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김병기, 이우환, 윤명로, 이종상, 최욱경 등 한국 미술계 거장들의 청년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1950-60년대 미술대학 초창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사진(寫眞)하다: 미술대학의 옛 모습들’을 개최한다.
1946년 개교한 서울대학교는 동숭동에 있던 경성대학의 건물을 이어받아 사용하다가, 몇 년 뒤 발발한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난을 가야 했다. 1953년 휴전이 되고 서울대학교는 같은 해 9월 다시 동숭동으로 복귀했는데,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모두 서울로 복귀한 직후부터 시작한다. 전쟁과 가난으로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시절, 동숭동 옆 이화동에는 미술대학 캠퍼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대 건물 뒤로는 자칭 ‘세느강’이 흐르고, ‘미라보 다리’를 건너 있던 다방에서 삶과 예술을 토론하던 낭만과 열정의 시절이 고스란히 사진에 묻어난다.
전시에 걸린 사진 대부분은 서울대 미술대학 1회 입학생인 故 성낙인 선생이 찍었다. 1946년부터 1951년까지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부 조각과를 다닌 후, 본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미술대학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최근 故 성낙인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이 사진들을 통해 잊혀진 옛 미술대학의 향수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전시장 초입에는 미술대학 입학을 위한 실기시험 사진이 전시됐다. 각각 1953년과 2015년의 기록사진을 대조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학내 교실에서 한복을 입은 모델을 그리던 50년대와 대비되는 오늘날의 입시 풍경이다. 사진에는 대형 전시장(킨텍스)을 가득 메운 2천여 명의 학생들이 문제를 고심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후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학생이 만화책을 보고 있는 사진부터 스케치 여행으로 간 논산 관측사에서의 단체사진, 미술전 심사 광경 및 속옷 입은 모델을 소묘하는 모델 수업 광경, 입학식과 졸업식 단체사진 등 당시 미대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사진 속 인물들이다. 전시 동선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방에는 1953~1965년 사이 입학생들의 증명사진 800여 점이 전시됐다. 이것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들부터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까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미대에 진학한 이들의 기록이다. 하지만 6.24 동란 이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미술의 꿈을 포기했던 인물들이 대다수다.
서울대 미술관은 이에 ‘사진 속 인물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로 일간지 지면에 광고하고, 무명의 인물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졸업생 명단은 확보하고 있지만, 명단의 이름과 사진을 매치하기 힘든 탓이다. 광고를 통해, 혹은 전시장에서 해당 인명을 찾게 되면 전시 중인 해당 사진을 증정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