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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카츠 스타일’로 예술이 된 코카콜라와 CK

롯데뮤지엄 ‘모델 & 댄서’전, 카츠 신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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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5-586호 김금영⁄ 2018.04.27 09:43:47

'알렉스 카츠: 모델 & 댄서: 아름다운 그대에게'전 전시장 입구.(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거대한 단색 화면에 배치된 인물. 그런데 인물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 확대한 크롭-클로즈업(crop close-up) 방식을 사용해 눈길을 끈다. 그림이 아닌 마치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이 작업은 색면 추상, 또는 팝아트 등 어느 한 분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독창적인 초상 회화 세계를 보여주는 이 작업은 ‘카츠 스타일’로 불린다.

 

롯데뮤지엄이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작업을 소개하는 ‘모델 & 댄서: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시를 7월 23일까지 연다. 전시를 기획한 권윤경 롯데뮤지엄 아트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알렉스 카츠의 신작과 구작을 아우르는 대형 전시로, 작품 수 측면에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라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초상화, 풍경화, 설치작품부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 시리즈까지 총 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알렉스 카츠의 드로잉과 카툰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카츠는 1946년 쿠퍼 유니온 미술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954년 뉴욕의 로코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시인 프랑크 오하라를 비롯해 유명 화가와 문학가 등 문화계 인사들과 예술적 교감을 쌓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1960년대에 색면 추상의 흐름이 뉴욕을 강타했다. 그리고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 아트, 잭슨 플록의 올오버 페인팅 또한 미술계의 새로운 주류를 점령했다. 이 가운데 카츠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나선다. 바로 색면과 인물을 화면에서 결합시키고, 인물을 크롭-클로즈업 방식으로 강조한 것. 권윤경 아트디렉터는 “카츠는 단색의 거대한 화면에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섞어서 인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며 “특히 인물을 보여주는 방식이 굉장히 세련돼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로라를 그린 작품들. 인물의 전신이 아닌 얼굴과 표정, 강한 목선 등을 콜로즈업해서 강조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업 과정을 전면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가장 처음 드로잉, 카툰 작업이 전시됐다. 카츠는 보드지에 빠르게 스케치를 하고 유화 물감을 써서 순간에 포착되는 이미지와 색채를 완성한다. 드로잉을 통해 인물의 세부를 완성하고, 카툰 작업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지울지를 결정한다. 결국 카츠 스타일의 시작은 이 드로잉과 카툰에서 비롯된다.

 

다음으로는 이번 전시의 중심에 있는 ‘모델과 댄서’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안무가 폴 테일러와 20여 년 동안 12개가 넘는 발레 공연을 기획했다. 1969년 제작된 ‘사적인 영역’에서 커튼으로 무대 중앙을 가리고, 가운데에 원형의 구멍을 만들어 무용수들의 모습을 그 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고안하는 등 전통적인 무대에서 벗어나 배경이 적극적으로 무용에 개입하는 조형언어를 보여줬다. 그리고 카츠는 무대의 검은색 암막을 자신의 그림에 도입해 무용수들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댄서’ 시리즈를 탄생시킨다.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흰색을 활용한 작업이다.(사진=김금영 기자)

이주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카츠에게는 춤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무용수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자신이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때로는 무용수들이 카츠에게 어떤 동작을 하면 좋을지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댄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로라’는 카츠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무용수 로라가 모델이 된 이 화면에서는 무용수의 전신 대신 크롭-클로즈업 된 얼굴 표정 등이 등장한다. 이주은 교수는 “이 시리즈에서 카츠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키고, 댄서의 얼굴과 표정, 강한 목 선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한다. 인물의 순간적인 동작의 아름다움에 감수성을 입힌 점이 도드라지는 작업”이라며 “작가는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해 움직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리듬을 시각화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단색 대형 화면에 크롭-클로즈업
드러낼 건 심플하게 강조하는 카츠의 방식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캘빈 클라인의 대표 로고를 사용한 'CK' 시리즈. 검은색 속옷을 입고 있는 모델들과 검은색 배경 사이에서 흰색의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 CK·코카콜라 걸 시리즈에는 예술과 패션이 공존하는 게 특징이다.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코카콜라의 상징인 빨간색과 흰색의 강렬한 대비를 이용했다. 화면엔 코카콜라 병이 등장하지 않지만, 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주은 교수는 “앤디워홀 또한 브랜드 이미지를 작품에 들여왔다. 앤디워홀은 대통령, 마릴린 먼로도 코카콜라를 마신다는 평등의 이미지로 브랜드를 활용했다. 반면 카츠는 강렬한 색의 대비와 인물의 동작을 순간 포착해 보여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화면에 형성했다.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쿨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블랙 드레스' 컷 아웃(앞) 작업과 'CK' 시리즈가 함께 설치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코카콜라 걸 시리즈에서 강렬하게 느껴진 화면은 ‘CK’ 시리즈에서 단번에 차분해진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캘빈 클라인은 간결한 디자인, 특유의 로고로 유명하다. 카츠는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들을 제거한 채 인물의 몸의 형태와 타고난 매력을 돋보이게 하면서 심플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캔버스는 카메라의 프레임이 돼 모델들의 아름다운 포즈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또 주목되는 작업은 ‘컷 아웃’(cut-out) 작업이다. 카츠는 나무판을 모양에 따라 자르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붙여서 그림을 그리다가 1960년부터 나무판보다 견고한 알루미늄이나 철 등 금속판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 윤곽을 따라 잘라낸 평면 조각을 사람들이 컷 아웃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츠의 그림이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해 강조하는 식이었다면, 컷 아웃은 아예 강조된 부분이 그림 밖으로 튀어나온 느낌이다.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평면적 조각. 이 작업은 '컷 아웃'이라고 불린다.(사진=김금영 기자)

권윤경 아트디렉터는 “카츠는 컷 아웃 작업을 할 때 실제 인물 사이즈로 작업하고, 예상치 못한 부분을 잘라내는데 이것은 회화에서 사용한 크롭-클로즈업 기법과도 연결된다”며 “이 작업은 그림 안에 사람들이 들어오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앞과 뒤, 옆에서 각각 작품을 보는 느낌이 다르다. 배경과 인물의 만남이 이뤄진 화면에서 튀어나온 컷 아웃은 현실의 공간으로 확대돼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들어오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츠의 삶에서 빛을 발한 뮤즈이자 아내 아다의 모습도 그림과 컷 아웃 작업으로 만날 수 있다. 카츠는 60여 년 동안 아다의 모습을 쭉 그려 왔고, 그녀를 하나의 개인이 아닌 특별한 도상으로서 다뤘다. 카츠는 “아다는 유럽적인 아름다움과 미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완벽한 모델”이라며 “그녀는 무용수와 같이 풍부한 제스처를 표현한다. 나는 진정한 행운아”라며 아다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카츠의 그림 속 아다는 당당하게 화면을 응시하며 다양한 제스처와 패션을 보여준다.

 

알렉스 카츠의 뮤즈이자 아내인 아다 또한 그림에 등장한다.(사진=김금영 기자)

권윤경 아트디렉터는 “각기 다른 공간과 포즈들을 취하고 있는 아다의 그림에서는 공통적으로 우아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며 “카츠의 초상화가 인기를 끌수록 아다는 아름다움의 표본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화면 속 아다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카츠의 또 다른 대표작인 ‘블랙 드레스’를 비롯해 뉴욕 사람들의 삶을 담은 ‘초상화’, 인물뿐 아니라 풍경에도 관심을 갖고 그린 ‘풍경 & 꽃’ 시리즈도 볼 수 있다. 그림에 담긴 인물, 풍경 등은 제각각 다양하지만 카츠가 관심을 가진 부분, 즉 인물의 표정과 그 안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리듬이 단색의 화면과 결합되는 과정,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우아하고 고상한 아름다움을 클로즈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카츠 스타일”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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