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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요즘 청소년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어떻게 볼까?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의 첫 내한 작품으로 무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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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11.11 14:55:31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 중이다. 거울을 무대 전면에 활용해 판타지적인 공간을 만든다.(사진=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이미 너무 유명하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파리 사교계의 꽃인 비올레타를 사랑해 온 알프레도는 파티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매일 계속되는 향락에 폐병을 앓는 비올레타는 그의 구애를 거절한다. 하지만 알프레도의 순수한 진심에 감동을 받아 결국 그와 사랑에 빠지고, 파리 근교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돈을 구하기 위해 알프레도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기로 마음먹고 사교계로 돌아가지만, 뒤늦게 제르몽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리고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에게 마지막 만남의 순간이 찾아온다.


엇갈린 사랑이라는 표면상의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왜 이 작품이 유명한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하지만 ‘라 트라비아타’는 단순 신파극이 아니라, 이 오페라가 만들어질 당시 상류사회의 위선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1막 초반에 사교계 파티에 몰려든 사람들은 “쾌락을 즐기자”며 퇴폐적인 모습을 보인다. 파리 상류사회 남자들이 모인 가운데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를 비롯해 여러 매춘부들이 내일은 없다는 듯 즐긴다. 1853년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에서 이 공연이 첫선을 보였을 때는 동시대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들 때문에 베르디는 이야기의 배경을 100년 전 과거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과 뒤가 다른 사회의 위선에 대한 날선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신파로 보이는 사랑에도 편견어린 시선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자리한다. 비올레타가 매춘부였다는 이유로 제르몽은 자신의 아들과 헤어지길 강요한다. 마음이 진실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보이는 겉모습이 가장 중요했던 것. 사회적 약자이자 편견의 시선 속에 갇힌 비올레타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날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이야기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의 꽃인 비올레타와 그를 사랑해 온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 ‘라 트라비아타’가 이번엔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의 첫 내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베닝 브록하우스 연출의 ‘라 트라비아타’는 1992년 첫선을 보인 이래 1994년 로마, 1995년 일본 나고야, 미국의 볼티모어, 팜 비치, 스페인의 발렌시아, 프랑스 툴롱, 중국 베이징 등에서 공연됐다. 이미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했던 관객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더 뉴 웨이(The New Way)’라는 부제도 달았다.


헤닝 브록하우스의 무대는 복잡한 세트가 없다. 단지 바닥에 화려한 그림, 그리고 이 그림을 고스란히 비치는 거울이 무대 위 전면에 크게 설치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무대는 몰입감이 대단하다. 그리고 공연 후반에는 점점 그 각도가 더 가파라지면서, 결국엔 거울이 관객을 비추는 형태로 변한다. 극을 보던 관객들은 무대 위 비친 자신들의 모습도 확인하며, 마치 극 속의 또 다른 극에 함께 참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현실에 판타지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라 트라비아타’ 무대 자체도 열심히 봤지만 주변도 열심히 둘러봤다. 이날 ‘라 트라비아타’는 약 1000명의 청소년을 초청해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하는 용기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라 트라비아타’의 명성은 이미 설명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그래서 이 작품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했다.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대사가 반복되는 오페라의 형식에 지루함을 느낀 학생은 집중하지 못했고, 배우들이 입은 의상 등 겉모습을 열심히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많이 들린 목소리는 “의외로 재미있어”였다. 오페라를 평소에 볼 기회가 흔치 않은 학생들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공연장에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거울로 구성된 무대에 흥미를 보였고, 유명한 멜로디가 흘러나올 경우 집중하기도 했다.


얼마나 이 공연이 청소년에게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갈지 궁금했는데, ‘시간 떼우기’가 아닌 집중해서 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공연 관계자들은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시선 또한 높아졌다”고들 하는데, 이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고전 공연을 관객의 시선에 맞게 새로운 연출을 연구하는 공연계의 노력은 필수 요소였다.


이번 공연의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알리다 베르티, 알프레도 역은 테너 루치아노 간치, 제르몽 역은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가 맡았고, 테너 이승묵, 바리톤 장유상 등이 출연한다. 지휘자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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