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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조재현·김수로 이어 박희순·양준모 “배우 아닌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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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0-451호 김금영 기자⁄ 2015.10.05 10:59:48

▲(왼쪽부터) 뮤지컬 ‘무한동력’을 통해 연출가로 첫 데뷔한 배우 박희순.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 2014년 오페라 ‘리타’ 연출로 연출 데뷔 신고식을 치른 양준모는 올 11월 다시 오페라 ‘리타’ 연출로 돌아온다. 사진 = 충무아트홀 / 대학로에 공연 제작사 수현재컴퍼니와 극장 수현재씨어터를 운영 중인 배우 조재현. 사진 = CNB / 김수로는 2011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공연 예술 프로젝트 ‘김수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사진 = C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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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화려한 무대는 스타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런데 이젠 무대 위에서 뒤로 자리를 바꿔 공연을 빛내는 스타들이 있다. 스타가 제작-연출로 자리를 바꾸는 현상이다. 이런 자리바꿈은 조재현, 김수로가 스타트를 끊었고, 이제 박희순, 양준모로 이어지고 있다.

얼굴을 먼저 알린 스타들이 연출-제작까지 맡겠다고 나서는 배경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무대에서 활동했던 스타로서, 누구보다 배우의 역할과 고충을 잘 알고, 스타 캐스팅에도 수완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PART 1. “어, 박희순·양준모가 왜 연출 자리에?”

뮤지컬 ‘무한동력’ 프레스콜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출연 배우로 나설 줄 알았던 박희순이 연출가로서 자리한 것. 이 뮤지컬은 인기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의 하숙집에 모여든 ‘아직 미생도 되지 못한 청춘들’이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세븐 데이즈’ ‘의뢰인’ ‘용의자’와 최근 OCN 드라마 ‘실종느와르 M’에서 열연한 박희순은 드라마와 영화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10년이 넘도록 극단 ‘목화’의 단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극단 목화는 1984년 연극인 오태석이 창단,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박희순을 비롯해 박영규, 손병호, 임원희, 유해진, 장영남, 정은표 등 배우를 배출한 곳이다.

목화 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박희순은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부자유친’ ‘춘풍의 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연극에서 배우와 연출진으로 참여했다. 공식적인 연출가 데뷔는 뮤지컬 ‘무한동력’이 처음이다.

그의 연출가 데뷔 배경엔 뮤지컬 ‘무한동력’ 이지혜 작가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무한동력’ 연습실 공개 당시 이 작가는 “내가 극단 목화 스타일을 좋아한다. 오태석 선생님은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하는 분이다. 그리고 그 목화에 오랫동안 속했던 박희순 배우가 그 연출 스타일을 몸소 경험했기에,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출을)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박희순이 연출한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 장면.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소소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박희순은 걱정과 동시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우에서 연출로 입장이 바뀌면서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배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도와주고 싶은데, 월권이 되지 않을까 고민도 됐다”며 “잘하는 걸 계속 써먹기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연기를 보여주면 배우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해 그런 상황을 더 만들었다”고 연습 과정을 밝혔다.

이어 “공연을 올린 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잘 따라와 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음악과 배우 모두 좋다. 아쉬운 부분은 공연하면서 계속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박희순이 연출하는 뮤지컬 ‘무한동력’은 2016년 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박희순에 이어 다음 타자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대기 중이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이미 공연계에 유명하다. 2004년 뮤지컬 ‘금강’으로 데뷔해 ‘오페라의 유령’ ‘영웅’ ‘지킬 앤 하이드’ ‘베르테르’ ‘삼총사’ ‘서편제’ 등에서 활약했다.

인기에 힘입어 2012년 제1회 예그린 어워드 연기예술 부문 남우조연상, 2014년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2년엔 범위를 넓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배우로서의 양준모는 이미 유명하지만, 연출가로서의 그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양준모는 연출에 있어서 박희순의 선배다. 11월 충무아트홀 개막을 앞둔 오페라 ‘리타’의 연출을 맡았는데, 지난해(2014)에도 이 공연의 연출을 맡아 첫 신고식을 치렀다. 올해가 두 번째 연출로, 새내기 수준이지만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각오와 열정이 다부지다.

첫 연출 박희순, 두 번째 연출로 쐐기박는 양준모

오페라 ‘리타’는 1840년경 불과 8일 만에 완성된 오페라다. 기가 센 여인 ‘리타’와 함께 살지 않으려는 두 남자가 벌이는 해프닝으로, 짧지만 위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으로 양준모 연출 데뷔를 한다는 소식은 화제가 됐다. 2014년 오페라를 선보일 계획을 세웠던 충무아트홀은 작품 선정부터 캐스팅, 기획까지 양준모에게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처음엔 내가 어떻게 연출을 하겠냐는 생각에 바로 승낙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잘 생각해보니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년간 공연계에서 쌓아온 것을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승낙했다”고 말했다. 성악 전공 경험도 오페라 연출에 녹아들게 하려 애썼다.

▲양준모가 연출을 맡은 오페라 ‘리타’의 포스터. 사진 = 충무아트홀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올해도 충무아트홀은 오페라 ‘리타’의 연출로 그를 다시 선택했다. 여기에 뮤지컬 작곡가 맹성연, 일본 극단 ‘사계’ 출신 배우 이경수, 성악과 출신 배우 최재림,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장유리가 함께 한다.

충무아트홀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양준모가 연출을 맡아 더욱 깊어진 감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안정적인 음악과 극의 재미가 함께하는 2015년 새 오페라 ‘리타’”라고 소개했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11월 10일 개막 예정이다.

박희순과 양준모에게는 올해가 특히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박희순은 연출가로서의 첫 패기를 보여줄 자리이고 양준모는 연출가로서 확실한 인상을 남길 기회이기 때문이다. 필모그래피를 벗어난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된다.

PART 2. 롤 모델 된 두 ‘전설’, 조재현·김수로

배우로 출발해 공연 제작 및 연출의 길을 성공적으로 밟아 가는 대표적 두 선배가 조재현과 김수로다. 조재현은 연간 공연 스케줄을 갖고 진행되는 연극 프로젝트 ‘연극열전’에서 출연 배우 겸 프로듀서로 활약하다가 2013년 아예 대학로에 공연 제작사 수현재컴퍼니와 극장 수현재씨어터를 건립했다. 6층 건물에 3개 극장이 들어선 수현재씨어터에는 수현재컴퍼니의 작품과 창작극이 공연된다. 조재현은 “연극 하는 사람은 배고프다는 편견에 맞서고 싶었다. 배고픈 직업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 김수로는 2009년 연극 ‘이기동 체육관’의 출연 및 제작에 관여한 뒤, 2011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공연 제작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공연계에서는 배우 김수로보다 ‘김수로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로 통한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김수로가 이끄는 공연 예술 프로젝트로, 공연 제작사 아시아브릿지컨텐츠와 손을 잡고 함께 공연을 선보인다. 매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올려 올해 12탄 연극 ‘택시드리벌’을 공연 중이다.

조재현은 연극 사랑에 올인하는 반면, 김수로는 다양한 장르 시도가 특징이다. 조재현은 수현재컴퍼니 설립 이후 10여 작품을 올렸는데, 모두 연극이다. 특히 창작극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경숙이, 경숙 아버지’가 대표작이다. 자체 제작 작품이 아니더라도 연극을 선보이는 ‘위드(WITH) 수현재’를 운영 중이다. ‘위드 수현재’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사라져 가는 우수 작품을 발굴해 많은 관객과 만나는 장을 만들어준다는 취지 아래 기획됐다. 올 7월 ‘위드 수현재’의 일환으로 연극 ‘형제의 밤’이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됐다.

▲수현재컴퍼니는 연극 사랑을 뚝심 있게 지키고 있다. 수현재컴퍼니가 선보인 창작극 ‘민들레 바람되어’의 한 장면. 사진 = 수현재컴퍼니

이와 달리 김수로프로젝트는 아직 명확한 색깔 없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 김수로는 “색깔에 상관없이 많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발칙한 로맨스’ ‘이기동 체육관’ 등 연극부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머더 발라드’ 그리고 음악극 ‘유럽 블로그’까지 연극과 뮤지컬, 창작과 라이선스의 경계 없이 다양한 장르를 올렸다. 2014년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춤 프로젝트 ‘최수진: 더 시크릿’을 올 7월 선보였고, 전시 기획으로도 발을 넓혀 올 5월 ‘헤세와 그림들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전에 전시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연극 올인” 조재현 vs “온갖 시도” 김수로

그리고 쇼앤뉴와 협업으로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을 현재 선보이고 있다(11월 22일까지 공연). 김수로는 “과거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2006) 출연 때부터 쇼앤뉴와 인연을 맺어 왔다. ‘올드위키드송’ 대본을 읽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쇼앤뉴 측에 제안했다. 관객에 통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번에 예술 감독으로 작품에 참여했다”며 “추후 쇼앤뉴와 좋은 작품이 있으면 협업을 계속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수로프로젝트는 현재 쇼앤뉴와 협업 작품으로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사진은 공연의 한 장면. 사진 = 컬쳐마인

배우로서 이미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이들의 공연 제작 및 연출 분투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배우들이 단순 공연 출연을 넘어 이젠 연출 및 제작까지 범위를 넓히는 시대”라며 “단순히 인맥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에 의지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경험을 살려 무대에 적절히 접목시키고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한다면 공연계에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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