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6.27 17:00:52
26일 러시아가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까지 두 개의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7일 보도에 따르면, 달러와 유로로 지급돼야 할 이자액은 약 1억 달러(약 1천300억 원) 규모로, 당초 만기일은 지난달 27일이었지만 3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이 설정돼 이날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성립됐다.
하지만 투자 분석가들은 이번 디폴트가 세계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 채권 보유자는 이번 디폴트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러시아가 신흥시장 채권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도 이번 사태가 러시아에서 100여년 만에 발생한 첫 외채 디폴트라는 상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디폴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행된 경제 제재가 낳은 예측 가능한 결과”이며 “디폴트는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과 붕괴하는 경제를 반영하며, 1918년 이후 첫 번째 외채 디폴트라는 상징성이 가장 주목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판매로 하루 약 1조 2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등 막대한 자금이 있어 외채를 갚지 못할 상황이 아니다. 또한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 다만 제재 때문에 개별 투자자에게 입금이 안 될 뿐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서방이 러시아에 ‘디폴트’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령에 따라 채권 보유자들에게 루블화를 지급하는 계획을 성문화했다.
월스트리트너저널(WSJ)은 채권 보유자의 25%가 즉시 상환을 요구하면 러시아 정부와 채무 이행 소송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BC 방송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채무 불이행 채권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소송에 돌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7일 미국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53.53루블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당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지난 2월 24일) 직후 급락해 지난 3월7일에는 달러 당 143루블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러시아 환율은 7년 만에 최강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대러 제재 이후 러시아 정부의 자본 통제로 인한 외화 사용 급감 등이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