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안톤 비도클: 모두를 위한 불멸’전을 4월 27일~7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전시실에서 연다.
안톤 비도클(1965~)은 뉴욕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스크바 출신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온라인 예술정보 플랫폼 ‘e-flux’의 창립자이자 편집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러시아 우주론을 주제로 2014~2017년 제작한 ‘러시아 우주론(Russian Cosmism)’ 영상 시리즈 3부작을 소개한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는 2016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돼 ‘눈(Noon) 예술상’을 수상하면서 영상미와 사운드, 우주론에 관한 작가의 실험정신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을 포함한 3부작을 모두 수집, 이번 전시에서 한 자리에 선보인다.
러시아 우주론은 19세기 러시아 사상가 니콜라이 페도로프(1829~1903)와 철학자, 과학자, 혁명가에 의해 개진됐다. 러시아 우주론자들은 인간과 우주가 불가분함을 주장하며 인간이 우주와 함께 진화하며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 우주론은 1917년 소비에트 혁명 이후 연구가 금지됐다가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를 전후로 재개됐다. 최근까지 러시아 우주론은 자본주의와 서구적 합리주의, 개인주의, 물질주의에 대한 철학적 대안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안톤 비도클의 영상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이것이 우주다’(2014)는 러시아 우주론을 정초한 니콜라이 페도로프가 남긴 저술과 논문 등을 바탕으로 그가 추구한 유토피아가 무엇인지 추적한다. 두 번째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는 태양의 표면 변화에 따라 인류에 큰 변화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는 알렉산더 치제프스키(1897~1964)의 우주론을 소개한다. 마지막 ‘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2017)은 우주론의 핵심 개념인 부활의 장소로서 박물관을 고찰한다. 안톤 비도클의 러시아 우주론 3부작은 유토피아를 추구한 이들의 관점과 태도가 무모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지점임을 시사한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러시아 우주론의 역사를 정리한 연보가 함께 전시된다. 6월 말에는 안톤 비도클이 내한해 김수환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교수와 대담을 갖는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세기 초반 러시아 철학, 문학, 우주과학에 근거한 안톤 비도클의 실험적인 작품과 관련 자료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과 함께 동시대 미술의 최신 담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