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언가를 목격한 소년. 이 경험은 소년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가 됐다.
갤러리바톤이 피터 스틱버리의 개인전 ‘극도의 생경함(High Strangeness)’을 10월 27일~11월 30일 압구정동 전시 공간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스토리 라인과 그와 연계된 인물들의 세심한 묘사로 미국과 오세아니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터 스틱버리의 신작을 아시아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스틱버리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비행물체)라는 정체불명의 우주적 현상에 기초한 일련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실체적인 증거 없이 다수의 목격담과 사진 자료가 난무하는 가운데, 오손웰스(Orson Wells, 1915~1985)의 ‘우주전쟁(1938)’을 필두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 소재로 활용되면서, UFO는 일반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가설이자 궁금증을 자아내는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언가를 목격했고, 이 경험을 근간으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UFO와 연계된 주제를 다루게 됐다. 작가의 작업은 2015년 스페인 까사 엔쎈디다 아트센터(La Casa Encendida), 2016~2017년 미국네바다미술관(Nevada Museum of Art) 전시에서도 알려졌다.
작가는 수많은 UFO 목격담과 미디어 자료, 각국 정부의 비밀해제문건, 동영상 등을 연구하면서, 일련의 사건들에 연계된 많은 인물들 중 사진과 영상자료가 존재하는 20~30대 초반의 남녀에 주목한다. 갤러리바톤 측은 “이는 해당 연령대가 아직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인기에 접어들지 않았기에 사회적 통념에 완전히 지배받기보다는 ‘비상식’에 일종의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틱버리의 손에서 새로운 표정과 시선을 부여받고 탄생한 인물은 여리고 아름답지만 대체로 어딘가에 홀린 듯 무표정한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있다. 이는 UFO라는 기이한 일을 맞닥뜨린 순간 혹은 그러한 기억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음을 묘사한다.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압도당한 듯한 자세는 마치 일관된 표정과 포즈를 당연시하는 학교 졸업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갤러리바톤 측은 “각 인물이 지닌 개성을 최대한 절제하는 표현 양식은 UFO와 마주침으로 인해서 통상적으로 믿어 온 확고한 진실에 대한 감정의 상실을 나타내는 시각적인 메타포”라며 “특히 작품에 과장된 사실주의를 가미해 등장인물의 비현실적인 감각과 내적 동요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창백할 정도로 밝게 묘사한 피부색조와, 섬세하고도 매혹적으로 묘사한 얼굴과 신체의 조합은 작품에 미적 완결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어린 시절의 희미하지만 동시에 또렷이 각인된 작가의 경험은, 사고의 확장과 극단적으로 연마된 회화스킬과 결합해, 확고한 주제의식과 미적성취를 추구한 사적인 아카이브이자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번 전시에서 이런 작가의 그간의 여정을 공유하며, 스틱버리가 매혹된 UFO 케이스와 그 등장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