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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⑭ 캐딜락] 유선형 대세라도 ‘각잡은 직선 멋’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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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0호 안창현 기자⁄ 2015.12.10 08:49:19

▲2013년 선보인 캐딜락 CTS 3세대. 이 모델은 콘셉트카 ‘씨엘’에서 영향을 받았다. 사진 = 지엠코리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캐딜락(Cadillac)은 과감한 외형에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 대형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대표 고급차 브랜드답게, 고급스러움과 미래 지향적인 요소를 조합해 럭셔리한 성향을 추구한다.

캐딜락은 이런 특성으로 한때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상징이었다. GM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의 역사는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딜락의 창업자 헨리 릴랜드(Henry Leland)는 당시 GM으로부터 뛰어난 기술력과 정밀 가공 능력을 인정받아 인수 제의를 받았다.

릴랜드는 매각 조건으로 단 하나의 조건을 달았는데, “캐딜락 브랜드를 사장시키지 않고 GM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것이었다. 캐딜락이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이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선 기술력과 함께 무엇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캐딜락의 디자인 철학을 살펴본다.


① 첨단 기술을 예술적 감성으로

캐딜락이 오랜 시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100여 년을 이어온 캐딜락의 슬로건이 있었다. 1912년 캐딜락은 ‘세계의 표준(Standard of the World)’을 내세웠다.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첨단 기술을 통해 이를 뛰어넘어 표준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와 의지는 캐딜락의 독특한 혈통을 이뤘다. 그리고 이런 기술력 못지않게 캐딜락은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는 개성 있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2016년형 캐딜락 CT6 모델. 사진 = 지엠코리아

일찍이 캐딜락은 엔지니어가 아닌 디자이너와 협업해 자사의 모델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결과 독특한 ‘테일 핀(tail fin, 꼬리지느러미)’ 스타일을 최초로 적용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른바 ‘빅 핀 전성기’를 이끌었다. 차의 후미 양 끝에 2개의 거대한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듯한 파격적 디자인으로서, “이런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전통의 구속을 받는 유럽인은 불가능하고, 미래만 내다보는 미국인만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40년대 후반에 최초로 적용된 테일 핀 디자인은 60년대까지 미국 차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였다.

물론 이후에도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맞춰 캐딜락은 꾸준히 디자인 실험을 계속했고, 독특한 개성을 유지했다. 이런 다양한 디자인 실험은 캐딜락의 탄탄한 기술력이 바탕이 돼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런 캐딜락의 가치와 스타일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보다 과감하게 발전했다. 전통의 캐딜락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캐딜락은 미국에서 100여 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에 걸맞은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 지엠코리아

2000년대 들어 캐딜락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브랜드에 걸맞게 미국이 가진 최첨단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캐딜락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바로 ‘아트 & 사이언스(Art & Science)’이다. 캐딜락 측은 “아트는 시각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을 의미하고, 사이언스는 감성과 조화를 이룰 기술력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오랜 기간 미국의 대표 브랜드로 명성을 쌓던 캐딜락이 창립 100주년을 즈음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것이다.

창립 100년 맞아 ‘아트 & 사이언스’ 철학 공표

캐딜락은 전통과 역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아트 & 사이언스’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표현됐다. 이는 구체적으로 기존의 캐딜락이 보여준 직선형 디자인은 고수하면서도 감성과 첨단 기술을 반영한 감각적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였다.

사실 유선형 디자인이 자동차 디자인의 대세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잘못하면 ‘촌스러운 과거형’으로 보일 수 있는 직선형 라인을 고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캐딜락은 이런 편견을 깨고 날카롭고 정교한 ‘엣지 룩(edge look)’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아트 & 사이언스’ 철학이 처음 적용된 모델은 ‘캐딜락 CTS(Cadillac Touring Sedan)’였다. 이 모델은 1950~6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GM과 캐딜락의 글로벌 전략에서 비롯된 야심작이기도 하다. 

▲2012년 선보인 캐딜락 ATS 모델. 사진 = 지엠코리아

이를 위해선 독일 경쟁 브랜드에 대한 견제가 우선돼야 했다. 캐딜락 CTS는 그래서 독일에서 개발됐고, 모델명 역시 캐딜락 역사에 없던 알파벳 조합으로 바꾸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같은 방식으로 불리길 원했던 것이다.

CTS의 밑바탕에는 1999년 선보인 콘셉트카 ‘이보크’의 역사가 있다. 당시 이보크는 콘셉트카 중에서도 양산과는 거리가 먼, 극도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모델로 생각됐다. 그 디자인이 양산으로 이어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직선 라인에 미래 지향적 감성 담아

하지만 캐딜락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은 이 콘셉트카를 CTS 모델로 재탄생시켰다. 실제 1세대 캐딜락 CTS는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 대가 팔리며 캐딜락의 세계화 전략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CTS는 캐딜락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에는 기존 라인업에는 없던 새로운 유형의 모델이었다. 라인업에 없던 새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새로워야 했다. 캐딜락은 2002년 첫 선을 보인 CTS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혁신을 택했다.

이전까지 캐딜락이 전통이란 틀에 얽매여 과거 지향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CTS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에 걸맞게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추구했다. 날카로운 직선 라인과 전투기를 닮은 역동적인 외향이 그랬다.

▲캐딜락의 정체성과 역사를 반영한 CTS 2세대. 사진 = 지엠코리아

캐딜락 CTS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매트릭스 2’에  등장했는데,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조엘 실버는 “매트릭스의 혁신적이고 초현대적인 세계에 잘 맞아 떨어진다”고 CTS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CTS의 미래적인 감각이 돋보였다.

초기 모델은 3.2ℓ 엔진을 얹었고, 이후 2.6ℓ와 3.6ℓ 체재로 재편했다. 2004년에는 고성능 버전인 CTS-V까지 선보여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5.7ℓ V8을 얹은 CTS-V는 스포츠 세단으로서 CTS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CTS 1세대가 다분히 실험적인 도전 성격이 강했다면, 2세대는 안정화에 신경을 썼다. 또 캐딜락은 CTS에 참신함과 함께 캐딜락의 정체성 또한 입히길 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나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확실히 1세대 CTS는 참신했지만, 전통과 역사로부터 우러나오는 캐딜락만의 정통성은 약했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2세대에 와서는 캐딜락의 정체성과 전통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캐딜락의 전통을 재해석했다는 2003년의 콘셉트카 ‘식스틴’이 CTS 2세대에 영향을 줬다.

1세대의 미래적 감각을 유지하면서 전통미를 덧씌우는 작업을 곁들여 2세대에서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캐딜락은 이 과정에서 100년이 넘는 캐딜락의 역사와 전통을 유용하게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성능에 있어서는 270마력 3.0ℓ V6과 304마력 3.6ℓ 직분사 V6을 얹어 스포츠 세단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고성능 버전인 CTS-V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노르트슐라이페 코스를 7분 59초 만에 주파해 4도어 양산차로는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세대부터는 쿠페와 왜건을 추가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전반적인 완성도 높이기 작업도 병행했다.

패션 디자인 분야와의 협업 통해
캐딜락 브랜드 이미지 강화

1세대와 2세대를 거치며 혁신과 전통을 적절하게 조합했으니, 다음 단계는 그 조합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다. 2013년 선보인 3세대 CTS는 발전적인 변화에 집중했다. 우선 이전까지 쓰던 시그마 플랫폼에서 알파 플랫폼으로 갈아탔다.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직선과 수직 위주의 전통적인 캐딜락 디자인은 고스란히 간직했다. 2세대까지는 준중형과 중형 양쪽 모두 공략했지만, 3세대는 크기를 키워 본격적인 중형급으로 자리매김했다.

CTS는 매 세대마다 콘셉트카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3세대는 2011년 등장한 클래식 레트로풍 콘셉트카인 ‘씨엘’에서 디자인 형태를 가져왔다. 캐딜락은 CTS 3세대가 ‘3L’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고 밝히고 있다. “더 길게(Longer), 낮게(Lower), 가볍게(Leaner)를 내세우는 3L을 바탕으로 보다 역동적인 자세와 가벼운 무게로 최적의 운동 성능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캐딜락 CTS 시리즈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를 거치면서 캐딜락만의 ‘아트 & 사이언스’라는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대변했다. 최근에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제대로 된 기능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성능을 극대화한 ‘올뉴 CTS(All-New CTS)’까지 선보였다.

▲캐딜락은 패션 등 다양한 영역과 협업을 지속해 브랜드 가치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패션 위크 현장의 캐딜락 CTS. 사진 = 지엠코리아

이 모델은 폭발적 성능과 퍼포먼스, 강렬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2014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랐고, ‘모터트렌드’나 ‘카앤드라이버’ 등 미국 자동차 전문지가 뽑은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캐딜락만의 엄격한 원칙과 고집스런 철학이 빛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캐딜락은 2014년 본사를 디트로이트에서 뉴욕으로 이전했다. 캐딜락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한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2015년에는 ‘대담하게 도전하는 캐딜락(Dare Greatly Cadillac)’이란 표어를 내세우며 캐딜락 브랜드 재정비를 공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패션, 디자인, 여행, 기업가 정신 등 4개 영역을 설정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영역간의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다. 특히 지난 11월 선보인 캐딜락의 새로운 크로스오버 모델 XT5는 론칭을 위한 모든 과정이 외부와의 협업으로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헬기에 실려 온 XT5가 출시 전 깜짝 공개되는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두바이에서 진행한 한 패션쇼에서는 런웨이에 XT5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캐딜락은 패션 분야와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 지닌 디자인에 대한 가치, 철학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② 8200cc에 지느러미 달린 차 봤어요?

캐딜락은 1953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고급 컨버터블 모델을 세상에 공개했다. 바로 ‘엘도라도(Eldorado)’였다. ‘황금의 땅’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캐딜락 엘도라도는 당시 미국인이면 누구나 갖고 싶은 선망의 차였다.

▲엘도라도는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테일 핀(tail fin) 형태를 선보였다. 사진은 1959년형 엘도라도. 사진 = 지엠코리아

당대 최고급 사양과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최고의 명예와 부를 상징했던 캐딜락 엘도라도는 이후 11세대 모델까지 이어지며 한 시대를 화려하게 풍미했다. 60여 년 간 캐딜락을 대표했던 클래식카로, 가장 오래된 아메리칸 럭셔리 자동차 중 하나인 셈이다.

최초 엘도라도는 한정판 컨버터블로 소개됐다. 이 시기 532대만 생산될 정도로 그 대수가 제한적이었다. 당시 아즈텍 레드, 알파인 화이트, 아주르 블루, 아티션 오커 등의 4가지 색상을 제공하며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캐딜락의 상징 ‘테일 핀’ 선보여

엘도라도 1세대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최고급 차량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와 권위적인 디자인, 엄청난 배기량에 컨버터블 조합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식 퍼레이드에 새하얀 엘도라도가 사용되면서 이런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당시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최고급 엘도라도는 미국인들에게 부의 상징이 됐다. 사진 = 지엠코리아

캐딜락은 여세를 몰아 곧바로 2세대를 내놓았다. 그리고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에 길이 남을 테일 핀을 낳았다. 테일 핀은 미 공군 주력 전투기의 날개에서 따온 모양으로 알려졌다. 테일 핀은 엘도라도를 시작으로 미국차 디자인에 대유행을 일으켰고, 바다 건너 유럽차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테일 핀 형태는 당시 미국의 호황과 자동차 산업의 성장, 그리고 엘도라도의 위상에 따라 덩달아 커져갔다. 1957년 등장한 3세대 엘도라도는 쿠페와 컨버터블뿐 아니라 세단 모델까지 추가돼 라인업이 다양해졌다. 당대 최고의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마로 이용하며 유명해졌던 모델이기도 하다.

▲1953년 첫 출시된 캐딜락 ‘엘도라도(Eldorado)’. 사진 = 지엠코리아

캐딜락은 매년 숨 가쁘게 개량을 이어갔지만 그 화려함은 지치는 법이 없었다. 1959년에 등장한 엘도라도는 이 차의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모델로 기록된다. 차체는 더욱 커졌고, 테일 핀은 더 높았다. 1960년에는 기존 모델과는 차별화된 형태의 ‘엘도라도 브로엄’을 선보였다.

새롭게 선보인 브로엄은 날카로운 테일 핀, 그리고 테일 핀 중간에 달린 총알 모양의 램프와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돋보이는 모델로,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에서 생산된 차체로 조립됐다. 당시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프리미엄의 최정점을 보여주며 미국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1957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모델. 사진 = 지엠코리아

이 모델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핑크색 모델을 선물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이후 198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핑크 캐딜락’에서 주인공이 될 만큼 엘도라도를 상징하는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후 엘도라도 모델은 1961년 4세대, 1965년 5세대로 이어졌다. 테일 핀은 3세대 59년형 모델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5세대에서는 희미하게 모양을 유지할 정도만 남았다. 3세대 이후 디자인은 점차 정돈되고 침착한 분위기로 바뀌어간 것이다.

최첨단 편의장비 갖춘 엘도라도

이후 1967년 태어난 6세대 엘도라도는 많은 점이 바뀐다. 엔진 배기량은 계속 커져서 무려 8.2ℓ에 육박했지만 5세대까지 이어왔던 후륜구동을 버리고 연비에 유리한 전륜구동으로 바뀌었다. 차체 크기도 5세대에 비해 조금 작아졌다.

이렇듯 많은 변화를 꾀했지만, 편의 사양만큼은 여전히 풍부했다. 에어컨, 자동 변속기, 파워 스티어링 등 지금 차의 표준 편의장비가 이미 반세기 전 엘도라도에 모두 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도라도는 1973년 불어 닥친 제1차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맞았다. 오일쇼크는 기름값 상승 등의 이유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971년 출시한 7세대 모델 이후 엘도라도 역시 시대 변화에 따라 엔진의 다운사이징이 실시했다. 세계 최대 배기량 엔진이었던 V8 8.2ℓ 엔진 대신 이전보다 낮이진 V8 7.0ℓ 엔진을 1978년까지 사용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1953년형 엘도라도 컨버터블. 사진 = 지엠코리아

1979년 등장한 8세대 엘도라도는 실용성을 더욱 강조했다. 우선 5.7m에 육박하던 크기가 5.2m로 크게 줄었다. 엔진 배기량도 8.2ℓ에서 4~6ℓ 급으로, 300마력 이상의 출력은 100마력대 후반으로 끌어내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클래식카로 남아

심지어 엘도라도 최초로 디젤 엔진도 나왔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고급차 판매가 시장에서 지지부진하던 시기에 엘도라도가 꾀한 대대적인 변화였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화려함은 크게 덜어낸 셈이지만, 엘도라도만이 가진 품위는 여전했다.

이후 1986년 10세대 모델을 거쳐 1992년 11세대를 출시해 2002년 완전히 단종되기까지 엘도라도는 50여 년 동안 자동차 업계의 최첨단 기술을 이끌었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캐딜락의 엘도라도가 세계 자동차 발전에 새로운 기준을 써 내려간 역사적인 클래식카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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