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골프세상만사] 명예의 전당 ‘퀸’ 신지애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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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사실만큼 값진 게 있을까. 함평골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린 최고의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 이야기다.
신지애(27·일본 스리본드)는 2015년 12월 7일 열린 한국 여자 프로 골프(KLPGA) 시상식장에서 지난 10년의 공적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 상패 수상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국내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골프 후배들에게 도전의 귀감을 줬다. 또한 신 선수 개인으로도 명예의 전당 입성 쾌거의 영광이요, 2015년이 그녀에게 최고의 하이라이트 해가 됐다. 한국 여자 프로 선수 중 구옥희, 박세리에 이어 세 번째로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작지만 아담한 체구의 신지애에게서 남다른 패기와 열정은 어디서 오는가. 잠시 궁금해졌다. 그녀가 가진 남다른 자긍심과 골프에 대한 절실한 목표 의식은 분명했다. 미국 투어 시즌 매번 우승 횟수가 줄고, 적당히 안주하려는 삶의 습관이 길어져 긴장감도 차츰 잃어갈 쯤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다. 그것은 신 선수 인생 최대의 목표로 이어졌다.
과거 그녀에게도 불운한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두 동생이 크게 다쳤다. 그때 받은 보험금 1700만 원을 골프 연습 비용으로 쓰는 동안 신 선수의 아픈 가족애는 곧바로 골프 우승에 대한 집념이자 삶의 원동력으로 빛을 발했다.
미국 투어 시즌에서 매회 우승을 빗겨가고 매일 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는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이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신 선수는 우승 샷감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가장 컸다고 한다. 신 선수의 우승을 향한 심적 혁신은 곧바로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미국이 아닌 일본행을 택했고, 2014년 3승을 거머쥐는 쾌거로 이어졌다. 우승 사냥을 향한 그녀의 직관적·환경적 변화 감각은 적중했다.
▲12월 7일 열린 ‘2015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신지애가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015 시즌 최종 메이저 대회 ‘일본 LPGA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과거 일본 투어에서만 10승을 이뤄낸 쾌거를 더해 명예의 전당 가입을 위한 포인트인 27점을 모두 채웠다. 이에 지난 2006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투어 경력 10년을 채우고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불운의 가족사에 우울증 시달리면서도
굳건한 마인드 컨트롤과 긍정의 힘으로 극복
골프에서 최고 샷은 마인드 컨트롤에서 나온다. 그 다음은 간결함이다. 최대한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어려워진다.
2014년 라이더컵 유럽 팀 캡틴이었던 폴 맥긴리는 진정한 부자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자신과 세상에 대해 평안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했다. 행복은 곧 세상 사람들의 기준과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한 시야로 만드는 삶이며, 세상을 관조하는 힘이라는 대답이었다.
신지애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온 저력과 힘은, 자신의 삶에서 불운의 조건을 행복의 조건으로 만드는 관조의 힘이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 입성의 영광이 됐다. 그녀는 앞으로 한국 여자 프로 골프(KLPGA) 역사의 값진 이름을 남긴 명예의 전사이자, 최고의 골프 선수로 우리 모두에게 평생 기억될 것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