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2022.03.29 10:45:16
28일(한국시간) 오전 열린 제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생방송 도중 배우 겸 코미디언인 시상자 크리스 락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해 29일 윌 스미스는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건은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 때 일어났다. 크리스 락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만큼 평소 무대에서 수위 높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는 윌 스미스 아내인 제이다가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을 보며 “영화 ‘지 아이 제인’ 후속편에 나오면 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지 아이 제인은 데미 무어가 삭발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제이다는 자가 면역 관련 지병으로 탈모를 겪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의 농담에 제이다는 표정을 굳혔고, 스미스는 무대에 올라 크리스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크리스는 “윌 스미스가 내 뺨을 쳤다”고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장면은 생중계 방송이라 전 세계에 그대로 송출됐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스미스는 “내 아내를 입에 담지 말라”고 소리쳤고, 크리스는 “알겠다”고 응했다. 청중들은 처음에는 연출로 착각해 환호했지만 이내 실제 상황임을 알고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 후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처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말하며 “아카데미 측과 모든 동료와 후보들에게 사과한다”며 자신의 행동에 유감을 표했다. 이때 스미스는 크리스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스미스가 크리스에게 직접적인 사과 의사를 내비친 건 다음 날이었다. 스미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내가 보인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농담을 받아들이는 것도 내 일의 일부지만, 아내 제이다가 아픈 것에 대한 농담은 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며 “자신이 선을 넘었고 틀린 것이니 크리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제작진들, 참가자들, 시청자들에게도 사과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현지와 한국 네티즌의 반응이 달라 화제다. 한국 네티즌들은 “아픈 가족한테 선 넘는 농담을 하는데 어떻게 참아? 오히려 사이다인데”, “병의 증상을 가지고 어떻게 농담이란 말이 성립하냐”, “이왕 사과할 거 한 대 더 치지”, “크리스 락이 한 건 언어 폭력인데 크리스는 왜 사과 안 하냐?”, “폭력에 사과하는 건 맞지만 정작 사과해야 될 사람은 따로 있는데 답답하다” 등 크리스를 비판하는 의견이 주류였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공인들과 네티즌들이 날선 비판을 이었다. “물리적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건 범죄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생방송에서 고작 농담 때문에 다른 사람을 폭행한 이 상황이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윌 스미스가 뺨을 때린 건 과한 폭행이다” 등의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쇼에서 스미스의 행동을 규탄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