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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동석 인사처장의 부적절 발언? ‘안 적절’하면 매장 대상인가?

尹집권 3년간 극력 李옹호 文-尹비판 … 적절과 부적절의 경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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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5.07.26 12:30:49

취임사를 하는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 (사진=인사혁신처 제공)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언론들이 난리다. 자칭 보수 언론은 물론 이른바 진보 언론들도 ‘최동석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언론들이 예로 들고 있는 것은 최 처장의 ‘격한 발언’들이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언급 △문재인과 민주당 ‘문파’에 대한 비판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에 대한 비판 등이다.

이러한 비판과는 반대로 “정치인 이재명을 언급하면서는 눈물까지 흘렸다”며 마치 아부를 통해 발탁된 것처럼 비판하는 기사도 있다.

최 처장이 이런 비판 발언을, 그것도 아주 격하게, 화를 내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한 것은 맞다. 독일 박사인 그는 지나치게 ‘독일식으로’ 엄격하고, ‘원 스트라익 아웃’(한 번 실수하면 퇴장)을 외치는 원칙주의자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칸트주의자”라면서 비판하는 지인도 있다.

 

그는 '무엇을 위해' 이재명에 눈물 흘리고, 문-윤을 극렬 비판했나?


그에 대한 비판 기사에서 아쉬운 것은 ‘맥락’을 빼먹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자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텍스트(말)가 아니라 콘텍스트(문맥)”라고 했다. 문맥을 빼먹고 단어-문장에만 집중하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최동석 과거 발언 두고 시끌'이라는 제목이 붙은 TV조선의 방송 화면.  

예를 들어보자. 친구 또는 연인 사이에 상대방에게 “이 바보 멍충아”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 될까? 앞뒤 사정, 말하는 태도-자세, 목소리의 크기에 따라 단어는 ‘바보 멍충이’로 한 가지여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바는 수십, 수백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런데도 단지 그런 단어를 내뱉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욕죄를 적용하는 게 바로 ‘맥락을 모르고 판단하는’ 오류다.

최 박사가 유튜브에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채널을 오픈하고 격한 발언들을 쏟아낸 지난 3년간은 어떤 기간이었나? 윤석열 집권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윤석열-김건희란 ‘괴물 커플’에 정권이 넘어가면서 한국이 망가지기 시작하자 유튜브 채널을 열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문파를 맹비난했다. “윤석열을 발탁하고 그에게 정권이 넘어가도록 방치한 것은 바로 문재인+문파”라는 판단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오른 손가락에 마비가 왔다”고 했다. 정치에 전혀 관심없던 경영학 박사(인사-조직학 전공)인 자신을 반성하면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미친 듯이’ 마우스질을 하면서 윤석열, 문재인, 문파를 조사하느라 오른손이 망겨졌다는 하소연이었다.

 

문재인-이낙연 비판하고, 이재명-추미애-김용민 칭찬한 게 부적절?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문파(이낙연 등)에 대한 비판에 이어, 윤석열, 한동훈, 한덕수, 최상목 등에 대한 맹비판을 이어갔다. 비판 기사들은 그가 “민주당 내 인사들까지 공격했다”고 하는데 민주당 정치인 중 추미애, 김용민, 김민석 등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처장에 대해 윤건영 의원이 "치욕스럽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한 MBN TV 화면. 

또한 이른바 '윤석열-한동훈의 청담동 카페 술자리' 논란이 불거졌고, 언론들이 경찰-검찰의 발표만을 옮겨적을 때 "이건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취재 내용이 맞는 것 같다"고 자기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최 처장은 이런 칭찬-비판을 하면서 ‘인상 비평’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평생 개발해온 과학적 인사 평가방법, 즉 APM(성취 예측 모형, Achievement Prediction Model)에 따라 개별 인물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 뒤 16개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를 발표하면서 비판 또는 칭찬을 했다.

APM은 한 인물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점수를 매긴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행적을 보면 미래 성취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APM 모델의 과학적 바탕이다.

APM 점수를 토대로 점수가 낮은 정치인들(윤석열, 문재인 등은 심한 마이너스 점수, 즉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점수를 받았다)을 맹비난한 그의 유튜브 활약은 적절했나, 부적절했나? 윤 치하에서는 적절했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질서가 무너지는 난장판 안에서, 즉 숨막히는 입틀막과 언론들의 침묵 속에서, 그는 심지어 “삐딱선을 탄다”고 판단될 때는 유시민-김어준까지 공격하며 “정도로 돌아오라”고 질타했다.

이제 윤석열-김건희가 코너에 몰리고 정상이 되돌아올 즈음이 되니, 즉 평화가 돌아오자 최 처장에게 “부적절 발언을 했으니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참으로 맥락 빠진 비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노회찬은 적절했나? 보낸 뒤 가슴 쥐어뜯은 경험들


그는 부적절했다. 부적절이란 단어가 ‘형편-경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뜻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비판 문화가 실종된 한국에서는 웬만해서는 ‘우리 편’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치하에서 한국이 전쟁-망국 일보직전까지 갔던 데는 한국 언론-지식인들의 ‘적절한 행동’, 즉 형편-경우에 맞지 않으면 발언-행동하지 않는다는 처신이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대통령실의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민정수석에 대해 최동석 처장이 과거 원색적 비난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SBS TV 보도 화면. 

노무현은 부적절했기에, 즉 SKY 대학 나온 엘리트처럼 행동하지 않았기에 웃음거리가 됐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를 웃음거리 삼았던 국민들은 그가 떠난 뒤에야 일제히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노회찬은 적절히 못했다. ‘검찰 X파일’이 나와도 세상이 조용할 때 그는 타락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고, 그래서 “왜 조용한 밤에 ‘도둑놈 잡아라’고 소리 치냐"는 이유로 단죄받고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역시 적절치 않았기에(변방의 시장이 왜 어줍잖게 노동 문제에 신경쓰고, 중앙정부를 당황시키는 복지 정책을 실행하고, 그리고 기성 권력-언론에 ’남 몰래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기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기적적으로 넘어섰다.

문맥을 보지 않고, ‘논두렁 시계’에 집중하고, 조용한 야밤의 ‘도둑놈 잡아라’ 소리에 짜증만 내면 또 다른 노무현, 노회찬을 떠나보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최 처장의 정치인에 대한 APM 점수는 ‘공익 인물이냐, 사익 인물이냐’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경제인이라면 사익만 추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사익 추구형이어서는 절대로 안 되기에 그는 공익형 정치인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이재명에 눈물 흘렸고, 추미애, 김용민을 절대 칭찬했다. 그리고 사익 냄새가 나면 우리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맹공격했다,

 

이 대통령이 최 처장 발탁한 뜻은 문파 공격용? 


“최 처장이 자진사임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달리기를 최고로 잘하는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의 평소 행실이 부적절했다. 동료든 코치든 공익에 어긋나게 사익을 추구하면 가차없이, 남들 보는 앞에서 바른 소리를 해댔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법적으로 잘못한 적이 없다. 그래서 반칙이나 위반으로 그를 자를 방법이 없기에 주변에선 그에게 ‘알아서 사퇴하라’고 으름장을 넣는다. 그가 사임하면? 일단은 시원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적절함, 예의바름, 비판 금지의 안온한 세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메달은? 포기다.

이 대통령이 최 처장을 전격 발탁한 뜻을 이른바 문파 정치인들은 “문파를 비판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이 대통령은 ‘최 처장만이 할 수 있는 실용적 능력’에 집중했기에 발탁했다고 본다.

최 처장 비판에 나선 경향신문에 맞서 최 처장 옹호에 나선 유튜브 '뉴탐사'의 보도 화면.   

인사-조직 전문가가 최동석 한 사람이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맞다. 한국에 인사-조직 전문가-박사는 수두룩하다. 대개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교수 등이다. 그러나 최 처장이 여러 번 강조했듯 독일 학계는 미국의 조직-인사론을 ‘쓰레기 취급’한단다. 왜냐면 영미식은 사람을 인적 ‘자원’(human resource), 즉 석탄, 토지, 돈 같은 자원과 동급으로 보기 때문이란다. 최 처장은 단순히 독일에서 조직-인사론을 ‘배워온’ 사람이 아니다. 독자적인 APM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공직사회 또는 기업 인사-조직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 대통령과 손잡고 공직 사회의 혁신을 이루려 할 참인데, 언론들은 그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면서 “알아서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다.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시대에 뒤처지는 버릇을 가진 한국인 또는 한국 언론”이라는 비판에 딱 맞는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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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석  이재명  인사혁신처장  문재인  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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