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 ‘레옹’ ‘이유없는 반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유명 장면과 앤디 워홀의 ‘초상화’ ‘꽃’ 시리즈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유명 캐릭터까지. 모두 익숙한 장면인데 선이 삐뚤빼뚤 뭔가 다르다. 매드사키가 스프레이를 사용해 재탄생시킨 화면들이다.
페로탕 서울이 매드사키의 국내 첫 개인전 ‘바다 핑, 바다 붐(BADA BING, BADA BOOM)’을 11월 15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신작 총 15점을 선보인다.
유년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매드사키는 도시를 휘저으며 다양한 그래피티를 직접 보고 느꼈다. 거리 미술이 넘치는 환경에서 공부한 그는 일본에 귀국한 뒤 그래피티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프레이를 이용해 캔버스에 슬랭 문구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아름다운 선보다 삐뚤어진 선이나 지저분한 선을 좋아한다”며 “스프레이는 과하게 분사하면 평평해져버려서 일부러 스텐실을 사용해 배경을 채우는 형태로 질감을 낸다”고 작업 방식을 밝혔다.
작가의 작업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SNS에 이미지를 스크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드사키는 무라카미의 ‘꽃’을 스프레이로 그린 ‘호미지 투 다카시 무라카미 플라워즈(HOMAGE TO TAKASHI MURAKAMI FLOWERS)’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다.
나카오 타쿠야 미술평론가는 “매드사키가 만들어 내는 창작물은 친숙하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지만, 결국 다시 혼란을 가중시켜 동적인 충동이 정착하는 소음과 닮아 있다”며 “그가 표현한 친숙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모티브가 왠지 이상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은 얼굴을 제대로 그리지 않고 그저 범람하는 스마일 이미지를 슬쩍 차용해서 활성화시킨, 매드사키의 순수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작업을 평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페인트를 흩뿌리는 방법을 사용한 거칠고도 섬세한 선이 평면적인 그림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한 그 동적인 충동의 소란스런 울림이 고도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끊임없이 자극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