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의 월급통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금융권에서는 높은 금리와 다양한 부가 혜택을 내세운 CMA(종합자산관리) 상품을 내세우며 지난해까지 꾸준한 성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치며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권에서 급여통장 금리를 높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바람에 CMA는 열세에 처해 있다. 이런 은행과 증권사의 치열한 경쟁 배경과 현재 상황은 어떤지 짚어 본다. 증권사는 브랜드 마케팅 지난 2월 발효된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은행과 증권 사이의 경계기 없어졌다. 이제는 은행, 보험, 증권의 테두리가 사라지고 모두 얽혀 적과 동지를 구분할 수 없는 치열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증권사들은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다. 브랜드 경영을 가장 먼저 외치고 나선 것은 삼성증권이다. 지난 5월 삼성증권은 ‘크리에이트 위드 유(Create with you)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면적인 광고에 나섰다. 삼성증권의 뒤를 이은 것은 굿모닝신한증권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9월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꿨다. 신한금융투자는 브랜드 경영을 위해 ‘파워 오브 호프(Power of Hope)’, ‘긍정의 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어 일주일 뒤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 어카운트’로 치고 나왔다. 미래에셋그룹이 가지고 있는 투자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종합자산관리’를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일단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계좌는 올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7월 CMA 잔고가 40조 원을 기록했다. 월급통장 금리 높아지고 지급결제 서비스도 테두리가 사라진 금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증권업계와 은행계가 벌이고 있는 월급통장 경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이 주거래은행을 지정해 놓고 급여통장을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증권업계는 CMA상품으로 직장인들의 급여 통장을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말고도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금융기관이 생겨 금융서비스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은행도 급여통장의 연 이율을 높이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은행은 CMA 금리와 맞먹는 고금리 월급통장을 속속 선보이며 CMA 통장을 견제하고 있다. CMA 출발은 좋았으나 은행에 밀려 최근 CMA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증권사 CMA 총 잔액은 39조 1934억 원으로 4개월째 39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CMA통장을 이용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시작된 뒤 잔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39조~40조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런 이유에 대해 은행들이 고금리 월급통장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 데다 지점의 개수에서도 은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지점 수는 국민은행이 1096개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은행 910개, 신한은행 826개, 하나은행 606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5개 증권사 지점수의 총 합계는 599개소에 불과했다. 결국 소비자를 직접 유인할 수 있도록 지점을 통한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동양종합금융은 부가 서비스 확대와 우대 금리 적용 이벤트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점을 확대하는 대신 편의점 및 공공장소에 자동입출금기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지점 확대와 금리 인상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내년에도 CMA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