐센트)의 CEO다. 텅쉰은 텐센트(Tencent)로 더 알려져 있다. 텅(騰)은 마화텅을, 쉰(訊)은 메시지이라는 뜻이다. 텐센트는 말 그대로 10cent다. 당시 문자 가격이 10cent였다는 것에 착안했다.
텐센트는 QQ와 위챗를 비롯해 텐페이와 위뱅크를 필두로 한 중국 핀테크 선두주자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 액티비전블리자드, 넷마블 등 많은 게임과 콘텐츠 기업들에 수조 원의 투자를 하는 글로벌 IT공룡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1200억 달러이며, 지난해 604억 9000만 위안(약 10조 2800억 원)의 매출과 순이익 156억 위안을 올렸다. 직원 수도 2만 6962명에 이른다. 지난해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과 함께 중국 부자 지형을 부동산과 증권에서 IT 산업으로 바꾼 대표주자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는 마화텅이 텐센트를 창업한 지 불과 16년 만에 일궈낸 결과다.
▲텐센트 신화를 이룩한 마화텅. 사진 = DLNG2070
텐센트의 가장 큰 무기는 QQ와 위챗이다. QQ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네이트온 메신저다. QQ는 중국어 메신저 프로그램이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이기도 하다. 현재 QQ 메신저 사용자 수는 대략 지난해 6월 기준으로 8억 2930만 명이다. 어린이와 노인을 제외하면 중국인 대부분이 QQ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Q는 중국인들의 소통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무료 서비스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QQ에는 대화를 비롯해 게임 플랫폼, 음악 서비스, 벨소리 내려 받기, 애완동물 키우기 등 부가 서비스가 다양하다. QQ 사용자 등록번호(QQ 사용자명은 영문이 아니라 숫자)는 중국인에게 전화번호만큼 중요한 번호다. 특히 한국의 게임과 음악을 대거 서비스하고 있어 한류 전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미국에 왓츠업이, 중국에는 위챗이 있다. 그만큼 위챗의 위력은 엄청나다.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이름보다 QQ 아이디를 먼저 물었다면 요즘은 위챗 아이디를 물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루 액티브 유저만도 2억 명이 넘는다. QQ에 가입하면 자동적으로 개설되며 현재 월 활성 사용자 수 6억 4500만 명이다. 이 숫자는 페이스북의 월 활성 사용자 수 13억 5000만 명의 절반 규모다.
마화텅은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자 세계적인 인물이다. 2014년 미국 경제지 포춘은 그를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발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순위에서 중국인 가운데 가장 높은 2위로 선정했다. 그의 영향력이 중국과 세계에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좋아하고 對한국 투자에도 앞서
현재 마화텅은 중국 5위 부자다. 불과 40여 세에 중국 영향력 1위에 오르고 181억 달러의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경영 전략이다. 그는 “일단 사람을 모으고, 놀게 하며, 경쟁하게 하고, 돈을 걷는다”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인들의 대표적 문화 가운데 하나는 ‘꽌시’다. 중국에서 꽌시가 없으면 사업도 못하고 성공도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락은 도박이다. 자식과 마누라를 맡기며 도박한다고 할 정도다. 마화텅은 이 두 가지를 온라인에서 하나로 묶어 게임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둘째, 한국이다. 마화텅은 중국인의 꽌시 문화와 도박을 좋아하는 심리, 경쟁심리, 승부욕 등을 이용해 온라인 게임 ‘펭귄제국’ 텐센트를 건설하면서 글로벌 IT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그 온라인 게임은 중국산이 아니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같은 한국 게임이었다.
셋째, 리더십이다. 마화텅은 평범한 소프트 개발업자다. 중국인들의 그에 대한 평가는 ‘만만조우(慢慢走)’ 즉,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는 조용하고 천천히 확실한 장기적 목표를 정해 놓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런 리더십은 중국 IT 업계에서 그의 경쟁자라 할 알리바바의 마윈과 바이두의 리옌홍과 가장 차이나는 점이다.
셋째, 품성이다. 그는 매우 겸손하다. 그의 아버지 마천수(馬陳術)는 선전시 항운총공사 사장과 선전시 염전항 그룹 부총경리를 역임했다. 그의 어머니 황후이칭(黃慧卿)은 텐센트 창립 당시 60%의 지분을 보유하며 오랜 기간 텐센트의 법인대표를 맡았다. 한마디로 매우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은 특별할 것 없는 아주 보통 집”이라며 겸손해 마지않는다.
마화텅은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직접투자를 하는 중국 갑부이다. 그는 2012년 ‘아시아 비즈니즈 스쿨’ 인터뷰에서 “한국은 높은 수준에 있다. 그리고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 그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 한국의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0년 다음카카오에는 720억 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3.3%를 가진 2대 주주가 되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네이버와 웹툰 전재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텐센트의 CEO 마화텅의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