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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불역쾌재 & 맥베드] 힘있는 자들의 요지경 정치판,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어지러운 정권 꼬집는 공연들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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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김금영 기자⁄ 2016.11.01 15:21:20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검찰 앞이 배설물로 얼룩졌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터졌다. 최 씨는 얼굴을 감추고 황급히 들어갔고, 동물 배설물이 던져졌다. 하지만 이 배설물이 배신감과 상처로 얼룩진 국민들 기분보다 더러울까.


요새 정치판은 코미디라고도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기에 하도 어이없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물며 “요새 정치인이 코미디언보다 웃긴데, 도대체 코미디언은 뭘 먹고 사냐”고도 한다. 방송가에는 소신 발언과 자막이 이어지고 있다. 무한도전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성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등의 자막을 내보냈고, 최 씨가 건강이상을 호소하자 방송인 김제동은 “위로 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공연계에도 이런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정치 상황을 빗댄 공연들이다.


PART 1. “왕 앞엔 아무도 없습니까?”
연극 ‘불역쾌재’에 공존하는 긍정과 역설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뜻한다. 기지를 오영수(왼쪽), 경숙을 이호재가 맡아 열연한다.(사진=LG아트센터)

“전하는 지금 이 나라를 힘 있는 자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백주대낮에 죽은 일곱 명의 젊은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됐습니까?”


대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일순간 모두가 숨 멎은 듯한 정적, 그리고 이어 이 정적을 꾸짖는 듯한 한탄이 흘렀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다. 이 대사는 극 중 ‘강산칠우의 변’에 관한 것이다. 세자의 친구를 포함한 젊은이 7명이 구멍이 난지 모르고 배를 한강에 띄웠다.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세자는 발을 동동 굴렀고, 옆에서 왕은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라며 지켜보기만 했다. 결국 배는 가라앉았고 젊은이들은 때이른 죽음을 맞았다.


강산칠우의 변을 보고 아직까지도 국민의 가슴 속에 상처로 남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공연의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것뿐 아니다. 이 공연은 특히 요즘 더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현실의 정치판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다.


극은 상상 속 조선 시대 어느 왕의 치하에서 태보라는 인물이 쓴 분서로부터 시작된다. 이 분서는 더러운 정치판의 똥(糞), 또는 백성들의 분(憤/忿)을 담은 분서라고도 불렸다. 이유인즉슨 나라가 무너져야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태보는 본인이 자유를 좇아 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앞에서 재주 부리는 개에 현혹돼 좋다고 따라간 것일 뿐이었고, 이 개 또한 자신 앞의 개를 따라갔다는 것. 그로 인해 세상은 엉망이 됐다고 신랄하게 지적한다.


▲연극 '불역쾌재'의 첫 시작은 분서로부터 시작된다. 분서는 더러운 정치판의 똥(糞), 또는 백성들의 분(憤/忿)을 담은 문서다.(사진=LG아트센터)

분노한 왕은 자신이 맨 앞의 개냐고 묻고, 태보는 “왕 앞엔 아무도 없습니까?”라며 반문한다. 왕이 과연 주체적으로 나라를 이끈 것인지, 왕의 주위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왕이 “이 나라가 무너져야 한다고 네가 정녕 그러는 것이냐” 호통 치자 태보는 “무너져야 할 것은 무너져야죠”라고 응수한다.


그렇다면 태보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비관주의자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태보는 난데없이 해괴한 춤을 추며 장난질을 시작한다. 그가 외치는 건 ‘불역쾌재(不亦快哉)!’ 즉,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다. 이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태보는 춤을 추며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 편이고, 저렇게 말하면 역적인 게 어디 있냐!” 나와 너, 흑과 백, 남과 여, 여당과 야당, 남과 북 등 이분법적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상에서 태보의 한 마디는 강한 울림이 있다. 하지만 그 울림이 무겁고 버겁지만은 않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던 공연장에서는 이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묘한 느낌이다.


2013년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을, 2014년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공연과 이론 작품상을, 2015년 ‘햇빛샤워’로 차범석 희곡상과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한 작가 겸 연출가인 장우재가 신곡 ‘불역쾌재’를 올렸다.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묘한 느낌의 연유가 여기서 비롯됐다.


‘관동만유’는 잘 나가던 두 선비가 문득 해직당한 뒤 관동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일을 쓴 기행문이다. 소장수로 오해받은 일, 길에서 잔 일, 먹을 것 때문에 싸운 일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실렸다. 그런데 장 연출은 이 이야기를 읽고 웃으면서도, 왜 이들이 여행을 떠나 이런 글을 남겼을까 궁금해졌다. 정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해서 떠나 버린 것은 아닌지, 그 어둠에 오히려 장난기를 발동해 아는 사람은 알게, 모르는 사람은 모르게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여기에 정약용 선생의 시 ‘불역쾌재행’은 장 연출의 영감을 자극했다. 시를 쓰던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성을 내거나 종이를 접고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흥이 돋는다며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외치는 내용이다.


▲연극 '불역쾌재'에는 강산칠우의 변, 정치적 희생양 등 현 시대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사진=LG아트센터)

‘일부러’가 악하고 선할 때


관동만유에서 즐거운 글을 남긴 두 선비와, 내리는 비에서 오히려 흥을 느끼는 정약용 선생. 장 연출은 힘든 현실에서 울분을 토하고, 성을 내거나 침울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극복하려는 태도를 느꼈다. 장 연출은 전작들에서는 현실비판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비판적 시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와 더불어 관조와 포용의 시선도 드러내는 변화를 보여준다.


극에도 기행을 떠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조선 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인데, 두 사람은 기질이 매우 달랐다. 기지는 실용과 과학을 중요시하는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고, 경숙은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포용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이 둘이 공통된 태도를 보인 일이 있다. 자신들의 벗인 태보가 죽임을 당할 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는 것. 태보가 죽은 후 기지와 경숙은 시덥지 않은 내기에 목숨을 걸고 떠난다. 금강산 외팔담 구룡폭포에 동굴이 있는지 없는지 언쟁을 벌이다가 지는 사람이 목숨을 내놓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기행길에 태보의 호위 무사였던 회옹도 동참한다.


그런데 이들의 기행에 또 따라붙은 인물이 있다. 왕이 잠행을 붙였는데, 기지와 경숙이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몰래 숨어서 기록한다. 알고 보니 여기엔 또 숨은 사연이 있다. 현실에서도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말이 있다. 왕에게는 희생양이 필요했다. 태보의 죽음은 백성들의 분노를 살 수 있었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할 인물이 필요했다.


▲장우재 연출은 연극 '불역쾌재'에 대해 "문제를 풀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현실 문제를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사진=LG아트센터)

노련한 정치인 기준호와 기준직 일파는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기질의 경숙과 기지 중 한 사람을 택해 책임을 묻고 처단해야 한다고 간언한다. 이들은 "왕의 유통기한이 어디까지인지 우리가 잘 살펴야 한다"고 뒤에서 검은 속내를 품은 인물들이다. ‘앞에서는 선해야 하는’ 왕이 전면에 나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왕은 두 대감을 각기 몰래 불러내 상대방의 허점을 잡아 고하라는 명을 내린다. 일명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21세기 한국의 경선, 대선 때 흔히 펼쳐지는 광경이다.


한 사람이 죽어야 다른 한 사람이 산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지와 경숙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자면 기가 찬다. 콩죽 한 사발을 두고도 양보 안 하려고 죽어라 싸우고, 자기 혼자 두고 여자와 나가 버린 기지를 보고 경숙은 질투에 불탄다. 나라에서 가장 현명한 두 사람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노릇이다.


이들의 행동엔 ‘일부러’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일부러’는 이 공연을 관통하는 큰 줄기이기도 하다. 냉정하게만 보였던 왕에게도 이 일부러가 숨어 있다. 고의성을 띤 일부러는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 상대방을 해하기 위한 목적의 일부러가 판치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희생의 일부러다. 왕은 이들에게 서로의 허점을 잡으라는 명을 내렸다. 기지는 폭포 안에 동굴이 있는지 알았으면서도 일부러 지는 내기를 했다. 경숙은 기지에 대한 글을 적는 대신 일부러 악보를 그려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들은 동시에 죽으면서, 또 동시에 사는 길을 택한다.


▲연극 '불역쾌재'의 포스터.(사진=LG아트센터)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어느 한쪽이 살아남았다고 치자. 그러면 그 한쪽은 권력을 잡기 위해 또 폭주하고, 이게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그래서 양쪽 모두 사라지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남은 백성들이 잘 살기 위해 동시에 죽고, 또 동시에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비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장면에서 오히려 춤판이 벌어지고, 모두 ‘불역쾌재’를 외친다. 이 불역쾌재는 어두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 상황이 올 때까지 손을 대지 못했음을 개탄하는 역설적인 느낌 또한 가졌다.


장 연출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이 공연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팩트를 전달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 어떤 특정 일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현실 문제가 들어간 것 같다. 어떻게 우리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LG아트센터에서 11월 6일까지.


PART 2. “파멸로 가는 맥베드에서 최순실을 봤다”
오페라 ‘맥베드’의 현대적 재구성


▲서울시오페라단이 오페라 '맥베드'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맥베드 역의 양준모(오른쪽)와 맥베드 부인 역의 오미선이 호흡을 맞췄다.(사진=세종문화회관)

“예전엔 ‘맥베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올리기 쉽지 않은 공연이라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다시 맥베드를 찬찬히 보니 최순실과 흡사한 맥베드 부인 등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소름이 끼쳤습니다.”


거침없는 실명 거론이 이어진다. 다름 아닌 공연 제작 발표회 현장, 그것도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명작으로 꼽히는 ‘맥베드’와 관련해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만든 오페라 ‘맥베드’를 무대에 올린다. 지휘는 구자범, 연출은 고선웅이 맡았다. 특히 구자범은 ‘맥베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어갔다.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기도 했다.


▲2012 독일 뤼벡 시립극장에서 맥베드로 열연한 양준모.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만든 오페라 '맥베드'가 2016년 무대에 펼쳐진다.(사진=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맥베드’는 용맹한 장군이자 야심가인 맥베드가 마녀의 사주를 받아 자신이 섬기는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맥베드의 부인은 남편을 통해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맥베드는 또 다른 칼에 쓰러지고, 왕권은 교체된다.


본래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이로 인해 빚어지는 인물 내면의 갈등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인간의 잔인함과 욕망을 강렬한 음악으로 표현해, 베르디의 작품 중 예술의 정점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2016년 무대에 올리는 구자범은 ‘맥베드’를 새롭게 마주했다. 그는 “처음 공연 제안을 받고는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권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다보니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바로 극에 등장하는 마녀 셋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맥베드’에는 맥베드를 현혹하는 마녀 세 명이 합창단으로 등장한다. 구자범은 “마녀들의 첫 대사가 ‘너는 뭐했니?’ 그 다음 대사가 ‘너는 뭐할 거니?’다. 배를 침몰시킬 거라고 하자 ‘암초를 빌려줄게’ ‘도와줄게’라고 하면서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주무른다. 이 모습이 나라를 주무르는 재벌, 검찰, 경찰, 언론 등 권력층과 똑같이 느껴졌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는 마치 이 공연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처럼 보이더라”고 말했다.


배를 가라앉히는 세 마녀와 부인


▲구자범 지휘자는 오페라 '맥베드'에 대해 "현실의 최순실이 생각난다. 뻔뻔한 권력 구조가 소름 끼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사진=세종문화회관)

마녀들은 맥베드에게 ‘네가 왕이 될 거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장면에 대해 구자범은 “최순실 같은 레이디가 나타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극중 아무 것도 모르는 양 “신이시여, 저 암살자에게 낙인을 찍어주소서”라며 신에게 의지하려는 모습도 꼬집었다. 구자범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권력층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맥베드’를 다시 보며 이 점들을 느꼈다. 왜 이전엔 몰랐을까”라고 말했다.


공연 초반부터 이어지는 2막에서도 맥베드는 계속해서 마녀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 같지만 실상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맥베드는 계속 마녀와 접촉하고, 마녀가 시키는 대로, 마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 마녀들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 입을 모아 노래한다. 그리고 그것이 파멸로 이어진다.


구자범은 “극의 마지막에는 정권이 바뀐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조차도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데도 ‘나를 신뢰하라’ ‘나를 따르라’고 혼자 외치는 인물이 등장한다. 마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생각할 측면이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올리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왜 이 시점에 굳이 ‘맥베드’를 올리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공연은 욕심을 공공연히 자랑하고, 심지어 탐욕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서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극중 탐욕이 악함으로 드러나는데, 악함에 대한 불감증 시대에 ‘맥베드’는 많은 이야기를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함 또한 중독되는 과정이 ‘맥베드’에 드러난다. 이는 우리 시대와 같다. 400년 전 쓰인 작품이 현 시대의 우리에게도 경고를 던지는 것”이라며 “극에서는 탐욕의 끝에 파멸이 기다린다.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맥베드’를 이 시대에 다시금 돌아보고 생각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맥베드' 포스터.(사진=세종문화회관)

구자범이 최순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느낀 인물인 맥베드 부인은 오미선과 정주희가 연기한다. 맥베드를 허수아비처럼 내세우고, 뒤에서 권력을 쥐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오미선은 “그간 많은 역을 맡았는데, 가장 드라마틱한 악녀 역할이다. 레이디 맥베드는 남편을 통해 권력을 움켜쥐려한다. 이 시대 누군가를 반영하는 역할”이라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어 “굉장히 나쁜 역할이라 사색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나도 모르게 역겨운 눈빛으로 다닐 때도 있다.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 중”이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나라가 정말 어지럽다. 이 가운데 국민의 분노를 담고, 또 세태를 반영해 보여주려는 공연들의 시도는 계속해서 눈길을 끌 전망이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월 24~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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