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3.25 11:41:55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카벤)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임 전 대표가 김 의장과 카벤을 상대로 약속한 성과급 887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고 25일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김 의장과 카벤을 상대로 최고 887억 원, 최저 794억 원으로 추산되는 성과급을 지급해달라는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정확한 청구 금액은 향후 소송에서 다시 확정하기로 하고 성과급 중 일단 5억 원만 청구했다.
임지훈 전 대표는 2017년 대학생이 생각하는 최고의 CEO(오피니언라이브·인사이트 조사)로 뽑히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임 전 대표는 리더십을 가장 잘 발휘하는 경영인, 기술혁신 및 창의적 사고 확산을 주도하는 경영인, 대중과 가장 잘 소통하는 경영인 설문에도 1위에 올랐다.
1980년 생인 임 전 대표는 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NHN 전략 매니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5년 8월 카카오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임 전 대표는 35세로, 국내 500대 기업을 통틀어 최연소 CEO였다.
2015년 1월 임 전 대표는 카벤과 성과 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펀드 청산 시 카벤은 펀드 운용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성과급(우선 귀속분)을 지급하되, 특히 공로가 큰 임 전대표에게 우선 귀속분의 7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같은 해 12월 양측은 당초 70%이던 우선 배분액을 44%로 낮추는 대신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 계약을 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분쟁의 불씨는 가상 화폐 붐 때문이었다. 2017년 말 두나무는 가상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출시해 단숨에 2조 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 전 대표가 이끌던 펀드는 2013년 당시 스타트업이던 두나무의 상환전환우선주 1000주를 2억 원에 인수했으며 이로 인해 카벤은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임 전 대표의 성과급도 급상승했지만 이것이 성과급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임 전 대표는 2018년 3월 카카오 대표에서 물러났다. 작년 12월 13일 카벤은 임 전 대표에게 ‘지급될 성과 보수는 현금 29억7000만원, 현물 두나무 주식 12만1106주이며 이에 대한 원천징수세 마련을 위해 두나무 주식을 주당 50만원에 처분했다’는 성과급 계산 내역을 보냈다. 이에 따르면 성과급은 635억 원 정도다. 임 전 대표가 주도하던 펀드는 작년 12월 27일 청산됐고 성과급 배분을 할 시기가 왔다. 그런데 카벤은 올 초 임 전 대표에게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임 전 대표 측은 “임 전 대표의 역할로 카카오와 카벤이 큰 이익을 올려놓고 지금 와서 계약한 성과급을 못 주겠다는 것”이라며 “임 전 대표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는 “성과급 부여와 관련해 상법 등 법률상 소정의 절차에서 미비한 상황이 확인되어 지급을 보류한 것”이라며 “성과급의 유효성과 (지급) 범위에 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주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