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7.11 16:08:15
신한금융지주가 본격적인 기업가치 재평가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CET1 비율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자본비율 리스크가 해소된 데다, 오버행 우려 역시 완전히 제거되면서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에이션 콜(Valuation Call)이 납득될 시점"이라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비은행 부문, 특히 카드 자회사 실적의 불확실성과 외환 민감도에 따른 상대적 제약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한지주는 2024년 2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4~13.5%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CET1 비율이란 총 위험자산 대비 보통주 자본의 비율로,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과 손실 흡수력이 우수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적정 수준(13.1%)을 여유 있게 웃도는 수치로, NH투자증권은 "우호적인 환율과 낮은 자산성장,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CET1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1분기에도 CET1 비율은 전분기 대비 21bp 상승했다.
이러한 자본비율의 개선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먼저, 높아진 자본여력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실탄 역할을 한다. 회사는 이같은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약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진행될 전망이다. 상반기 6500억 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4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측이 밝힌 기존 계획(42~43%)을 상회하며, 전년 수준(40.2%)도 뛰어넘는 수치다.
이 밖에도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면 총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자산(BPS)은 상승한다. BPS가 상승하게 되면, 동일한 주가 수준에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더 낮아져 주식이 여전히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이는 시장이 ‘정당한 멀티플’을 다시 부여하도록 유도하는 재평가(Re-Rating)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최근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한지주의 2025년 예상 PBR은 0.57배 수준에 불과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BR 1배 미만에선 자사주 매입이 곧 BPS 개선으로 연결돼,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더 낮추는 선순환 구조”라며 장기적 재평가 여지를 지적했다.
이어 목표주가를 8만 7000원으로 상향하며 “2025년 예상 BPS 11만 1182원에 타깃 PBR 0.78배를 적용했다. 주주환원 불확실성 감소가 할인율 축소를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해소는 신한지주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에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신한지주는 2020년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PE)들의 보유 지분으로 인해 상시적인 매물 출회 우려에 시달려 왔다. 특히 어피니티와 베어링PE가 보유한 보통주와 IMM PE가 보유한 전환우선주는 주가를 짓누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24년 6월 24일, 어피니티는 잔여 보유분 약 970만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처분하면서 해당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 이로써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매도 가능성이라는 외생 변수는 실질적으로 소멸된 것이다. IMM PE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1748만 주도 펀드 만기가 2029년까지 연장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출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오버행 해소로 인해 신한지주는 이제서야 수급 부담이 없는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평가가 가능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그동안 멀티플 갭을 좁히지 못했던 가장 구조적인 요인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2분기 지배순이익을 1.5조 원, EPS를 2,847원으로 제시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를 예상했다. 대출 성장률은 0.5~0.7% 수준으로 낮지만, 가계 중심의 저위험 포트폴리오 확대와 위험가중자산(RWA) 축소 효과로 자산건전성이 방어되고 있다.
KB증권도 ROE를 10.3%, 순이자이익 증가율을 1.3%로 전망하며, 시금고 수신 증가와 수신금리 관리에 힘입어 NIM(Net Interest Margin, 순이자마진) 방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은행 NIM은 1.54%로 전분기 대비 1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 평가익도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안정성과 배당 정책이 함께 작동하면서 시장 내 멀티플 갭(Multiple Gap) 축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기존에는 가격 매력이 충분했음에도 밸류업이 지체됐지만, 지금은 오버행 해소와 자본비율 개선으로 Re-Rating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외형 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일부 구조적 제약도 남아 있다. 신한지주는 타행 대비 외환 민감도가 낮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CET1 비율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엔화 등 비달러 외화자산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하락 시 CET1 개선 효과가 1bp 내외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KB·하나금융의 2~3bp에 비해 뒤처지는 수치로, 같은 시장환경에서도 경쟁사 대비 자본비율 개선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비은행 부문 중에서도 카드사의 부진은 실적 모멘텀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KB증권은 "내수 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비이자이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카드 관련 비용 증가가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증권은 “신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면 관련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신한지주는 자본비율 개선, 오버행 해소, 실적 안정성이라는 3박자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카드사 실적 우려와 외환 민감도라는 리스크는 남아 있지만,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의 괴리가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데 시장은 이견이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