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박지은 박물관학 박사는 프랑스의 예술가 아틀리에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프랑스가 지원 정책에 앞서 중요시한 것은 개념 구축이다. 박 박사는 “프랑스는 예술가를 전문직 노동자로 바라본다. 이것이 아틀리에 지원 정책의 가장 근간이 되는 시작점이다. 정기적 임금이 존재하지 않아 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전문직으로 예술가를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공간으로 아틀리에를 간주한다”고 말했다.
또 예술가 안에서도 여러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극단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연 예술가가 있고, 개인 활동이 중심이라 집단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조형 예술가가 있다. 박 박사는 “조형 예술가는 타 분야 예술가와 비교해서도 불안정한 자유 직종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예술가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아틀리에 또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프랑스는 거주, 그리고 작업 목적으로 아틀리에를 나누는 경향이 있다. 거주 아틀리에는 거주와 창작 공간을 동시에 지원하는 효과가 있으나, 사생활과 공적 영역이 중복되는 단점이 있다. 작업 아틀리에는 예술 작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집중력을 높이지만, 예술인이 추가로 거주 공간을 찾아 임대료를 내야 하는 부담을 준다.
이 아틀리에 지원과 관련된 사항을 파리 같은 대도시의 경우 시에서 관장하고, 기타 지역은 주로 지방문화부인 DRAC(Direction Regionale des Affaires Culturelles)가 관장한다. 또 중요한 사항으로, 프랑스는 예술가의 사회복지를 위해 예술가의 집(MDA) 협회와 작가사회보장경영협회(AGESSA)를 두고 있다. MDA는 예술가 직업 연대를 위한 형태로 1952년 설립됐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 예술가의 사회복지 및 보험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AGESSA는 예술가 중에서도 문학가, 시나리오 극작가, 작곡가 등을 위해 1977년 만들어졌다.
아틀리에 및 예술창작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MDA나 AGESSA의 등록 증명이 필요하다. 박지은 박사는 “자격 지원에 있어 외국인인 것은 상관없으나,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기본 거주지를 두고, 특별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전문적 예술 활동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프랑스 아틀리에의 단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신청 대기 인원이 꽉 차 있는 상태로,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아틀리에 수가 부족하다. 또한 제출서류 및 규정이 까다로워 너무 부자라도, 너무 조금 벌어도 아틀리에에 들어갈 수 없다. 아틀리에에 들어가기 위해 특히 중요한 게 예술 활동의 하한선, 즉 수익이다. 그렇다보니 작업을 우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이 수익을 중심으로 아틀리에 입주가 결정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현재 새로운 아틀리에 개념이 대두 중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공공 아틀리에 지원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예술인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쿼트 운동이 그 예다. 버려진 공간을 무단으로 점거해 예술 활동을 펼치는 스쿼트 운동이 파리 1구 리볼리가의 쉐 로베트 엘렉트롱 리브르에서 펼쳐졌다. 루브르박물관과 맞닿은 이 공간은 단숨에 유명세를 탔고, 철거 직전 파리시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박 박사는 “건물 공사를 다시 할 때 기존 작가들을 내보냈는데, 추후 입주 작가를 다시 선발하는 과정에서 공권이 개입됐다. 스쿼트 운동의 본질을 흐렸다는 작가들의 불만이 있었다. 공간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적 공공 아틀리에로는 파리 12구에 위치한 아틀리에 엉 꼬맹이 등장했다. 공간 확보는 파리시, 공사시공 관련 재정은 일드프랑스 지방에서 지원했다. 예술가뿐 아니라 창작 활동을 원하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사용자는 일정 등록금을 내고, 공간에 마련된 작업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최저생계소득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이 공간을 많이 찾고 있다.
박 박사는 “예술가 개인 공간으로서의 아틀리에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의 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프랑스 아틀리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활동에서 출발해 정부 등 국공립기관이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형태로 진행되는 추세”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