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으로 되살아난 ‘언더우드 오브 코리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 전시회
▲'언더우드 오브 코리아'전의 전시장 입구.(사진=김연수)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이자, 연세대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의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전시회가 12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려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연세대 언더우드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이번 전시회 ‘언더우드 오브 코리아(Underwood of Korea)'에선 언더우드의 각종 유품은 물론, 그가 한국에서 31년 동안 선교활동을 펼치면서 경향 각지에 설립한 21개 교회의 사라진 모습 또는 현재 남아 있는 모습을 펜화로 그려낸 미술작품 전시회도 함께 열려 이채로왔다.
한국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이자 교육자로서,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개설자인 언더우드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고, 고종황제-명성황후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백주년기념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공간에는 언더우드의 선교 활동을 담은 사진과 유품, 타자기 회사를 설립해 번 돈으로 언더우드의 한국 선교 활동을 적극 후원한 형 존 언더우드(John T. Underwood)가 발명한 타자기 14점이 전시되고 있다. 구한말 일본의 압박 아래서 언더우드 등 외국인 선교사에게 안전의 의존하던 고종황제가 언더우드에게 하사한 명품 칼 ‘언더우드의 사인참사검’ 역시 전시장에 그 정교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 칼은언더우드의 손자 리처드 F. 언더우드가 보관해오다가 이번 행사를 맞아 언더우드 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언더우드의 선교활동을 도왔던 형 존 T. 언더우드(John T. Underwood)가 개발한 타자기들.(사진=김연수)
이상면 연구교수의 펜화와 김봉희 화백의 언더우드 유화 초상화는 전시장 안의 볼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상면 교수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약 40점의 펜화들은 언더우드가 1885년 내한한 이후 31년간의 선교활동 동안 설립한 교회와 학교, 사회 기관들을 되짚어보는 작업이다. 구한말의 사진 자료들을 참고하거나 현재의 실물을 반영해 그가 도화지에 표현한 것은 21개 교회 건물의 과거 또는 현재의 모습이다.
▲언더우드가 개척한 교회를 일일이 찾아가거나 사진 자료를 찾아내 펜화로 그려낸 이상면 교수(CNB저널 편집위원).(사진=김연수)
이 21개 교회들은 언더우드가 씨앗을 뿌린 ‘자매교회’들이며, 그 동안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개척자 역할을 한 교회들이지만, 한 자리에서 언급된 적은 없었다. 이 교수는 언더우드 기념사업회 학예팀과 함께 문헌 조사를 거쳐 언더우드의 흔적을 수집했다. 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자매 교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각적 결과물로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며, “곧 발행 예정인 도록은 그림과 함께 교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자매 교회들 사이의 연결망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덧붙여 “18~19세기 영국의 풍경화 등 유럽에서 널리 사용됐던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한 방법으로 이번 펜화를 그렸다”고 밝혔다. 영화학을 전공한 그가 옛 시각 장치를 활용해 그려낸 작품들은 ‘기억의 시각적 결과물’이란 그의 표현과 잘 어울려 보인다.
▲이상면 교수의 펜화 작품 '황성YMCA 1906-1915 = 종로2가'. 일본강점기 당시 허름한 조선식 구옥 옆에 늠름하게 들어선 서양풍 건물의 당당한 아름다운을 표현했다. 왼쪽의 첨탑 건물은 당시의 종로경찰서. 위압적인 건물로 식민지배자의 지위를 총독부 당국이 드러내려 했음을 보여준다.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