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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 아니 3년반 뒤로 다가온 2026 월드컵 … 중국 돈 + 오일머니로 벌써 질척질척?

48국 본선출전 탓 ‘토너먼트 16배수’ 차질 … 16강 구성안 놓고 시끌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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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2.12.30 13:33:07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귀빈석에 나란히 붙어 앉아 있는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아랍 TV 방송 화면 캡처)

카타르 월드컵 종료 뒤 ‘4년 뒤 2026년 북미 월드컵’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다음 월드컵은 더욱 빠른 속도로 다가올 전망이다. 왜냐면 통례와 달리 겨울에 카타르 월드컵이 치러졌기 때문에 다음 월드컵은 4년이 아닌 ‘3년 반’ 뒤로 다가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임 잔니 인판티노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은 지난 2016년 “2026년 월드컵부터 출전국 숫자를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50% 늘린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원래 인판티노 회장의 구상은 48개국을 3개국씩 16개 조로 나눠(48÷3=16) 각 조 1등만을 16강에 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론이 나왔다. 각 조의 A, B, C 세팀이 리그전을 펼치면, A팀의 두 경기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리그 최종전을 B-C팀이 벌이게 되는데, B-C팀이 16강 동반 진출을 위해 결탁해 A팀을 탈락시키는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이김으로써 아슬아슬하게 16강에 진출하고, 동시에 게임을 펼친 우루과이-가나가 동반탈락하는 순간, 최소한 H조의 4개국 국민들은 TV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조별 리그전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런 상황은 △일본이 속한 E조(독일의 탈락) △벨기에가 탈락한 F조에서도 벌어졌고, 덕분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 최고의 TV 시청자 숫자를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만약 인판티노 회장의 공약대로 ‘3개국씩 조별리그를 편성해 1등만 16강 진출’ 식으로 진행한다면, 조별리그 마지막 두 게임의 동시 개최와 짜릿한 반전 같은 극적인 순간은 오지 않게 된다.

포르투갈 전의 극적 승리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기뻐하는 한국 대표팀. 48개국이 진출하는 2026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편성에 따라 '조별 마지막 게임의 기적' 순간이 없어질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 중 기자회견을 자청해 “3팀씩 16조로 나누느냐, 아니면 4팀씩 12조로 나누느냐. 4팀씩 8개 조로 나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는 최종전까지 스릴있고 재미있었다. 아주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야 한다. 이번 대회가 끝나가고 있으니 어느 쪽이 좋은지 재검토하겠다고 나는 이 자리에서 말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조별 리그전은 최소한 현행 방식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강력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월드컵에서 현행 조별 리그 방식(최종 2게임을 동시에 시작)이 확정된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였다. 이유는 4년 전 82년 스페인 월드컵 2조에서 ‘추악한 승부 조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별 리그 마지막 두 경기 동시 개최'는 86년부터 왜? 


당시 2조에는 전통의 강호 독일(당시 서독)에 이어 오스트리아, 칠레, 그리고 월드컵에 첫 출전한 알제리가 속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서독이 첫 게임에서 알제리에게 지면서 묘하게 흘러갔다. 결국 마지막 게임인 서독 대 오스트리아 전을 앞두고 서독 1승 1패, 알제리 2승, 오스트리아 2승이었다.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2점차 이상으로만 이기지 않으면, 세 나라가 모두 2승 1패가 되고, 골득실 차로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12강에 오르고, 알제리는 3위로 탈락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우려대로 서독이 전반에 1점을 선취득점한 뒤 두 팀은 패스 돌리기로 일관하면서 경기를 마쳤다. 탈락한 알제리는 FIFA에 항의했고, 당시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노벨 평화상을 서독 팀에 줘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내 나라가 창피하다”며 자살한 독일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참사 뒤 FIFA는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동시개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사상 처음으로 본선 진출한 알제리 대표팀. 서독을 이기며 2승 1패라는 호성적을 올렸지만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담합으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사진=Aminou444)

2026년 월드컵에서 48개국을 3개국씩 16개 조로 나누는 방식에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판티노 회장이 “4개국씩 12개 조로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조별 리그 이후의 토너먼트는 ‘16의 배수’로 치러야 제격이다. 그래야 8강, 4강으로 착착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12개 조의 1등 12개 팀에 각 조 2위 중 4개 팀을 추가로 건져 올려 16강을 만들거나(A안) △12개 조의 상위 1-2위를 올려 24강을 만든 뒤 3위 팀 중 8개를 건져 올려 ‘32강 토너먼트’로 시작하는 방식(B안)이 거론되고 있다.

 

토너먼트를 12+4로 하나, 아니면 24+8로 하나 


‘포르투갈을 이긴 한국의 극적 16강 진출’ 같은 기적이 연출되려면 현행 방식과 같은 B안(조별 1-2위가 진출)이 제격이지만, 조별 리그의 문턱이 너무 낮아지는 점(3위 중에서도 8팀이나 진출) 또는 팀에 따라서는 우승까지 최대 8게임을 치러야 하는 과밀 스케줄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면 ‘12+4=16’이라는 A안은 각 조 1위만이 살아남는다는 살벌한 경쟁, 즉 48개 참가국 중 무려 32개국이 조별 리그 탈락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12월 2일 가나를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나나 아도 단콰 아쿠포아도 대통령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고 있다. 2026년 월드컵 조별리그가 3개국 1조로 짜여진다면 이런 재미는 사라지기 쉽다. (사진=총리실 제공)

인판티노 회장의 ‘48개국으로 출전국 확장’ 공약의 배경에는, 중국과 중동 산유국의 ‘돈’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공식 스폰서와 광고주로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딱 한 차례,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동네 대장’이 개최국 자격으로 예선전을 치르지 않았기에 본선 진출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못해도 월드컵 열기는 세계 최고이고, 돈도 왕창 낼 수 있는 중국을 본선 무대에 초청하기 위해선 48개국으로의 대폭 확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이번 대회의 개최국 카타르의 졸전에서 알 수 있듯, 중동 축구의 강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산유국들은 돈은 엄청 많고 월드컵에 돈을 낼 의지도 충만하지만, 지금과 같은 32국 출전 체제로는 이란과 사우디 외에는 본선 진출이 요원하다. 따라서 산유국들의 돈을 갹출해내려면 이라크, UAE, 쿠웨이트, 카타르처럼 ‘축구는 잘 못하지만 돈은 많이 낼 수 있는’ 나라에 보낼 초청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3년 반 뒤로 훌쩍 다가온 2026년 월드컵이 어떻게 치러질지 벌써부터 시비거리가 만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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