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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로 읽는 현대인의 불안

갤러리 바톤, 허우중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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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4.10 09:18:09

허우중, ‘타이어 속 공기’. 캔버스에 연필, 유채, 162 x 130cm. 2019.(사진=갤러리 바톤)

갤러리 바톤은 허우중 작가의 개인전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을 5월 4일까지 연다. 작가는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인 낱말의 조합으로 구성된 모호하고 철학적인 문장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질적인 물체와 도형들이 균형을 잡고 있는 화면을 재현한다. 이런 불안정함과 긴박, 균형과 불균형의 동거에 관한 이미지는 작가가 현대인이 상시적으로 직면하는 불안, 공허, 막막함 등을 회화의 형태로 전달하는 기제로 활용됐다.

근작에서는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직선, 곡선의 합이 돋보인다. 이런 극단적 단순함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고, 대상들 간의 종속 관계를 보다 뚜렷이 드러낸다. 화면 하단이 암시하는 무게 중심은 이 공간이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위태로운 단순한 선과 곡선은 우리 자신 혹은 우리에 결부된 감정들, 사물들로 치환된다.

 

허우중, ‘A와 B’. 캔버스에 연필, 유채, 41 x 53cm. 2019.(사진=갤러리 바톤)

갤러리 바톤과의 첫 번째 전시인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에서 작가는 보다 분절적이고 자유로이 부유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타이어 속 공기’(2019) 캔버스의 외곽은 쉼 없이 회전하거나 곧바로 튕겨나갈 듯한 기세로 도사리는 작은 반원들과 휘어진 파상선들을 제지시키는 모습이다. 마치 지구의 중력장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주의 곳곳으로 즉시 튕겨져 나갈 인공위성들처럼 도사리고 있는 그들을.

작가가 각 작품마다 불러들인 선과 곡선의 합은 각기 다른 채도를 담당하면서 화면 전체에 고유한 발색을 드러내는 중심 매체다. 알파벳 ‘A’의 형태적 특성이 차용된 유달리 둔각의 각진 선이 반복되는 ‘A와 B’(2019)는 군데군데 수직선이 만들어내는 백색이 도드라진 가운데 화면 전체를 보라색이 점유한다. 원형과 직각의 변주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상누각 2’(2019)는 보색 관계인 붉은색과 푸른색이 화면 가득히 분포하며 첨예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갤러리 바톤 측은 “허우중 작가는 오랜 기간 유채와 드로잉과의 상생에 대한 방법론적 탐구에 진력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선과 곡선, 도형 등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가진 시각적 반향과 가능성에 대해 천착해 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무채색 화면이 빚어내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우중, ‘사(恖)상누각 2’. 캔버스에 연필, 유채, 117 x 91cm. 2019.(사진=갤러리 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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