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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시간의 형성을 통해 담아내는 자연

작업 완성 위해 세 가지 기본 개념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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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5호 왕진오⁄ 2011.08.16 17:42:54

박현수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 순간, 마치 우주 생성의 신비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상상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강하게 회오리치며 지나간다. 특별한 형상도, 새로운 재료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늘 접했던 대상을 자연스럽게 화면에 펼쳐 놓았을 뿐이다.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정말 근원으로서 본질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과의 대화를 아주 편안한 흐름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그런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우리가 간직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에너지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한국화 전통의 기반인 수묵화의 고전적 미학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또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초기 습작에서 부단히 고민했던 작업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 비전으로부터 세 가지 기본적인 개념을 도출한다. 첫째 개념은 조약돌이 물리적 우주의 소우주인 것처럼 우주가 미립자 속에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그의 화면 구성의 지배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커다랗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들은 수많고, 그리고 때로는 수백 개의 정밀하게 조각난 작은 형태들의 집합이다. 각각의 작은 형태는 더욱 작은 무작위로 밀집한 형태들로 이루어진다. 헤아릴 수 있는 덩어리 형태들의 조형적인 우아함이 떠다니고 무질서하지만 움직이며 세세히 녹아들게 되므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평온한 상태에서 동요와 리듬의 상태로 유도된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박현수 작품에 들어있는 두 번째 개념이다. 바로 평온한 외부가 들떠있는 민감한 내부를 가리는 것이다. 세 번째 개념은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흐려지는 경계이다. 말로 전해진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하고 문자나 문구가 표현적 구체성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의미는 고급 예술을 특징짓는 미적 긴장을 야기한다. 그러나 박현수는 한글의 자음·모음과 서구의 알파벳의 본질로부터 자신의 단서를 찾고 있다.

한글의 자음·모음이나 서구의 알파벳은 단어로 조합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 각 조합은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을 구체화하나 실제로는 명확한 표현은 아니다. 작가는 추상장치를 통해 주제 그 자체로써 ‘메시지’를 탐구한다. 단어가 글자의 결합으로부터 나타나거나 특징이 상징적인 부분들의 집합으로부터 나타나는 것처럼, 그의 기하학적 이미지는 개별적으로는 어떤 의미도 없는 요소들의 집합으로부터 구체화된다. 박현수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동서양의 개념에는 세 가지 지배적인 동양적 근본사상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서구의 대응 개념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후기 서구 미학의 규정적인 요소들 중 하나가 그의 첫 번째 개념에 대응한다. 자신의 작업방식으로서 그는 명백함의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추상에서 발견한다. 복잡하지 않은 기하학적 형태가 아닌 무의미하고 명백한 문맥이 없는 그의 무수한 작은 형태들은 구체성을 거부한다. 단지 이것은 그와 관객들 사이의 중재자로서 이들 형태는 그 자체로 존재하며 어떤 메시지도 갖지 않는다. 이들 형태는 말을 하고 듣는 연결 순간을 희석시키는 아이콘들이다. 작가는 색채를 통해 개인주의의 은유성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추상 이미지가 개인이 우주와 관계가 없는 우주주의 철학을 구현하였다면, 그는 독특한 디테일, 즉 궁극적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서구의 관점을 통해 그만의 철학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단일성의 표현을 그가 구성하는 기하학적이고 절제된 세계 속에 설정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분리되고 무질서하며 혼돈스러운 것 같은 개인의 경험이 보다 큰 질서 속에 자리 잡도록 다시 확인한다. 이것이 바로 박현수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세계관이다. 빛과 에너지, 그리고 새로운 여정을 위하여 2001년 추상적인 곡선으로 작품을 완성했던 작가는 자신이 걸어가야 할 작업의 여정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눈에 담기 위한 여행을 하면서 그가 발견한 것은 길 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가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을 발견하면서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던 작은 돌멩이에 담긴 형상이 대자연이나 현실 세계에서 보는 관점과 일맥상통한다는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대형 화면에 확대와 축소 작업을 병행하면서 마이크로 매크로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 형상이 바로 자연의 형성과도 유사한 것 같았다는 그는 작은 돌을 변화시키는 차원에서 타원 작업의 확장을 펼치게 된 것 같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시작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박현수 작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내 그림은 에너지 덩어리 입니다. 이것이 작품에 담겨져 있지 않으면 저의 작업이 아닌 것 같다”며 “초기 작업에 에너지를 떠올리는 이미지를 그려낸 것처럼 모양은 백제의 유물처럼 보인다는 평도 받고 있지만, 내가 표현하는 원형의 형태는 자신과 우주적인 의미에서 에너지로 표현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추상이냐 리얼리티냐 라는 구분 자체도 자연스러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지 드리핑(Dripping)을 통해 자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행위가 겹치는 과정이 자유로움을 찾는 과정이 아닌가 하여 다양한 표현을 자신의 기법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모양들이 변하는 것을 시도해 보고 있다”며 “그림을 통해서 자신만 만족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스스로의 일기를 쓰면서 그려보고 싶은 작업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저의 특성상 스스로의 삶에 안주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 그러나 특별히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닌, 나와 자연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느낌을 세상에 전달해 주려 한다”며 지난 기간 그리고 이후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말했다. 화가 박현수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와 동 대학원 회화학과를 졸업하였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5년 삼정아트스페이스, 2004 포트메이슨센터, 2007 송은갤러리, 2 008진화랑, 진아트센터, 2010 두인갤러리, 진화랑, 진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전개하였다. 2003년 디에고리베라갤러리, KIAF, 시드니 아트페어 등의 그룹 기획전을 펼친 그의 작품들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산호세 아트뮤지엄, 연세대학교, OCI미술관 등에 소장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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