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삽질 말고 이제 스토리텔링으로 지역 재개발 해요”
이야기로 연결고리 만드는 젊은 기업 ‘어반플레이’
▲어반플레이가 지난해 진행한 축제 ‘연희, 걷다 2015’의 투어 현장. (사진=어반플레이)
(CNB저널=안창현 기자)
‘도시에서 놀자’는 뜻 그대로 어반플레이는 도시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에 놀이하듯 유쾌하게 접근한다. 그냥 대책 없이 놀자는 것은 아니다. 어반플레이는 도시와 지역의 다양한 이슈들을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자고 제안한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도시와 공간,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하는 젊은 기업 어반플레이를 만났다.
얽히고설킨 도시 문제,
문화로 유쾌하게 접근하자!
어반플레이는 그간 도시와 지역 마을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온라인에 아카이브 하는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해왔다. 그중 약령시 스토리 아키이브의 경우는 한약재로 유명한 약령시가 오히려 한약재 유통에서 신뢰도가 낮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 성격을 가졌다. 한약재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여기에 지역 상인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연희, 걷다’ 축제 참여자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만나고 있다. (사진=어반플레이)
2013년 만들어진 어반플레이는 이렇게 다양한 지역의 아키이브를 기반으로 도시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도시와 지역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도시 문제는 흔히 사회적, 경제적, 혹은 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반플레이의 접근 방식은 새롭고 유쾌하다.
홍 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도시 문제를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건물을 새로 짓고, 도로를 다시 까는 일에 익숙하다. 가령 지역의 문화를 가꾸기 위해 문화센터를 짓는 식이다.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이제는 그 인프라를 채울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해졌다.”
또 사회의 크고 보편적인 이야기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주목받는 시대다. 이런 개인과 지역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연결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홍 대표와 어반플레이가 문화 마케팅 시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지역과 공간, 콘텐츠를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과 유사하다.
즐겁게 도시 재생하는 방법
어반플레이의 첫 프로젝트 또한 도시와 농촌을 잇는 프로젝트로, 농부 스토리 아카이브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농촌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주고, 도시 사람들은 그 농촌에서 생산된 농작물들을 믿고 구입한다. 플랫폼에서 공유하는 이야기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며 서로 간에 신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홍 대표는 “어머니한테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집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농수산물을 구입하셨는데, 농촌과 어촌 지역 지인들로부터 농수산물을 믿고 사셨다. 지금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지만, 요즘 카카오의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 파머’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사실 너무 빨리 한 감이 있다”며 웃었다.
▲어반플레이가 운영하는 연희동의 문화공간 ‘어반폴리’ 아지트. (사진=어반플레이)
▲한글박물관에서 어반플레이가 기획한 ‘한글 배움터’ 프로그램. (사진=어반플레이)
홍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해 자연스럽게 도시와 공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기존 도시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에서 탈피해 좀 더 즐겁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도시와 지역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 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반플레이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들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이제 지자체에서도 신도시처럼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기존에 있는 것에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불어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쪽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도시와 지역의 콘텐츠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알지만, 실제 이런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단체나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런 만큼 어반플레이는 바쁘다. 홍 대표는 “지역의 원도심에 접근하는 문제로 지자체로부터 우리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 원도심은 예전엔 화려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지역이다. 보존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할 지역”이라고 했다.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창업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프로젝트였다. 어반플레이는 성심당 측과 1년여 가까이 접촉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성심당의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기술을 녹여냈다. 그리고 성심당 인근의 지역에서 팝업 전시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의 60주년 기념 프로젝트 모습들. (사진=어반플레이)
▲어반플레이는 성심당 인근 지역에서 팝업 전시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어반플레이)
“문화기획자들이 만나는 플랫폼 됐으면”
작년부터는 연희동의 문화공간과 작가들의 활동을 콘텐츠로 만들어 ‘연희, 걷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희동 지역 11개 공간을 연결해 지역 축제가 되길 바랐다. 기존의 공간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지역 브랜드를 살려 지속가능한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연희동 곳곳에 전시공간도 많고 작가들의 작업실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공간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사실 외부 사람들은 지역의 작은 콘텐츠 하나를 보기 위해 그 지역을 찾진 않는다. 그런 곳들을 연결해 하나의 코스로 만들어 시장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며 ‘연희, 걷다’라는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콘텐츠의 가치가 부동산 값만 올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듯하다. 현재도 서울 곳곳에선 개성 있는 소상공인이나 예술가, 문화기획자들이 만들어낸 지역성이 부동산 논리로 위협 받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반플레이는 지역에서 개개인이 가진 이야기와 콘텐츠를 축제 프로그램 전반에 녹여내 연희동의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와 이야기가 인정받고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꾸준히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단순 이벤트성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갈 문화기획자, 창작자들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문화기획자들이 이런 꿈을 꾸기 힘들다. 앞으로 조금씩 이런 현실을 개선해가고 싶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